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가 떠났다..." 이상우 전 국장, 35년 전 발굴한 이규형 감독 애도
"천재가 떠났다..." 이상우 전 국장, 35년 전 발굴한 이규형 감독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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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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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전 스포츠서울 창간국장, 1985년 당시 작가 지망생이었던 이규형 감독 발탁 일화 게재
지난 7일 타계한 이규형 감독/사진=인터뷰365DB

[인터뷰365 편집자 주] 지난 7일 타계한 이규형 감독이 1980년대 청년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된 시발점은 1985년 6월 서울신문사에서 창간된 일간지 스포츠서울의 연재 작가가 되면서였다. 스포츠서울은 세로쓰기에 한자 한글 혼용 신문시대의 틀을 깨고 국내 최초의 가로쓰기 한글신문으로 등장해 스포츠신문 100만부시대의 신화를 만들어 낸 신문이다. 

다음은 당시 이상우 창간편집국장이 대학생이던 이규형 무명작가 지망생을 발탁하게 된 일화를 자신의 온라인 블로그에 게재한 내용이다.

'미미와 철수' 청춘스타 지다...스포츠서울 인기작가를 추억하며 

1985년 봄.

내가 스포츠서울의 창간 편집국장으로 임명되어 창간 작업에 한창 몰두하고 있을 때였다.

청춘 독자의 관심을 집중시킬 연재물을 찾고 있었다.

그때 처음 보는 청년 한사람이 편집국장실로 들어왔다.

"국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이규형이라는 학생입니다."

조금은 당돌하다고 생각하고 그를 쳐다보았다. 잘생긴 얼굴에 눈웃음을 머금고 꾹 다문 입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제가 청춘 소설을 하나 썼는데 스포츠 신문을 창간하신다고 해서 연재를 하면 어떨까 해서 왔습니다."

나는 속으로 별 이상한 녀석도 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간하는 일간 신문에 무명의 학생이 자기 소설을 연재하겠다고 덤벼드니(?) 맹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간 신문 연재란 상당한 평판이 있는 작가라 해도 선택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데, 무명의 학생이 연재를 할테니 써 보라는 배짱이 보통은 아니었다.

1985년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연재소설에 대해 의견을 나누던 필자(좌)와 이규형 작가, H출판사 이갑섭 사장/사진=이상우 제공

"그래 소설은 쓴 것이 있냐?"

"예. 여기 있습니다."

그는 1천장(200자 원고지) 정도 되어 보이는 원고 뭉치를 내 놓았다.

"그럼 이걸 두고 가게 내가 읽어보고 쓸만하면 연락 할테니."

"예. 거기 제 연락 전화번호가 있습니다."

나는 며칠 동안 그 일을 잊고 있다가 마땅한 연재 작가가 없어 그 원고 뭉치를 내 보았다.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

제목부터 눈길을 끌었다.

첫 장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몇 장 읽지 않아 눈이 둥그래졌다. 나도 소설가이지만 이런 희한한 작품은 처음 보았다.

당시 학생들 사이에 유행하던 단어와 유머로 스토리를 엮어나간 솜씨가 놀라웠다.

-이거야, 내가 찾던 소설이 이거야!

나는 다 읽기도 않고 그를 불렀다.

아니나 다를까 신문이 창간되자 대단한 반응을 일으켰다. 젊은 독자들이 '이제야 말로 우리 세대 신문이 나왔다'고 했다.

이 소설은 창간호에 연재된 방학기의 김두한 만화 '감격시대'와 개그 작가 '전영호의 개그펀치', 강철수의 '발바리의 추억', 김왕석의 '야수와 사냥꾼', 김두호 기자가 쓴 신성일의 '秘 톱스타의 사생활'등과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 일으켰다.

그 후 이규형은 그의 넘치는 예술 재능을 영화로 옮겨 크게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어느 날 그가 국장실로 찾아왔다.

"국장님 저를 스포츠서울 일본 특파원으로 좀 보내 주십시오"

이규형다운 느닷없는 청탁이었다.

기자 출신도 아닌 사람이 해외 특파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그가 모를 이 없었다.

"무슨 소리야?"

"개인적인 사정은 묻지 마시고... 제 몫은 하겠습니다."

나는 그의 얼굴에서 정말 개인적인 사정이 있다는 것을 읽었다.

"특파원은 안 되고 도쿄 통신원으로 발령 낼테니 괜찮냐?"

"예. 물론 입니다."

"대신 일본 문화에 관한 기사를 자주 보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그는 일본에 체류하게 되고 일본 문화에 관한 글을 많이 썼다. 책도 여러 권 출간했다.

일본 생활을 마치고 와서도 영화에 몰두해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고생을 했다.

그런데 그 천재가 떠났다.

눈물을 감추고 명복을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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