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영화 속 최초로 말을 탄 '꿈'의 최은희와 여배우들(26)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영화 속 최초로 말을 탄 '꿈'의 최은희와 여배우들(26)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1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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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은희, 1954년작 영화 '꿈'에서 최초로 마상(馬上) 연기...낙상 속에서도 열연
- 1956년 '구원의 정화'서 '남장'으로 말타고 선교한 윤인자의 명연기
- 하연남, 1956년 '처녀별'서 불편한 몸으로 김진규와 마상연기 펼쳐
- 문정숙, '정복자'에서 낙마로 6개월간 병상 신세
- 안소영, 심야영화 1호 '애마부인'서 선정 포즈로 대히트
(왼쪽 부터) 영화 '꿈'(1954), '구원의 정화'(1956)/사진=정종화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여자가 말을 타면 팔자가 사나워진다든가 아이를 못 낳는다는 등 근거 없는 낭설로 인해 여배우가 말을 타는 장면은 1919년 우리 영화가 탄생한지 35년 후에야 이뤄졌다. 1954년 춘원 이광수 소설을 신상옥 감독이 연출한 '꿈'에서였다.

좀처럼 여배우들이 말을 타는 것을 기피하는 현실을 목도한 신상옥 감독은 앞으로 고전 사극물이 많이 영화화됨을 예견하고 부인인 최은희에게 이런저런 낭설에 구애 받지 말고 승마 연습을 하도록 해 촬영에 들어갔다. 절친한 사이인 황남을 상대역으로 출연시켜 추운 겨울 장충단 고갯길에서 연기하였다.

워낙 길이 미끄럽고 추운 겨울에 촬영을 했던 관계로 최은희는 얼음 바닥에 말과 함께 여러 차례 넘어지고 수없이 NG를 내면서 촬영을 감행했다. 최은희의 다리는 멍으로 얼룩져 1주일간을 고생했지만, 최초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위안을 삼고 그 후 '무영탑', '성춘향', '청일전쟁과 여걸민비'로 능숙한 마상(馬上)연기의 개가를 올렸다.

1956년 대원군 시대 천주교 박해를 둘러싼 포교와 전도로 사명 감당하는 신자들의 사역을 그린 '구원의 정화'에서는 최초의 키스 신으로 화제를 낳은 윤인자가 남장을 하고 말을 타며 선교하는 명연기를 펼쳤다. 관헌의 눈을 피해 전도하며 신자를 교회당으로 인도하는 고행의 역할이었다. 추운 겨울 한강의 노들강변에서 십자가형을 받고 순교하는 라스트 신은 당시로는 압권이었다.

(위 맨 왼쪽 부터 시계방향) 영화 '꿈', '정복자', '구원의 정화', '처녀별' 포스터/사진=정종화
(왼쪽 부터)영화 '처녀별'(1956), '정복자'(1962) 포스터/사진=정종화

1956년 윤봉춘 감독의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인 '처녀별'에서 히로인 하연남은 당파싸움으로 희생된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남장을 하고 김승호 대감집에 하인으로 일한다. 그러다가 도련님 역의 김진규와 친해지면서 당파싸움이 없는 곳으로 말을 함께 타고 도망간다는 스토리다.

1946년 우리나라 최초의 광복영화 '자유만세'에서 간호원으로 출연한 하연남은 현존하는 92세의 원로스타다. 6·25전쟁 당시 서울에서 포탄으로 팔에 상처를 입었지만 불편한 몸으로 '처녀별'에서 김진규와 함께 말을 타고 추격 당하는 다이내믹한 연기로 감동을 주었다.

1960년대에 만주 벌판을 배경으로 한 독립군 영화가 많이 나왔다. 1962년 권녕순 감독의 '정복자'에서 문정숙이 낙마하여 6개월간 촬영이 지연되기도 했다. 

영화 '애마부인'(1982) 포스터

1982년 심야영화 제1호인 정인엽 감독의 '애마부인'에서 안소영은 충격적인 선정 포즈로 대박을 쳤다. 이후 '애마시리즈'와 '산딸기' 그리고 '빨간앵두' 등 애로 영화의 붐에 '말'이 일조했음은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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