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영화감독 백학기의 시네스토리] '하녀'(1960)와 배우 김진규·이은심·주증녀·엄앵란·안성기
[시인 영화감독 백학기의 시네스토리] '하녀'(1960)와 배우 김진규·이은심·주증녀·엄앵란·안성기
  • 백학기 칼럼니스트
  • 승인 2025.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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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남아있는 한국고전영화와 그 배우들(16)]
- 김기영 감독의 영화 '하녀'...당대 한국 사회의 긴장과 모순 담아
하녀 김진규 이은심
김기영 감독의 영화 '하녀'(1960)의 배우 김진규(동식 역), 이은심(하녀 역)./사진=KMDb

[내 가슴에 남아있는 한국고전영화와 그 배우들(15)] '돈'(1958)과 배우 김승호·최은희·최남현 이어서

인터뷰365 백학기 칼럼니스트 = 1960년 개봉한 김기영 감독의 영화 '하녀'는 신분 상승을 꿈꾸는 하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인간의 욕망과 억압, 공포와 불안 등 당대 한국 사회의 긴장과 모순을 드러냈다. 2층 단독주택으로 상징되는 중산층 가족과 그 집에서 벌어지는 스릴러물이다. 러닝타임도 당시로서는 꽤 긴 111분.

주인공인 동식(김진규 분)은 아내(주증녀 분)와 다리가 불편한 딸, 그리고 아들(안성기 분)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남부럽지 않은 중산층 가족이다. 동식은 방직공장 일터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이자 작곡가이기도 하다. 잘 생긴 외모에 자상함까지 갖춰 방직공장의 여공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그런데 여공 선영으로부터 연애편지를 받게 된다.

이 일로 선영은 공장을 그만두게 된다. 그녀의 친구 경희(엄앵란 분)는 선영이 직장을 그만두자 모종의 결심을 하고 동식의 집으로 피아노 레슨을 받으러 온다. 이즈음 새 집으로 이사한 동식은 아내의 몸이 쇠약해지자 레슨을 받는 경희에게 부탁해 하녀(이은심 분)를 소개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동식은 임신한 아내가 친정에 다니러 간 사이 경희는 동식에게 뜻밖의 사랑을 고백하고, 이 모습을 창 밖에서 몰래 지켜보던 하녀는 동식을 유혹해 육체관계를 맺는다. 알고 보니 가정부는 이상성격의 소유자. 이내 동식을 향한 협박에 들어간다.

한 지붕 아래서 살게 된 남편과 아내, 그리고 가정부, 이들의 기묘한 동거를 '하녀'는 보여준다. 3개월 후 하녀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아내(주증녀)는 하녀를 계단에서 밀어 낙태를 하게 만들고, 결국 하녀의 집요한 앙심은 동식 부부의 아들(안성기)을 계단에서 밀어 죽게 만드는 복수로 이어진다는 내용이다.

리안성기 엄앵란 이유리
김기영 감독의 영화 '하녀'(1960)의 배우 안성기, 엄앵란, 이유리./사진=KMDb

하녀(이은심)가 동식(김진규)에게 “당신은 이제 내 방에서 자요”라고 협박하거나, 동식 부부가 자고 있는 안방으로 한밤중에 찾아와 “더는 혼자서 잘 수 없다”며 동식을 끌고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는 장면은 이 영화가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팜므파탈의 전형을 예고한다.

또 동식의 옷을 벗기고 어깨를 깨무는 행위나 머리를 쥐어뜯는 장면, 정사 씬에서 다리를 꼬고 놓아주지 않는 장면은 살모사를 떠올릴 만큼 섬뜩한 면이 엿보인다. 후에 경희(엄앵란)가 다시 피아노를 배우겠다고 찾아왔을 때 칼을 들고 찾아와 “당신은 내 것이에요”라며 동식에게 위협하는 장면에서는 관객들이 아연실색할 만큼 전율마저 느끼게 한다. 김기영의 '하녀'는 ‘그로테스크’와 ‘괴기’의 두 접점에서 전율스러운 공포를 욕망을 매개로 당대에 보여준 빼어난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녀 이은심
김기영 감독의 영화 '하녀'(1960)의 배우 이은심./사진=KMDb

'하녀'에서 팜므파탈의 전형을 유감없이 연기한 배우 이은심은 1935년 일본 나고야 출생이다. 해방 후인 1946년 입국해 부모의 고향인 경상북도 상주에서 거주하다 1959년 '조춘'(유두연 감독)에서 은심 역으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이때부터 ‘이은심’을 예명으로 활동했다. '슬픈 목가'(김기영, 1959)에서 역전다방 레지 역 미스 김, '고종황제와 의사 안중근'(전창근, 1959) 나부교의 딸인 나금봉 역할을 맡았다. '사랑도 슬픔도 세월이 가면'(1962) 이성구 감독과 결혼 후 '지게꾼'(조운천, 1963), '연애졸업반'(이형표, 1964), '신식할머니'(백호빈, 1964)에 출연했다. 한동안 스크린 활동을 멈추다가 1982년 브라질로 이민했다.

최은희, 조미령과 더불어 해방 직후 최초의 스타급 연예인으로 주목받은 아내 역의 주증녀는 함경남도 영흥군 출신이다. 극단 출신의 여배우로, 1949년 영화 '조국의 어머니'로 데뷔하고 1950년 '여인애사'와 '흥부와 놀부'로 스타덤에 올랐다. 1957년에 여배우 인기 순위에서 조미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예쁜 외모를 가졌으나 꽃다운 나이에 터진 6.25 전쟁 때문에 아가씨 역을 잘 맡지 못했다는 후문. '별아 내 가슴에'(1958년)를 시작으로 1960년대 한국영화의 부흥기에 주로 어머니역을 맡았다. '하녀'(1960년)에서 아내와 어머니역을, '갯마을'(1965년)에서 어머니 역으로 출연했다. 1980년 서울 성모병원에서 뇌졸중으로 별세했다. 향년 54세.

백학기 칼럼니스트

시인 겸 영화감독. 전북 고창 출생으로 <삼류극장에서 2046>등 여러 권의 시집을 냈으며, 영화 <공중의자><이화중선><선미촌>등을 감독했다. 현재 서울디지털대학(SDU) 교수로 재직 중으로, 섬진강영화제 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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