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단독인터뷰] 트롯가수로 돌아온 스타탤런트 엄유신
[인터뷰365 단독인터뷰] 트롯가수로 돌아온 스타탤런트 엄유신
  • 김두호
  • 승인 2020.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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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 2모작' 트롯가수 데뷔한 탤런트 엄유신
- "꿈꾸던 가요무대는 내 팔자에도 있다하네요"
'후회합니다', '한지붕 세가족', '조선왕조500년', '용의눈물' 등 1970∼90년대 수 많은 드라마에서 활약했던 인기 탤런트 엄유신이 트롯 가수로 변신해 '2모작 인생'을 살고 있다./사진=인터뷰365

인터뷰365 김두호 인터뷰어= 1970∼90년대 TV드라마에서 사랑을 받던 안방무대의 히로인 엄유신이 중년시대를 넘어가면서 모습을 감추었다가 최근 트롯신곡 ‘피는 꽃처럼’ ‘사랑아 웃자’의 앨범을 발표하고 가수로 등장했다.

인생 2모작의 진로를 연기에서 가요무대로 옮겨 새롭게 활동을 시작한 엄유신 가수의 첫마디는 “내 팔자에 노래를 부르게 되어 있다”는 숙명론으로 인터뷰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가수가 되는 것이 정해진 인생행로의 수순에 있다는 신념으로 데뷔 앨범에는 창작 가요 2곡에 <봄날은 간다>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황혼의 엘레지> <나는 행복한 사람>까지 6곡을 담았다.

그는 요즘 방송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떠오른 트롯가요 열풍이 불기도 전에 데뷔 준비를 해왔다. 탤런트로 활동을 시작하던 초기 1970년대에도 당시 최고의 음악인이던 고 길옥윤 작곡가로부터 가수 데뷔 유혹을 받았다는 일화를 떠올리며 노래 인생이 자신에게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다가왔다고 꿈에 부푼 소녀처럼 눈동자를 반짝이며 말했다.

연예인들의 나이는 보이는 그대로가 나이이므로 나이를 밝히지 말아달라는 요청이 당연해 보일 정도로 그는 실제 나이에 비해 놀라울 만큼 젊어 보인다. 거침없고 자유롭게 자신을 위한 독신 인생을 살아 늙지 않았다는 말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들린다.

연예인 나이는 눈으로 판단해야

- 시간은 모든 것을 변하게 한다. 오래도록 TV드라마의 주역으로 사랑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1970년대 등장한 엄유신 연기인의 젊은 날 인기는 화려했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연예인의 나이는 묻지도, 밝히지도 않는 게 예의다. 보이는 그대로가 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젊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출발에 용기를 가졌다.

- 1970년 TBC(동양방송/현 KBS 2TV) 공채 10기로 연기활동을 시작하지 않았는가? 50년 전이다.

그런데 데뷔 작품은 TBC에서 하지 않았다. MBC-TV에서 당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로 박철 프로듀서가 연출한 <새엄마>였다. TBC에서 공채 탤런트로 선발되어 얼굴이 소개되었을 때 바로 럭키(지금의 LG) 전속모델로 발탁되었다. 견습 교육기간이 거의 끝나고 출연활동을 하게 될 즈음에 새 제품인 비누 CF에 출연하게 되었는데 신체 일부의 노출문제가 지적되어 한동안 근신 처분을 받았다. 바로 그 시기에 MBC의 박철 감독이 <새엄마>의 출연 요청을 해왔다. 그때부터 내 손은 대본을 놓지 않고 살았다. 얼마 전 많은 세월을 함께 한 박철 감독께서 별세하셨을 때 너무 슬펐다.

- 문제가 생긴 CF라니.

한쪽 어깨를 좀 드러낸 장면이 과다 노출로 시비에 올랐다. 그때는 여자 모델이 신체 부위를 조금만 내비쳐도 선정적인 장면으로 심의기관의 제재를 받았다. 지적받을 만큼 심한 노출이 아닌데 억울하게 생각했다. 그로부터 전속을 옮겨 자그마치 22년간 MBC-TV드라마에만 쉬지 않고 출연했다. 나중에 전속을 떠나 KBS와 SBS-TV드라마에도 자유롭게 출연했다.

최근 트롯 데뷔 앨범을 내고 연기에서 가요무대로 옮겨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엄유신. 
최근 트롯 데뷔 앨범을 내고 연기에서 가요무대로 옮겨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엄유신./사진=엄유신 제공 

- 오랫동안 TV 드라마에서 보이지 않아 은퇴한 줄 알았다. 연기자로 평생 활동해 온 분이 이제 느직이 트롯 가수로 활동을 시작한 열정이 놀랍다.

가수를 직업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공연무대에서 노래를 부른지는 오래된다. 37년 전쯤 TV드라마 <아씨>의 이철향 극작가께서 ‘빅토리 축구단’을 창립해 무의탁노인 기금 마련 행사를 가질 때마다 참가해 노래로 봉사활동을 했다. 아마도 100여 명의 연예인들이 그 단체에 참여해 미국, 싱가포르 등지를 순회하면서 공연을 개최했던 때가 있었다. 내게는 가수 활동이 새삼스럽지 않다.

- 데뷔 신곡이 <피는 꽃처럼> <사랑아 웃자> 두 곡이다. 작곡 작사가 이름이 진웨늬라는 분이다. 한국인의 이름이 아닌 것 같다.

한국 남자와 결혼해 서울에 사는 중국 출신의 싱어송라이트로 음악적으로 교분을 나누어 온 관계다. 그가 어느 날 자신이 작사 작곡했다는 창작곡을 들려주며 반응을 물어왔을 때 그 노래는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라고 말했다. 그는 흔쾌히 그 노래를 나의 데뷔곡으로 선물했다. 우연히 만나고 싶은 사람을 반갑게 맞이하듯이 두곡이 어느 날 나를 평소 동경하던 가요무대로 옮겨놓은 길잡이가 됐다.

-노랫말이 재미있고 노래도 트롯 리듬의 독창적인 감성을 느끼게 한다. ‘세월아 세월아 넌 누구니 / 이름도 성도 아무 것도 몰라 / 너는 왜 나만 보면 / 아는 척 하니 / 제발 뒤돌아보지 말고 / 너만 잘 가라’로 시작되는 <피는 꽃처럼>의 내용이 요즘 세월을 잊은 고령화시대의 관심사를 주제로 삼아 흥미 있다.

트롯은 노랫말의 감정을 녹여내는 창법의 개성이 매력을 좌우하는데 오랫동안 노래를 해온 기량이 신인답지 않아 활동이 기대된다.

사실 내 사주팔자에 가수라는 직업이 들어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연기자로 인기가 있을 때인 29살 젊은 시절에도 그 시대 최고 작곡가였던 고 길옥윤 선생이 우연히 내 노래를 듣고 가수로 전업하기를 끈질기게 요청하셨지만 거절했다. 연기자로 갈 길이 바쁜데 굳이 가수로 전업할 처지가 아니었다.

- 가수가 사주팔자에 있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언젠가 제주도에 갔다가 아주 용하다는 여자 역술인을 만났을 때 그런 말을 들었다. 노래 부르고 살 팔자라고. 나도 막연하지만 가수가 되는 것이 싫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그런 말은 그저 지나가는 소리로 들렸는데 지금 생각하니 앞을 제대로 내다보고 내놓은 점괘라는 생각이 든다.

- 연기인으로 활동하면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출연 드라마가 <후회합니다> <종점> <황진이> <인현왕후> <야망의 25시> <미련> <안국동 아씨> <한지붕 세가족> <푸른교실> <칠삭동이 설중매> <대원군> <유산> <용의 눈물> 등 금방 떠오르는 드라마가 수없이 많다. 출연 편수가 총 몇 편이나 되는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아 내 스스로 체크해 본 적이 없다. 2015년 KTV <가족을 지켜라>까지 연기자로 내가 맡을 수 있는 배역은 최선을 다해 감당을 하며 내 젊음을 후회 없이 드라마에 모두 바쳤다. 고 신봉승 작가의 <조선왕조 500년> 사극드라마 시리즈에 꾸준히 주요 배역을 맡았던 시절이 가장 분주하게 활동하고 또 사랑을 많이 받아 잊을 수 없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가수 겸 연기자 엄유신/사진=인터뷰365

- 한 때 영화도 바쁘게 출연하지 않았는가?

1982년 김수용 감독의 <만추>를 비롯해 변장호 감독의 <영녀>, 이두용 감독의 <초분>, 유지형 감독의 <도화>, 양병간 감독의 <피조개 뭍에 오르다> 등이 있지만 영화는 TV출연만큼 빠져들지는 못했다.

- 지금 종편방송에서 히트한 프로그램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 공개 오디션을 통해 등장한 젊은 트롯 가수들이 트롯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데뷔시기가 적절하게 보인다.

나의 음반 제작 시기가 지난 5월이지만 가수 활동을 결심하고 신곡 준비를 한 것은 방송에서 트롯 프로그램을 보여주기 전부터였다. 신곡을 결정한 뒤부터 집에서도 연습하고 차안에서도 노래를 부르며 방송의 트롯 바람이 불기 전에 시작을 했지만 공교롭게도 발표 시기에 트롯 인기가 폭발해 우연이지만 새로운 트롯시대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 행운처럼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

- 신곡 2곡과 함께 데뷔 앨범에 지난날 히트한 트롯 애창곡인 <봄날은 간다>(손로원 작사 / 박시춘 작곡), 박춘석 작사 작곡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황혼의 엘레지>, <나는 행복한 사람>(오동식 작사 작곡) 등 4곡까지 6곡을 담았다. 그 중 <나는 행복한 사람>은 별로 알려지지 않은 노래 같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다. ‘그대 사랑하는 난 행복한 사람 / 잊혀질 때 잊혀진대도 / 그대 사랑받는 난 행복한 사람 / 떠나갈 때 떠나간대도 / 어두운 창가에 앉아 창밖을 보다가 / 그대를 생각해보면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 / 이 세상에 그 누가 부러울까요 / 나는 지금 행복하니까’로 시작되는 노래로 나의 애창곡이다.

- 그 노래에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것처럼 들린다. 평생토록 독신으로 산다는 소문은 진실인가?

가짜 소문이 많은 세상인데 그건 진짜 소문이다. 혼자 사는 게 내 팔자가 되어 세상에 근심거리가 없다. 맘대로 먹고 놀고 간섭 받지 않고 귀찮게 하거나 걱정할 사람도 없다. 가족이 없는 것이 아니고 6남매의 형제자매가 늘 곁에 살고 있고 사랑스러운 조카들이 나의 꿈과 희망을 안겨주고 있어서 외로움은 느끼지 않는다. 오래도록 혼자 살지만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 인기 있고 예쁜 연예인이 독신으로 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나도 건강하고 정상적인 감정을 가진 한사람의 여자인데 가정을 가질 기회가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직도 호적이 깨끗하다는 말로 정리를 하겠다.

- 은퇴 나이에 후반의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는 삶을 두고 2모작 인생이라고들 한다. 지금 엄유신 연기인이 가수로 등장한 사례가 바로 인생 거듭나기인 2모작 인생의 출발을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신을 알고 있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서 데뷔 소감을 밝힌다면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가?

인생은 남의 눈치 보며 사느라 재미있는 시간은 짧고 힘들고 재미없는 세월이 더 많고 길다. 특히 나같이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은 남들이 알아주는 눈길이 기쁨을 줄 때도 있지만 고통으로 느껴지는 시간이 더 많다. 아무 옷이나 걸치고 자유롭게 살고 싶지만 일단 문밖을 나서면 처신이 자유롭지 못하고 감시를 받는 생활을 해야 한다. 차츰 나이가 들고 인기도 젊은 후배 쪽으로 이동하면서 나도 좀 자유스러워지긴 했지만 여전히 행동이나 활동에서 해방된 기분을 누리지는 못하고 산다.

그래서 새로운 일을 찾아 쉬지 않고 일을 한다는 것은 독신생활에 젖은 나에게는 중요한 과제와 같다. 가수는 내 연예인생에서 내 자신을 위하고 또 나를 알고 있는 분들에게 바치는 나의 마지막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한다.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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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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