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영화감독 백학기의 시네스토리] '지옥화'(1958)와 배우 최은희
[시인 영화감독 백학기의 시네스토리] '지옥화'(1958)와 배우 최은희
  • 백학기 칼럼니스트
  • 승인 2025.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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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남아있는 한국고전영화와 그 배우들(10)]
- 신상옥 감독의 초기 영화서 만나는 빼어난 연출 솜씨
- '팜프파탈' 역 최은희가 펼치는 연기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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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옥화'(1958) 장면. 배우 조해원, 최은희/사진=K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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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백학기 칼럼니스트 = '신상옥푸로덕슌'의 제7회 작품 '지옥화'의 영문 제목은 ‘The Flower in Hell'이다. 지옥과 꽃의 합성어인 '지옥화'는 한국전쟁 이후 양공주들의 무대인 기지촌 사회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통해 시대의 아픔과 삶의 애환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1958년 4월 서울 중앙극장에서 개봉한 '지옥화'는 그 다음해 제2회 부일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최은희)을 수상할 만큼 영화의 주제나 소재면에서 현대의 영화들에게도 전혀 뒤지지 않는 멋진 작품이다.

지난 2020년 한국영상자료원이 4K 해상도로 복원한 블루레이판 '지옥화'에는 양공주 소냐로 나오는 팜프파탈 역 최은희의 매력과 함께 그녀가 혼신을 다해 펼치는 연기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당시 포스터 전단지에는 풀밭에 온 몸을 던져 누워 있는 최은희의 유혹적인 자태와 관능적인 모습을 선전하면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영화가 또다시 자신을 가지고 여러분에게 보내드리는 현대극영화’라고 영화 내용을 알린다. 이와 함께 “자기가 살기 위해서 남편을 죽여야 할 것인가? 물결치는 관능(官能)의 파도 속에 허덕이는 형제애(兄弟愛)”라는 광고 문구가 눈에 띈다.

영화 '지옥화'(1958) 포스터./사진=KMDb

양공주인 소냐(최은희 분)와 기지촌에 빌붙어 사는 영식(김학 분). 그들은 연인 비슷한 사이로 등장한다. 연인 사이로 관객들이 눈치챘다면 오산. 그들은 기지촌에서 미군과 달러가 필요한 공생관계다. 이러한 관계는 영화 시작부터 군인이었던 영식의 동생 동식(조해원 분)이 시골집과 연락을 끊은 영식을 찾으러 기지촌에 찾아오면서 드러난다.

동생 동식은 형 영식을 만나 기지촌을 떠나 시골집으로 돌아갈 것을 요청한다. 그러나 형 영식은 동생 동식에게 야멸차게 고향에 돌아가지 않겠다며 동생에게 혼자 돌아가라고 말한다. 잘생긴 동생 동식을 본 소냐는 동생을 은밀히 유혹한다. 결국 동식은 소냐의 유혹에 넘어가 괴로워한다. 이로 인해 팜므파탈 소냐는 형 영식을 치워버리기(?)로 작정하고 영식 일당이 벌이고 있던 미군 물품 절도 건을 미군 헌병에 신고해 버린다.

이 일로 인해 미군과 영식 일당, 그리고 동식을 찾으려는 소냐의 추격전이 벌어진다. 소냐는 결국 사건의 전말을 안 영식의 칼에 죽게 되며, 영식 역시 총에 맞아 죽는다.

영화의 결말은 살아남은 동생 동식이 다른 양공주인 주리(강선희 분)를 데리고 시골에서의 새 삶을 기약하며 귀향한다는 내용이다.

영화 '지옥화'(1958) 장면. 배우 조해원, 최은희/사진=KMDb

'지옥화'에 등장하는 소냐 역의 최은희는 이전 영화들에서 관객들에게 보여줬던 이미지와 크게 다르다. 등장부터 매혹적이다. 소냐를 찾아왔던 미군이 돌아가고 건달 한 명이 소냐 방에 들어와 그녀를 겁탈하려 하자 과도를 집어 들어 건달을 찌르는 장면에서 소냐가 영화 후반부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관객들로 하여금 짐작케 한다.

이어 풀밭에 누워 있는 애인 영식을 찾아가 대화하는 장면도 고전적인 이미지의 최은희와는 딴판인 캐릭터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해낸다.

불륜과 범죄, 양공주와 미군 부대, 결투와 자동차 추격신 등 인물과 플롯, 그리고 스토리가 탄탄한 신상옥 감독의 초기 영화의 스펙터클을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바로 '지옥화'이다.

한국영화 사상 이토록 매력적인 팜므파탈이 전면에 등장하는 영화가 또 있을까라고 영화평론가 이지윤은 말한다.

제작비가 충분하지 못해, 서울 풍경 장면은 주로 다큐멘터리식으로 촬영을 했다는 후일담이나 미군 부대 파티 장면은 영내에 몰래 들어가 실제로 파티 장면을 '도촬'한 것 등 신상옥 감독의 빼어난 연출 솜씨는 '지옥화'에서 한껏 두드러진다. 그런가하면 진흙탕에 빠져 사투를 벌이는 실제 서울 왕십리 사근동 일대 갈대밭에서 촬영된 마지막 장면은 지금 감상해도 리얼한 액션 연기와 카메라 워킹이 돋보인다.

최은희, 김학, 조해원
영화 '지옥화'(1958) 장면. 배우 최은희, 김학, 조해원/사진=KMDb

최은희와 함께 열연한 형 영식 역의 김학과 동생 동식 역의 조해원 배우도 매우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배우 김학(金鶴)은 '로맨스빠빠'(신상옥, 1960)에서 지점장역과 '투명인의 최후'(이창근, 1960) 형사 역, '장미의 곡'(권영순, 1960) 간부역, '어머니의 힘'(안현철, 1960) 상인 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이후 1960년대에 들어 '백마고지'(김수길, 1963)에서 왕중위(중공군)역으로, '나교(裸橋)'(이희중, 1968)에서 사단장역과 '대전장'(박호태, 1971) 부사단장역을 끝으로 스크린을 떠났다.

동식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 보인 배우 조해원은 오랜 조감독 생활을 거쳐 1965년 '불나비'로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 작품은 시나리오 작가 김강윤이 본격 미스터리극을 준비하고 제작하면서 영화화됐다(경향신문). 짜임새 있는 추리극이라는 평을 받은 이 작품은(동아일보), 미모의 여성을 둘러싸고 연이어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후, 조해원은 '공포의 18일'(1968), '안개 속의 탈출'(1970) 등 추리와 액션이 혼합된 개성 있는 작품을 연출했다.

백학기 칼럼니스트

시인 겸 영화감독. 전북 고창 출생으로 <삼류극장에서 2046>등 여러 권의 시집을 냈으며, 영화 <공중의자><이화중선><선미촌>등을 감독했다. 현재 서울디지털대학(SDU) 교수로 재직 중으로, 섬진강영화제 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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