[김두호가 만난 人] 유유자적 인생 즐기며 '자유인'으로 사는 배우 이영하
[김두호가 만난 人] 유유자적 인생 즐기며 '자유인'으로 사는 배우 이영하
  • 김두호 인터뷰어
  • 승인 202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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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1980년대 꽃미남 청춘스타의 심벌 이영하 배우 
- 금년도 상록수 영화제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
- 지난 8여년 간 모교인 중앙대에서 후학 양성
오는 12월 23일 개최되는 '16회 상록수디지로그월드영화제' 공로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배우 이영하. 

인터뷰365 김두호 인터뷰어 = 이영하 배우가 금년 12월 23일 개최되는 '16회 상록수디지로그월드영화제'(집행위원장 이기원)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유현목 이장호 감독을 비롯해 신영균 신성일 김지미 안성기 등의 영화인들이 수상의 영예를 이어온 권위 있는 상이다.

1980년대 애정멜로 영화 전성기에 이영하(1950 ∼) 배우는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세 차례나 받은 뛰어난 연기자이면서 화려한 청춘스타의 인기를 누렸다. 장동건 현빈 강동원 송중기 등의 배우들이 그의 뒤를 이은 ‘꽃미남’ 후배들이다. 그는 지난 8년 가까이 모교인 중앙대에서 교수로 강단에 서면서 연기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꾸준히 화제의 인물로 주목을 받는 까닭은 미녀 배우 선우은숙과 스타 부부로 살다가 헤어진 뒤 재혼하지 않고 사는 두 사람의 신상 변화에 따른 궁금증이 관심을 모아왔기 때문이다.

마침내 최근 선우은숙의 재혼 소식이 터져 나왔다. 이영하 배우는 이혼 후 서로가 자유롭게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 다시 인연을 새롭게 선택할 수도 있는데 그녀의 재혼 소식에 소셜 미디어에서 전 남편이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는 등의 가짜 소문, 황당한 시나리오를 마구 만들어 내고 있는 데 대하여 어처구니없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이영하 배우는 건강하고 평온한 ‘마이 웨이’의 일상 속에서 즐겁게 살고 있다. 근래 국제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남자하키 국가대표팀의 열성 후원자가 되어 있는 것도 달라진 그의 활동 일면이다. 

삶의 가치관과 인생관, 의식세계도 변해있다. 인기에 연연하며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가슴 죄던 ‘연예인의 인생’에서도 저만치 벗어나 살고 있다. 그는 “과거에 대한 미련이나 회한에 매달리지도 않고 미래에 대한 고민, 욕심도 내려놓고 오르지 현재, 오늘을 위해 성실하고 즐겁게 산다”고 말했다. 현실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공부하는 인생’을 지향하는 반(半) 도인(道人)이 되어 있다.

그럼에도 잠시 휴대폰을 열어 보여준 그의 연간 일정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엄청난 미팅 약속과 행사 참석 일정이 빼곡하게 수록되어 있었다. 만나야 할 사람, 만나고 싶어 하는 인연들이 너무 많아 인생이 즐겁다며 분주하게 자유인으로 사는 이영하 배우를 오랜만에 만났다. 기자는 그가 여배우 인물사에서 2세대 트로이카로 꼽히는 정윤희 장미희 유지인 세 배우를 품에 안고 바쁘게 활동할 때인 40여 년 전부터 인연을 나누어왔다.

무거운 삶의 짐 내려놓고 산다

배우 이영하는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세 차례나 받은 뛰어난 연기자이자, 청춘스타로 인기를 누린 원조 ‘꽃미남’ 배우다. 지난 8여년 간 모교인 중앙대에서 후학 양성해온 그는 건강하고 평온한 ‘마이 웨이’의 일상 속에서 즐거운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사진=인터뷰365

- 요즘 근황부터 알고 싶다.

“달라진 것 없이 조용히, 단순하고 평범하게 살고 있다. 그런데 재혼(선우은숙) 얘기가 나오자 지금은 무관한 나를 끌어내어 제멋대로들 추측하고 당치도 않은 말을 마구 만들어 내는 유튜버 등 SNS 쪽 사람들로 인해 속이 좀 불편했다. 문제로 삼으면 더 시끄러워질 것 같아 외면하고 산다. 이럴 때마다 이제는 예민하게 살지 말고 둔감하게 살자는 생각을 한다. 나의 일상은 오래전부터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일주일 중에 영화와 연극, 가요공연이나 클래식 음악회, 서커스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평균 한두 곳 정도의 다양한 공연을 관람한다. 최근에는 트롯가수 영탁 콘서트에 초대받아 체조경기장을 찾았다. 이날 그와 함께 임영웅 등 TV조선 미스터 트롯 출신의 젊은 가수들 공연을 보고 시대의 변화를 실감했다. 무대의상으로 돋보이는 유니폼을 똑같이 입고 과거의 트롯가수들이 보여준 적이 없는 움직이는 춤의 율동에서 탁월한 가창력을 과시한 그 뜨거운 젊은 가수들의 열기가 볼만했다. 왜 트롯이 이 시대에 인기 음악으로 새롭게 부상했는지 이유를 알게 했다.

대학로 연극도 가끔 가서 용기 잃은 후배나 제자들 만나면 해주는 말이 있다. ‘작은 배역은 있어도 작은 배우는 없다. 스타를 바라지 말고 자기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 소화하다 보면 언젠가 큰 배우가 된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오랜만에 미국서 귀국한 김지미 선배님을 만난 시간도 행복했다.”

김지미 원로배우와 함께 한 배우 이영하./사진=이영하 제공

- 김지미 원로배우는 연세도 팔순을 넘어섰지만 건강이 과거 같지 않다는 소문이 있었다.

“아직은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워낙 오래전부터 나를 아껴주고 또 선배님의 제부 되는 진성만(쟈니브러더스 출신 가수) 전 지미필름 대표도 나와 친분이 깊어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미국으로 돌아가시면서 다시 오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실 때는 마음이 울컥했다. 코로나 사태 직전 미국으로 초청해주시기도 했다. 오래오래 가까이 모시고 싶은 마음이 큰 어른이다.”

- 1977년 유현목 감독의 <문>이 데뷔작품이다. 45년 전이다. 많은 세월이 흘렀고 세상도 많이 변했다. 수많은 작품을 남긴 배우로 살아오면서 일과 사생활에서 보고 겪은 자신의 삶을 두고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는 지, 지금 변한 것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나이가 들수록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간다는 노랫말처럼 연기 활동에서 해방되는 시기를 맞이할 무렵부터 나이를 생각하게 되고 그때마다 늘 무겁게 어깨를 눌렀던 삶의 짐을 내려놓는 노력을 하며 살았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홀가분해지고 욕심이 줄어들었다.

과거의 후회되는 기억이나 상처받은 한의 앙금도 애써 지워버리려는 노력, 또 아직 맞이하지 않은 내일의 고민거리까지 안고 살지 않으려는 데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며 사는 것이 과거와 다른 점이다. 특히 지난 8년여 모교인 중앙대 예술경영학과 교수로 출강하면서 후배 후진 교육을 위해 화동하는 동안 내 스스로도 인생에서 새로운 보람을 찾는 ‘공부하는 인생’이 되었다.”

내가 둔감하게 사는 이유

배우 이영하

- 예민하게 살지 않고 둔하게 살자는 말이 특별하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보다 현재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산다는 말도 의미가 남다르게 들린다. 그럼에도 독신생활은 외롭지 않은가?

“인생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전부다. 내 가까운 곳에는 만나자는 사람,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잠시 스마트 폰을 열어 보여 준 몇 달간의 일정 대부분이 사람 이름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둔감하게 살자는 말은 내 가까운 우인 중에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서울대 명예교수 김병종 화백을 만나면 서로 다짐하는 대화의 주제다. 그는 내가 인복이 많아 주변에 사람들이 들끓어 보기 좋다고 말한다. 아마도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은 성격의 변화가 미움보다 사랑으로 대하는 인간관계를 만들어 주고 있는 것 같다. 둔감하게 살면 편해진다. 조금의 배려와 조금의 사랑을 앞세우면 인간관계가 평화롭고 즐거워진다는 것을 나이가 들수록 깊이 경험하고 있다.”

- 영화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영화가 있다. 뒷전으로 밀려난 비인기 종목인 여자 핸드볼팀을 국제적 강팀으로 끌어올린 인물의 비화를 소재로 한 작품인데 최근 남자필드하키 국가대표팀이 아시아권에서 최강팀으로 부상하는데 숨은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유튜브 영상으로 공개되기도 해서 숨은 후원자는 아니다. 열악한 지원 환경을 극복하고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성장하는 우리 하키 대표팀이 나의 꿈이고 기쁨을 함께하는 친구들이다. 지난 6월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경기에서 이윽고 아시아권 대표로 내년도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따냈다. 내 작은 힘이 그들에게 도전의 용기가 되어주길 바라면서 꾸준히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또 클래식 음악인 등 장래성이 많은 예술인에게 개인적으로 힘이 되어주는 데도 나름의 보람을 찾고 있다.”

- 필드에서 보았다는 사람도 많다. 골프도 즐기는 것 같다.

“최근 기흥cc에서 가진 대학 동문들과의 운동모임에서 이글이 나와 함께 한 분들과 모처럼 기쁨을 나누었다. 그냥 취미생활로 다양한 계층의 친지분들과 골프뿐만 아니라 다른 운동이나 여행도 즐기며 산다.”

취미로 종종 골프를 즐겨친다는 이영하는 최근 이글을 기록했다고 웃었다. 그는 골프 뿐 아니라 다른 운동이나 여행을 즐긴다고 말했다./사진=이영하 제공 
취미로 종종 골프를 즐겨친다는 이영하. 골프뿐 아니라 다른 운동이나 여행을 즐기는 그는 남자하키 국가대표팀의 열성 후원자이기도 하다./사진=이영하 제공 

- 맨날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만 보내는 것은 아닐 텐데 좀 힘들고 싫어지는 때는 언제인가?

“물론 매일 기분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행복한 감정은 누구나 스쳐 지나가듯이 느끼며 사는 것 아닌가. 거북한 일은 역시 내가 바라지 않는 곳에서 배우 이영하를 부르거나 만나자고 요청하는 경우들이다. 곤혹스러움을 느끼는 끈질긴 접근도 많다. 드라마나 영화 출연 요청도 있지만 방송 연예프로 출연이나 인터뷰 요청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언젠가 어쩌다 헤어진 부부를 만나게 한 방송 프로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그 뒤 화젯거리에서 벗어나는데 많은 고통의 시간이 필요했다.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라 조용하게 사는 데는 그런 어려움이 따른다. 맘대로 안 되지만 지금 나는 잊혀 진 사람으로 살고 싶다.”

- 연기 활동을 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는가?

“작품의 성향과 출연하게 될 배역들이 너무 다르게 변해 이제 연기에 겁이 난다. 과거 작품은 대개 스토리가 사필귀정, 권선징악의 휴머니즘으로 구성되고 잔혹한 폭력 장면이나 악이 미화되는 경우가 드물었다.

지금은 다르다. 악인도 박수를 받게 하는 작품도 있고 표현도 극단적이고 극악무도한 장면이 거리낌 없이 등장한다. 영화의 다양성을 인정하지만, 게임에서 보는 생명경시 장면들이 태연하게 영화로 만들어져 연기하기가 쉽지 않다는 두려움이 따른다. 물론 좋은 영화도 많다. 좋은 영화를 보면 감동도 받고 인생을 배우기도 한다.”

40여 년 전부터 인연을 나누어왔다.
필자와 이영하 배우는 40여 년 전 기자와 배우로 만나 인연을 이어온 사이다. 필자는 오랜만에 재회한 이영하 배우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사진=인터뷰365 

- 이제 혼자 살면서 행복하고 즐겁게 사는 삶의 비결을 요약해서 들려달라.

“다시 강조하지만, 과거를 생각하면 우울해지고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해진다. 인간은 누구도 그 굴레에서 해탈할 수 없지만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단순화하는 자각과 노력이 중요하다. 그래야 사는 것이 홀가분해지고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나는 좋아하는 시를 자주 암송한다. 몇 줄의 시구 안에 인생의 지혜와 지침이 함축되어 있어서 답답할 때 가끔 암송하고 술잔을 나누는 자리에서도 곧잘 낭송한다.”

- 어떤 시들인가?

“‘나뭇잎이 벌레 먹어 예쁘다. 남을 먹여 살렸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는 이생진 시인의 <낙엽> 같은 시도 있고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같은 시도 내가 좋아하는 구절들이다. ‘모든 것은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아름답다’는 푸시킨의 시도 인생을 너무 잘 묘사한 시다.

내가 무대가 아니고 객석에서 배우를 비롯한 다양한 예술인들의 연기와 노래나 춤을 관람하고 더불어 때때로 마음속에 아름다운 시를 담고 노래하며 살아가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도 지금 내 인생의 즐거움이다.”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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