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막의 귀공자’로 사랑 받은 배우 이민
- 김지미·최무룡·남궁원·최지희 등 기라성 같은 배우 총출동
▶[내 가슴에 남아있는 한국고전영화와 그 배우들(10)] '지옥화'(1958)와 배우 최은희 이어서
인터뷰365 백학기 칼럼니스트 = 혹시 ‘이민’이란 배우를 아세요?라고 누군가 내게 물은 적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민’이라고 잘생긴 배우가 있었어..라고 어느 여류시인이 내게 말한 적이 있다.
'비 오는 날의 오후 세시'는 박종호 감독이 만든 로맨스 멜로 영화다. 미국교포인 헨리 장(이민)과 전쟁으로 약혼자를 잃은 안수미(김지미), 수미의 약혼자 인규(최무룡)를 중심으로 인물 간 삼각관계를 다루는 전형적 멜로 드라마 구조다. 고아인 안수미는 약혼자 인규를 통해 가족을 얻는다.
그러나 전쟁에 나갔던 인규의 사망 소식과 함께 그 가족은 사라지고 절망에 빠진 수미는 우연히 미국교포로 미 8군에서 군목부장으로 있던 ‘헨리 장’을 만나면서 새로운 삶을 얻게 된다. 그러나 그와의 행복도 잠시, 그들의 결혼식 날 죽은 줄만 알았던 인규가 돌아온다.
그러자 그녀는 헨리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사라진다. 평소 헨리 장에게 호감을 갖고 있던 인규의 동생 인숙(최지희)이 헨리를 집으로 초대하면서 두 사람은 다시 재회하게 되고, 수미는 심한 갈등에 빠진다. 결국 둘 중 어느 누구도 선택하지 못했던 수미는 갑작스러운 심장병으로 죽어간다.(시네마테크KOFA)
센티멘털한 제목의 '비 오는 날의 오후 세시'는 1950년대 전쟁과 분단 이후 한국 사회의 시대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다.
흰색 바바리코트를 입고 비행장 트랩에서 내리는 배우 이민의 실루엣 장면은 매우 인상 깊다. 배경으로 화면에 그윽이 깔리는 바이올린 소리도 심금을 울린다. 배우 이민은 이처럼 당시 한국 여성 팬들과 관객들에게 잘생긴 미남 배우의 전형으로 사랑을 받았다. 그는 이 영화에서 미국인 2세 ‘헨리 장’역으로 등장한다.
이후 비 오는 날 서울 종로 파고다 공원 벤치서 울고 있는 김지미와의 만남이 인연이 돼 나중에 살롱에서 함께 춤추는 댄스 장면도 볼 만 하다. 댄스홀에서는 실제 가수 박재란 손시향 씨가 출연했다. “꿈이라면 깨지 말걸” 이라는 가사가 실린 ‘두 갈래 길’을 부른다. 여배우 김지미가 이민과 최무룡 사이에서 방황하는 갈등의 심정이 가사에 두드러진다.
영화 제목을 본 따 ‘비 오는 날 오후 세시’라는 유행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대중들 사이에서 비 오는 날 오후 3시 ‘약속’이라는 약속 로맨스를 탄생시키기도 했고, 전성기를 지낸 유명인이나 연예인을 가리켜 ‘오후 3시 같다’는 비유법이 이 영화를 통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배우 이민은 이 영화를 통해 많은 관객들과 만났다.
영화평론가 김종원이 ‘은막의 귀공자’라고 칭한 배우 이민은 1957년 '청실홍실'(정일택 감독), '여성전선'(김기영 감독), '찔레꽃'(신경균 감독), '실낙원의 별'(홍성기 감독) 등 5편에 잇달아 출연했다. 이어 58년엔 '흐르는 별'(김묵 감독), '별아 내가슴에'(홍성기 감독), '그 밤이 다시 오면'(노필 감독), '유혹의 강'(유두연 감독) 등 10편, 그리고 59년도에는 '비오는 날 오후 세 시'를 비롯해 '꿈이여 다시 한번'(백호빈 감독), '애모'(신경균 감독), '동백꽃'(정일택 감독) 등에 출연하면서 1950년대를 화려하게 장식한 배우다.
강원도 춘천 태생인 배우 이민(1921년생)은 1949년 강춘 감독의 '연화'로 데뷔했다. 이후 1950년대 은막 스타로 화려하게 활동하면서 대중들의 인기를 얻었으나 1963년 김수길 감독의 '백마고지'를 끝으로 영화계를 떠났다.
'비 오는 날의 오후 세시'에는 1960년대 주연배우로 자리 잡게 되는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등장한다. 최무룡 남궁원이 바로 그들이다. 이와 함께 최지희를 비롯해 이빈화도 등장한다. 황정순 복혜숙 등이 출연하기도 한 이 영화는 당시 한국의 주·조연급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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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학기 칼럼니스트
시인 겸 영화감독. 전북 고창 출생으로 <삼류극장에서 2046>등 여러 권의 시집을 냈으며, 영화 <공중의자><이화중선><선미촌>등을 감독했다. 현재 서울디지털대학(SDU) 교수로 재직 중으로, 섬진강영화제 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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