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영화감독 백학기의 시네스토리] '자유만세'(1946)와 배우 전창근·윤봉춘·김승호
[시인 영화감독 백학기의 시네스토리] '자유만세'(1946)와 배우 전창근·윤봉춘·김승호
  • 백학기 칼럼니스트
  • 승인 202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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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남아있는 한국고전영화와 그 배우들(4)]
- 항일과 광복을 소재로 한 최인규 감독의 '자유만세'
영화 '자유만세' 장면/사진=KMDb

[내 가슴에 남아있는 한국고전영화와 그 배우들(3)] ‘반도의 봄’과 배우 김소영, 복혜숙 이어서

인터뷰365 백학기 칼럼니스트(/시인 겸 영화감독) = 고려영화사가 1946년도 제작한 최인규 감독의 영화 '자유만세'는 지난 2007년 9월 국가등록유산으로 지정됐다.

한동안 '해방 후 최초의 영화'로 알려져 있으나 광복 이후 3번째로 제작된 한국 극영화라는 게 통설이다. '의사 안중근'이 해방 후 최초이며, 두 번째 영화가 '똘똘이의 모험'인데 이 두 작품은 필름이 남아 있지 않다.

'자유만세'는 ‘항일’과 ‘광복’을 소재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 영화사적 의의가 있다. 그해 국제극장(구 명치좌, 현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봉한 '자유만세'는 액션·멜로 장르의 흑백영화로 독립운동가인 주인공(전창근-최한중 역)의 일제에 대한 항거와 그를 사랑하는 두 여인(미향과 혜자)와의 스토리가 주된 내용이다.

영화 '자유만세' 포스터/사진=KMDb

이 영화는 한마디로 시대의식이 잘 드러난, 광복을 맞은 관객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맞춤형’영화라는 인상이 짙다. 이에 따라 역시 관객들의 호응도 두드러졌다. 영화제작에 참여한 감독 최인규, 각본 및 배우 전창근, 촬영 한형모 역할이 두드러진다.

특히 '미몽'을 감독한 양주남이 편집에 참여하고, 신상옥 감독도 미술에 관여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이 영화를 본 장개석(蔣介石) 당시 국민정부 주석은 '자유만세, 한국만세(自由萬歲, 韓國萬歲)'라는 휘호를 썼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덧붙여 예술적 완성도마저 잘 갖추었다는 평가다.

출연 배우는 주인공 전창근과 함께 미향 역의 유계선, 혜자 역의 황려희를 비롯해 김승호 복혜숙 한은진 윤봉춘 등이 나온다. 특기할만한 사실은 김승호의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것.

(사진 왼쪽부터)영화 '자유만세'의 배우 황려희, 김승호/사진=KMDb

주인공 역의 전창근은 윤백남이 운영하던 윤백남 프로덕션을 통해 이미 1935년에 '개척자'에 출연하면서 영화계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그러나 이후 상하이로 떠나 '양자강'(1937)의 각본과 주연을 맡는 등 중국에서 활동해 국내에서는 상하이파로 불렸다.

그는 앞서 3년여 동안 준비한 '복지만리'(1941년 개봉)를 통해 만주를 배경으로 조선인 이민자들의 삶을 그린 일종의 국책 영화를 만들었다. 시나리오를 쓰고 직접 연출해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전력이 있다. 이 영화에서 전창근 자신은 주연배우로도 출연했다.

'자유만세'에 배우로 출연한 윤봉춘은, 나운규 전창근 감독과 함께 함북 회령 출신의 넘버3 감독으로 일컬어진다. 나운규 감독과 더불어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던 시기 영화계에 발자취를 남긴 윤봉춘은 슬하에 둔 자녀가 모두 영화인으로 활동한 것도 특기할만하다. 그의 장남은 영화감독 겸 각본가인 윤삼륙이며, 셋째딸이 그 유명한 배우 윤소정이다. 윤소정의 남편 또한 배우 오현경으로, 이들 사이에 딸 오지혜(배우)가 있다.

어쨌든 윤봉춘 감독이 활동하던 그 시대에는 감독이면서 배우로도 활동을 하는 등 배우와 연출 분야를 오가는가 하면 다른 감독이 준비하는 영화의 극본을 쓰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시기다.

'자유만세'는 당초 이 영화 필름이 100분짜리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는 51분 러닝타임만 남아있다. 6·25전쟁 등을 거치며 많은 부분이 유실된 탓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또한 사료상으로만 존재한다.

생전 전창근의 증언과 시나리오를 참고하면, 이 영화의 유실된 마지막은 “곧 일본 헌병대가 사이드카로 주인공 한중을 추격하여 산중 총격전 끝에 죽게 되는 장면들이다. 그 시간이 바로 8월 15일 동틀 녘이었다”고 전창근은 회고한 바 있다.

영화 '자유만세' 장면/사진=KMDb

이 영화 속에는 재미있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최한중(전창근 분)을 짝사랑하는 혜자(황려희 분)의 일기를 쓰는 장면이다. 혜자는 한밤중 짝사랑을 그리워하면서 일기를 쓴다. “그인/내 오빠도 않이고/ 내 先生님도 않이고/더구나/ 내 ?도 않이고!”라고 쓰는데 맞춤법이 ‘아니다’의 ‘않이다’로 쓰는 것이나, ‘내 누구’의 ‘?’로 쓰면서 관객들을 웃음으로 몰아넣는다.

이어 혜자는 “그럼 데체 뭘일가?”라고 일기 속에서 자문하면서 주인공 최한중의 성격을 탓하는 마음을 “무뚝뚝도 하고/내가 갓다들인/꽃도 못 볼 만치/눈치가 업고”라고 쓴 뒤 한동안 생각에 잠기다가 마침내 일기장을 죽죽 찢어버리는 장면은 짝사랑을 그리워하는 혜자의 민낯을 기탄없이 드러내고 있는 장면으로 기억할 만하다.

백학기 칼럼니스트

시인 겸 영화감독. 전북 고창 출생으로 <삼류극장에서 2046>등 여러 권의 시집을 냈으며, 영화 <공중의자><이화중선><선미촌>등을 감독했다. 현재 서울디지털대학(SDU) 교수로 재직 중으로, 섬진강영화제 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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