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덜덜 떨다
아프리카에서 덜덜 떨다
  • 육홍타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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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홍타의 쉬다, 걷다]
단 하루 텐트에서 잤던 야영장에는 수영장도 있었는데 밤에는 코끼리들이 물을 마시러 왔다.ⓒ육홍타

[인터뷰365 육홍타 칼럼니스트] 첫 번째 아프리카 여행은 당일치기였다. 스페인의 말라가에 일주일 묵고 있을 때였는데, 모로코를 당일로 갔다오는 패키지(?)가 있길래 다녀왔다. 아프리카 여행이라기보다는 아랍여행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짧은 첫걸음이었다.

두 번째는 그로부터 16년뒤, 딸과 함께였다. 이 아프리카 여행은 한마디로 추위와의 전쟁이었다. 추워서 덜덜 떤 것이 전 일정을 관통하는 추억이다.

아프리카 전문여행사는 세 군데가 유명한데 모두 영국계 회사들이다. 우리는 아카시아라는 회사의 상품 중에서 트럭을 타고 이동하며, 텐트를 치고 야외에서 자는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모험심이 부른 만용이었다.

긴 여정을 일주일 정도로 토막 내어 파는 상품이어서 자유롭게 구간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그중에서 빅토리아폭포가 있는 잠비아의 리빙스턴에서 출발하여 보츠와나를 거쳐 남아공으로 내려와 요하네스버그에서 끝나는 5박6일 코스를 골랐다.

이 여행상품을 담당하는 한국대행사의 오리엔테이션에서 남반구 아프리카는 지금 겨울이라 춥다는 설명을 듣고 검색해보니, 막상 현지온도는 그리 낮지 않았다. 그래서 나름 거기 맞춰 준비했는데, 이것이 실수였다.

한국은 8월 여름이라 한창 더울 때여서 추위에 대한 감각이 느슨했던 데다가, ‘아프리카는 더운 지방’이라는 고정관념이 강하게 깔려 있어서 캠핑이라는 상황을 고려에 넣지 않게 만들었던 것이다.

폭포에선 물보라로 인해 무지개가 보이곤 한다. 심지어 쌍무지개도 뜬다.ⓒ육홍타

출발 전날 리빙스턴에 도착해 딸과 단둘이 택시를 타고 빅토리아폭포를 보러갔다. 겨울이 건기라 물이 적은 편이라며, 물이 많을 때는 물보라 때문에 오히려 폭포가 잘 안 보인다고 택시기사가 설명해주었다.

잠비아를 출국해서 짐바브웨에 입국하고, 다시 짐바브웨를 출국해서 잠비아에 재입국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비자비용도 곱빼기로 든다)을 거쳐 짐바브웨 쪽의 폭포도 구경했다. 두 나라의 폭포 모두 역동적이고 아름다웠다.

그날 밤 로지에 묵었는데, 난방이 안 되어서 너무 추웠다. 추위로 잠을 설치고 일찍 일어나서 개인관광으로 헬리콥터를 타고 다시 폭포를 보러 갔다. 하늘에서 보는 폭포는 졸졸 흐르는 작은 물줄기들 같아서 실망스러웠다. 웅장한 폭포를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권하고 싶지 않은 옵션이다.

나름 검역시스템이 잘 이루어져 있어서 국경을 넘거나 할 때는 신발을 소독하게 했다.ⓒ육홍타

드디어 패키지 일정이 개시되어 트럭이 출발했다. 24명분의 좌석과 사물함이 마련되어 있는 대형트럭이었는데 승객이 12명뿐이라 여유가 있어 편안했다. 트럭이면 털털거려서 지치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의외로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초베강과 잠베지강이 만나는 곳에서 카페리를 타고 보츠와나로 들어갔다. 초베강을 배로 유람하면서 자연상태의 동물들을 구경하는 리버 크루즈를 한 뒤, 대망의 캠핑이 시작되었다.

식사와 청소는 일행 모두가 일정표에 따라 분담했다. 텐트를 나눠주길래 치는 방법을 배워서 겨우 쳐놓았더니 60달러를 내면 로지로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고 해서 기껏 친 텐트를 놔두고 방에 묵었다. 어제 너무 추웠던 탓에 노숙을 할 엄두가 안 났기 때문이다.

이틀째는 코끼리들이 많이 온다는 캠프사이트였다. 나뭇가지들이 코끼리들에 의해 꺾여 있는 것이 독특했다. 비록 느리긴 해도 이런 벌판에서 인터넷이 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모래로 된 바닥이 따뜻하고 햇볕도 뜨거워서 드디어 텐트에서 자기로 했다.

막상 침낭에 누워보니 따뜻한 공기, 따뜻한 모래바닥은 금방 어디론가 사라지고 텐트 안은 무서운 속도로 추워졌다. 아무리 껴입어도(심지어 여기서 처음 만난 일행이 두꺼운 옷을 빌려주기까지 했는데도) 추워서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딸은 목이 잠겼다.

즐거운 식사시간. 여행 리더의 요리실력이 좋았다.ⓒ육홍타

결국 우리는 텐트를 포기하기로 했다. 이번 여행을 위해 새로 산 침낭은 이렇게 단 한번 써보고는 다시 짐속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3박은 그냥 돈을 더 내고 로지에서 묵었다. 남반구니까 당연한 일이지만,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더 추워져서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했다.

전체코스를 트럭으로 이동하므로 하루 종일 달리기도 했다. 끝없이 뻗어 있는 포장도로엔 지나다니는 차가 별로 없었다. 양쪽으로는 광활한 벌판이 펼쳐졌다. 사막 가장자리를 지날 때면 더 황량해졌다.

남아공 국경에서는 비자를 가지고 트집을 잡아 돈을 5백 달러나 요구하는 황당한 일도 겪었다. 남아공은 우리와 무비자 협정이 되어 있는 곳이었는데, 컴퓨터에서 그게 인식되지 않는다며 자기가 책임을 지고 보내줄테니 그 대신 돈을 달라는 것이었다.

담당자만이 아니라 윗선에서도 공조하는 일인 듯했다. 윗사람과 상의한다며 꽤 시간을 끌었지만, 이 상황에 분개한 딸이 외교부에 국제전화를 거는 등 난리를 치는 모습을 보더니 갑자기 꼬리를 내리면서 통과시켜주었다.

사파리 차량. 바람이 잘 통하는 덕분에 엄청나게 추웠다.ⓒ육홍타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남아공 크루거국립공원에서의 사파리였는데, 이 역시 추위와의 싸움이었다. 동물들이 한낮이면 숨어버린다고 꼭두새벽에 출발했다. 개방형인 사파리 트럭을 타고 동물들을 찾아다니는 것인데, 두꺼운 담요를 겹쳐 둘렀어도 무지무지 추웠다.

빅5라고 해서 사냥하기 어려운 동물 다섯 가지(코끼리, 사자, 표범, 코뿔소, 버팔로)를 꼽는데, 우리 차도 그 다섯 가지를 다 만나는데 성공해서 고생한 보람은 있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사실 고생을 각오하고 선택한 아프리카행이었지만, 실제 돌아다녀보니 여행하기에 너무나 편안한 곳이었다.(북쪽으로부터 내려와 우리와 합류했던 여행동료들의 말에 의하면 북으로 올라갈수록 시설이 열악해진다고 했다. 우리가 마침 좋은 환경으로만 다닌 것 같기도 하다.)

캠프사이트들은 놀랄만큼 잘 되어 있었고, 지평선이 보이는 평원을 가로지르는 도로들이 완벽하게 깔려 있었다. 관광이 주요한 산업의 하나라서 그런지 여행자들을 위한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었다.

‘아프리카는 더운 곳’이라는 선입견만 조심하면, 그리하여 추위에 충분히 대비하기만 하면, 아프리카는 여행자의 천국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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