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하영 365칼럼] 희망은 ‘미래’를 발견하는 자의 것!...ALL-NEW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주하영 365칼럼] 희망은 ‘미래’를 발견하는 자의 것!...ALL-NEW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 주하영
  • 승인 2024.01.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앨리스 박사의 문화로 보는 세상풍경]
-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재탄생한 6번째 시즌 올 뉴 몬테(ALL NEW Monte)
- 알렉상드르 뒤마 원작 소설에 중점을 둔 주제 및 서사 변경
2023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사진. 'All New Monte'를 겨냥하는 무대는 의상과 조명과 소품, 분장을 포함한 전체적인 연출과 안무, 무술 또한 기존 버전의 '추억'을 간직한 새로운 모습으로 구현된다./사진= EMK뮤지컬컴퍼니
2023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 'All New Monte'를 겨냥하는 무대는 의상과 조명과 소품, 분장을 포함한 전체적인 연출과 안무, 무술 또한 기존 버전의 '추억'을 간직한 새로운 모습으로 구현된다./사진= EMK뮤지컬컴퍼니

인터뷰365 주하영 칼럼니스트 = 달콤한 복수란 가능할까?

복수는 분노의 마음을 바탕으로 한다. 영국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슬픔과 실망, 좌절이 분노를 일으키고, 분노는 적의를 불러오며, 적의는 다시 슬픔으로 이어져 “전체적인 순환이 완료된다”고 말했다.

스웨덴의 소설가 요나스 요나손은 2020년에 출간된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에서 복수의 욕구는 보편적인 것이며, 대부분 죽이고 싶은 살의가 아니라 “단지 고통을 주고 싶은 마음”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요나손은 영국 언론 ‘아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복수는 계획의 단계를 결코 벗어나지 않을 때 최고의 치유요법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2023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사진. '단테스(서인국)'는 아버지와 모렐 선주, 메르세데스, 그리고 바다 외에는 관심이 없는 순진하고 맑은 청년이지만, '악의'에 의한 계략과 모함에 빠진다.
2023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 '단테스(서인국)'는 아버지와 모렐 선주, 메르세데스, 그리고 바다 외에는 관심이 없는 순진하고 맑은 청년이지만, '악의'에 의한 계략과 모함에 빠진다./사진= EMK뮤지컬컴퍼니

복수는 상처와 불공정, 억울함과 부당함에 대한 감정적 반응인 ‘분노’의 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앙갚음을 하려는 인간의 갈망은 복수를 위해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경제적, 법적 방식을 선택하도록 만든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복수는 기본적으로 상대에게 ‘고통’을 되돌려주기 위한 마음을 기반으로 한 행동이다. 하지만 복수를 갈망하는 단계에서 기대했던 ‘완전한 만족감’은 과연 복수가 끝나고 난 뒤 그 자체의 달콤함을 간직할 수 있을까?

요나손의 소설에서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를 세운 휴고는 복수가 분명 사람들의 욕망에 비추어볼 때 “성장 가능성이 큰 비즈니스”라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더 나은 세계를 위한 의미 있는 기여”라고는 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서로의 죽음을 원하는 고객들만 주위에 득실”대는 환경에서 미래를 추구할 수 없음을 인식한 휴고는 복수 대행업을 치유와 예술 사업으로 전환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미래를,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미래”를 구축해 나가기 시작한다.

2023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식 포스터 컷. 2023년 여섯번째 시즌을 맞은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기존 버전에서 디테일한 변화를 거쳐 새로운 캐스팅과 서사 및 인물을 보강한 완전히 새로운 버전으로의 'All New Monte'를 표방한다.
2023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식 포스터 컷. 2023년 여섯번째 시즌을 맞은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기존 버전에서 디테일한 변화를 거쳐 새로운 캐스팅과 서사 및 인물을 보강한 완전히 새로운 버전으로의 'All New Monte'를 표방한다./사진= EMK뮤지컬컴퍼니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는 ‘복수’의 고전이라 불리는,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새로운 프로덕션의 공연이 한창이다.

2010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 잭 머피 작사의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여러 차례의 재공연을 거치는 가운데 2020년 10주년을 맞이하며, 총관객 50만 명을 돌파했다.

2023년 여섯 번째 시즌을 맞은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서사와 캐릭터를 보강하고, 새로운 조명과 의상, 무대 장치의 업그레이드, 캐스팅의 변화, 음악의 편곡과 넘버의 추가 등을 통해 전체적으로 역동성이 있으면서도 보다 젊어진 느낌의 새로운 버전 “All New Monte(올 뉴 몬테)”를 완성했다. ▶[이전 칼럼 참고] '고통'이라는 보상을 내려놓는 '용서'...뮤지컬 '몬테크리스토'

프로그램북의 ‘스페셜 인터뷰’에 따르면, 2023년 프로덕션의 목표는 이전 프로덕션의 “추억과 향수”를 간직한 채 “새로운 추억을 쌓아갈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권은아 연출은 영화에 기반했던 이전 버전과 달리 원작 소설의 스토리를 좀 더 추가하고, 현재의 트렌드에 맞춰 짜임새와 캐릭터를 보강했을 뿐 아니라, 메시지 측면에서도 “소박하지만 위대한 희망”으로 변화가 생겼음을 덧붙였다.

또, 전체적인 편곡의 변화와 기존 곡의 리프라이즈 추가, 혹은 초연 버전으로의 대체, 신곡 추가를 통해 “풍성함”을 겨냥하고, 무대 세트와 의상의 “적절한 고증과 현대적인 해석”을 추가했음을 강조했다.

2023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사진. 파라온 호의 새로운 선장으로 임명된 마르세유의 청년 '에드몬드 단테스(서인국)'는 사랑하는 '메르세데스(허혜진)'와의 약혼식 파티를 즐기는 도중 경비병의 방해를 받는다.
2023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 파라온 호의 새로운 선장으로 임명된 마르세유의 청년 '에드몬드 단테스(서인국)'는 사랑하는 '메르세데스(허혜진)'와의 약혼식 파티를 즐기는 도중 경비병의 방해를 받는다./사진= EMK뮤지컬컴퍼니

친숙함에 더해지는 변화는 낯섦을 불러온다. 하지만 모든 낯섦이 불편과 불안, 실망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때로 낯섦은 신선함이 되어 새롭게 더해진 창문에 기대어 바라보는 세상의 다른 ‘매력’을 선물하기도 한다. 낡은 관점에 더해진 시선은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게 만들고, 다른 해석에 새로운 공감과 이해를 낳기도 한다.

새로운 프로덕션의 뮤지컬 ‘몬테크리스토’가 겨냥한 것이 ‘낯섦’을 더한 과거의 보존과 보다 업그레이드된 세련됨이었다면,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프랭크 혼의 중독성 있는 익숙한 음악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편곡과 리프라이즈를 통해 새로운 가사의 넘버를 더하고 서사를 만든 점은 ‘추억’을 흔들지 않으면서 ‘새로움’으로 나아가는 항해의 ‘돛’이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2막에서의 복수의 과정을 강조할 수 있도록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360도의 4중 회전무대를 활용한 부분과 전체적으로 바다의 느낌을 더 살릴 수 있도록 미디어 파사드를 적용한 점은 기술적 성취라고 할 수 있다.

2023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사진. '몬데고(강태을)'는 겉으로는 단테스와의 '신의'를 지키는 듯 보이지만 메르세데스를 향한 연정으로 인해 질투심에 시달리며 '배신'을 계획한다.
2023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 '몬데고(강태을)'는 겉으로는 단테스와의 '신의'를 지키는 듯 보이지만 메르세데스를 향한 연정으로 인해 질투심에 시달리며 '배신'을 계획한다./사진= EMK뮤지컬컴퍼니

새로운 프로덕션으로의 변화를 가장 크게 느끼도록 만드는 부분은 주제와 서사의 변경이다. 뒤마의 소설 원작을 읽은 경우라면, 원작의 문장을 그대로 가져온 부분들이나 인물의 추가와 관련해 비교 분석하는 재미를 더할 수 있다. 물론 1844년 8월부터 1846년 1월까지 신문에 연재된 뒤마의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18권의 분량으로 출판이 되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소설임에도 원작을 충실히 읽은 경우는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코드에 맞춘 편집본부터 청소년 독자들을 위한 축약본, 영화, TV 드라마, 연극, 만화로 재생산되는 과정에서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배신과 14년간의 억울한 감옥살이, 몬테크리스토 섬의 보물과 화려한 귀환, 복수의 플롯이다.

2023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사진. 원작 소설 뿐 아니라 영화와도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뮤지컬에만 등장하는 '루이자 뱀파'라는 여성 해적 두목이라고 할 수 있다. '루이자'는 소설에서 양치기였다 로마의 산적 두목이 된 루이지 뱀파와 '샤또 디'를 탈출한 단테스를 구해준 밀수업자 선장의 조합을 통해 변형된 인물이다.
2023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 원작 소설 뿐 아니라 영화와도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뮤지컬에만 등장하는 '루이자 뱀파'라는 여성 해적 두목이라고 할 수 있다. '루이자'는 소설에서 양치기였다 로마의 산적 두목이 된 루이지 뱀파와 '샤또 디'를 탈출한 단테스를 구해준 밀수업자 선장의 조합을 통해 변형된 인물이다./사진= EMK뮤지컬컴퍼니

한편, 영화나 TV 드라마로 각색되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크게 변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마르세유의 선원 에드몬드 단테스가 복수를 위해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변모하지만 결국 그가 사랑하는 여인 메르세데스와 ‘재결합’하게 되는 변경이 발생하는 ‘결말’이다.

기존 버전의 뮤지컬이 기반하고 있는 2002년 케빈 레이놀즈 감독의 영화는 메르세데스가 몬데고와 결혼한 이유를 단테스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숨기기 위함으로 설정한다.

단테스가 죽은 것으로 알았던 메르세데스가 아이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것으로 정당성을 부여하는 영화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된 단테스와 메르세데스가 사랑을 회복할 뿐 아니라, 아들 알버트와 함께 행복한 가족으로서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보상’을 제공한다.

하지만 원작 소설에서 메르세데스는 나폴레옹의 편지를 전달하려 한 스파이 혐의로 끌려간 단테스가 돌아오지 않는 상황에서, 유일한 가족이나 다름없는 몬데고마저 군인으로 전쟁터로 떠나게 되자, 외로움과 두려움을 견디지 못해, 18개월 뒤 그와의 결혼에 이른다.

2023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사진. 단테스가 반역죄로 정치범들이 수용되는 '샤또 디'로 끌려가고, 그의 빈 자리를 대신하려는 '몬데고(강태을)'의 노력은 계속되지만 '메르세데스(허혜진)'는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2023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 단테스가 반역죄로 정치범들이 수용되는 '샤또 디'로 끌려가고, 그의 빈 자리를 대신하려는 '몬데고(강태을)'의 노력은 계속되지만 '메르세데스(허혜진)'는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사진= EMK뮤지컬컴퍼니

부모 없이 작은 집에서 홀로 살고 있던 메르세데스는 카탈루니아의 관습법에 따라 7살 때 약혼한 사촌 몬데고의 “친절과 배려, 헌신”에 대한 “우정과 감사”의 마음으로 결혼을 결심한다. 단테스를 향한 사랑을 마음에 품은 그녀를 “자살에서 구원한 것은 오직 신앙”으로 설명되는 메르세데스는 아들 알버트를 아버지인 몬데고 보다 단테스를 더 닮은 인물로 키운다.

뒤마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신의 의지와 섭리를 적용하는” 분노의 대행자이자 정의의 심판자처럼 설정하고 있다. 이는 고대 그리스 시대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이론화한 ‘고결한 분노’가 근대에 이르러 분노를 “정당하고, 열정적이며, 고결하고, 생산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채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올바른 때에, 올바른 대상을 향해, 올바른 목적을 갖고, 올바른 방식”으로 화를 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고결한 분노’의 개념은 중세 시대에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사악한 자들을 향해 분출되는 “신의 정의로운 분노”의 개념으로 전이되었다.

그리고, 죄인이 아니라 ‘죄악’을 겨냥하는 “정당한 분노”와 응징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뒤마가 단테스에게 부여한 “신의 법을 위반한 자들에 맞서 분노를 느끼고 표현하는 인간의 역할”이라는 관점은 파리아 신부가 남겨준 보물이 ‘그리스도의 산’이라는 뜻의 몬테크리스토 섬에 숨겨져 있다는 데에서 연계성을 갖게 된다.

십자가에 매달려 피를 흘린 그리스도의 고난은 왜 고초를 겪는지도 모른 채 14년간 부당하게 토굴로 된 지하 감방에 갇혀 있었던 단테스의 고난을 상징하게 된다.

2023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사진. '샤또 디' 지하 감방 장면 역시 기존 버전에서 새롭게 변화를 겪는데, 앙상블의 안무 또한 적절하게 변경되며 다른 느낌을 부여한다.
2023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 '샤또 디' 지하 감방 장면 역시 기존 버전에서 새롭게 변화를 겪는데, 앙상블의 안무 또한 적절하게 변경되며 다른 느낌을 부여한다./사진= EMK뮤지컬컴퍼니

또,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적용하는 복수의 방식이 죄를 지은 자들이 은폐한 범죄의 행적을 밝히거나 스스로 더 깊은 함정에 빠져 자신을 옭아맨 절망으로 인해 죽음이나 광기에 이르게 된다는 점에서, 개인에 대한 복수를 넘어선 ‘죄’를 향한 심판이 된다.

단테스를 향한 과거의 사랑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던 메르세데스는 자신 역시 “비겁한 마음”이라는 죄를 지었음을 인식한다. 뒤마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인 단테스에게 과거의 사랑보다는 몬데고에 의해 노예로 팔리는 운명에 처했던 그리스 공주 ‘하이데’와의 새로운 사랑과 행복의 가능성이라는 ‘희망’을 보상으로 남겨준다.

‘올 뉴 몬테(ALL NEW Monte)’를 표방하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메르세데스와 관련한 부분에 있어 기존의 버전과 달리 소설의 설정으로 방향을 전환한다.

하지만 하이데의 경우, 몬데고가 파리 상류사회에 알려진 것처럼 그리스의 독립을 위해 싸운 것이 아니라, 사실은 ‘배신’을 통해 재산을 가로채고, 어린 하이데를 노예로 팔아넘겼음을 입증하는 장면에서만 잠깐 등장한다.

2023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사진. 억울함을 호소하는 순진한 청년 '단테스(서인국)'의 결백함을 검사인 '빌포트(김성민)'는 믿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연루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증거를 불태우고 사실을 조작한다.
2023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 억울함을 호소하는 순진한 청년 '단테스(서인국)'의 결백함을 검사인 '빌포트(김성민)'는 믿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연루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증거를 불태우고 사실을 조작한다./사진= EMK뮤지컬컴퍼니

또, 소설의 설정보다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응징과 분노가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기우는 경향을 강조함으로써, 신의 정의를 실현하는 대행자로서 보다는 인간의 복수를 추구하는 ‘복수자의 서사’를 택한다.

‘샤또 디’의 감방에서 몬데고의 질투로 인한 배신과 당글라스의 탐욕, 빌포트의 야망과 이기심이 빚어낸 협잡과 공모의 계략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 단테스는 탈출 후, 메르세데스의 결혼과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듣게 되면서, 극도의 분노로 폭발한다.

1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넘버인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은 적들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겨누는 광기의 분노에 휩싸인 2막의 폭풍을 예고하게 된다. 기존 버전과의 차이점은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이성을 잃을 정도로 분노하게 된 최종적인 ‘이유’에서 발견된다.

기존 버전이 메르세데스의 변심을 분노 폭발의 가장 큰 이유로 두었다면, 새로운 버전에서는 아들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아버지가 곡기를 끊은 채 굶어죽은 사실에 단테스가 인내심을 잃은 것으로 변경된다.

이는 아무리 부족해도 남에게 그 무엇도 요청하지 않는 자부심 강한 ‘아버지’를 사랑하는 여인 ‘메르세데스’보다 먼저 걱정하고 챙기는 단테스를 묘사하는 소설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동시에 ‘사랑’에서 ‘희망’으로 초점을 옮긴 새로운 버전의 주제를 강화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023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사진. 소설의 스토리를 좀 더 가져온 'All New Monte'는 파라온 호의 선장이 될 욕심을 품은 당글라스가 왼손을 사용해 익명의 투서를 쓰고, 몬데고가 고발장을 검사에게 보내는 서사를 추가한다.
023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 소설의 스토리를 좀 더 가져온 'All New Monte'는 파라온 호의 선장이 될 욕심을 품은 당글라스가 왼손을 사용해 익명의 투서를 쓰고, 몬데고가 고발장을 검사에게 보내는 서사를 추가한다./사진= EMK뮤지컬컴퍼니

복수와 관련한 부분 또한 소설의 설정을 좀 더 반영하는데, 빌포트의 두 번째 부인이 자신이 낳은 아들인 에두아르에게 유산이 상속되도록 하기 위해 전부인의 딸 발렌타인을 독살하려고 한 정황을 포착하고도,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아내에게 자살할 것을 요구하는 빌포트의 위선과 가식의 맥락이 더해진다.

당글라스가 파산으로 인해 권총 자살을 하고, 빌포트가 ‘샤토 디’에 수감된 뒤 목을 매 죽음에 이르며, 몬데고가 비열하게 몬테크리스토의 등 뒤를 겨누다 자코포의 총에 맞아 바다로 떨어져 죽는 기존 버전의 최후는 조금씩 달라진다.

“자신들이 살기 위해 누구 하나쯤은 희생해야 한다”면서 함께 음모를 꾸미던 세 사람이 서로 물고 뜯으며 고발하는 가운데 동반 침몰하는 악인들의 응징을 강조함으로써, 새로운 버전은 “펜과 잉크, 종이”로 만들어 낸 거짓 증거와 법의 허상을 비판한다. 복수는 좀 더 치밀한 느낌을 갖게 되고, 기존의 버전과 소설에서의 차용은 적절하게 배합된다.

2023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사진. 소설은 단테스와 몬데고의 대결구도 보다는 빌포트 검사와 단테스의 대립을 강조하는데, 거짓된 명예를 위해 법을 조작하는 빌포트와 신의 정의를 대행하는 단테스가 대조를 이룬다.
2023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 소설은 단테스와 몬데고의 대결구도 보다는 빌포트 검사와 단테스의 대립을 강조하는데, 거짓된 명예를 위해 법을 조작하는 빌포트와 신의 정의를 대행하는 단테스가 대조를 이룬다./사진= EMK뮤지컬컴퍼니

또, 인물들의 최후에 있어 죽음보다는 ‘처벌’과 ‘회한’을 강조하는 경향이 더해진다. 몬데고는 메르세데스의 사랑을 끝까지 갈구하고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사랑 없는 결혼을 택한 자신에게만 복수하라는 메르세데스의 말에 자살을 선택한다.

“정의는 갖는 자의 것이며, 사랑은 베푸는 자의 것”임을 강조했던 기존 버전의 메시지는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한다. 대신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는 곳이 곧 ‘지옥’이며, 희망은 불행과 고통에서 벗어날 길을 찾아 ‘미래를 향하는 자의 것’이라는 메시지로 이동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복수를 위해서라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분노’의 감정적 수위 상승이 정의로운 심판보다는 ‘복수의 허망함’이라는 주제를 보다 강조하는 효과를 거둔다는 사실이다.

친구라고 믿었던 몬테크리스토 백작에게 배신당한 분노의 마음을 쏟아내며 결투를 통해 복수하겠다고 외치는 몬데고의 아들 ‘알버트’와, 배신과 모략에 대한 전말이 밝혀지면서 아내와 아들이 떠나고 모든 것을 잃게 된 몬데고가 “남은 것은 증오뿐”이라고 부르짖으며 복수를 결심하는 장면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들으면서 복수를 맹세하던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갈망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2023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사진. '메르세데스(허혜진)'를 향한 마음을 품은 '몬데고(강태을)'는 질투심으로 인해 단테스를 모함하고, 사망증명서를 위조해 결혼에 이르지만, 아내의 사랑을 끝내 얻지 못한다.
2023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 '메르세데스(허혜진)'를 향한 마음을 품은 '몬데고(강태을)'는 질투심으로 인해 단테스를 모함하고, 사망증명서를 위조해 결혼에 이르지만, 아내의 사랑을 끝내 얻지 못한다./사진= EMK뮤지컬컴퍼니

각자의 입장에서 수모와 치욕, 고통과 상실, 증오와 분노는 똑같이 “불타오르는 영혼의 정념”으로 제시되며, 감정을 들끓게 하고, 연민 따위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무정함”의 세상으로 향하도록 만든다.

역사학자인 바버라 H. 로젠와인은 ‘분노란 무엇인가’에서 복수의 욕망은 “타인에게 파괴적인 만큼 자신에게도 파괴적이기에 결코 옳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 분노한다는 것은 “타인의 고통을 어루만질 기회를 놓친다는 뜻”이며, “타인에 대한 연민이라고 하는 값비싼 포상을 잃어버리는 것”이기에, 정당한 분노는 미덕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악덕일 수 있음을 덧붙인다.

질주하던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분노는 빌포트 부인이 자신이 건넨 독약을 어린 아들 에두아르에게까지 먹였다는 사실에 비로소 멈춰 서서 현실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리스도처럼 사랑과 희망을 나누고 살 것”을 당부했던 파리아 신부의 유언에서 벗어나 세상을 증오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자신을 깨달은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지옥에서는 복수심만이 ‘희망’이 되지만, 결국 고통에서 벗어나 평화와 안식으로 나아갈 ‘출구’는 찾을 수 없음을 깨닫는다.

2023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사진. 기존 버전에서 붉은색과 검은색을 중심으로 했던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의상은 흰색으로 변경되는데, 붉은 조명을 통해 분노의 '불길'이 타오르는 점을 강조한 특징이 있다.
2023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 기존 버전에서 붉은색과 검은색을 중심으로 했던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의상은 흰색으로 변경되는데, 붉은 조명을 통해 분노의 '불길'이 타오르는 점을 강조한 특징이 있다./사진= EMK뮤지컬컴퍼니

과거를 돌아보는 성찰, 용서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인식, 상처를 뒤로하고 희망을 품는 긍정은 세상과 화해하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보상이자 정의, 새로운 미래를 향한 ‘가능성’이 된다. 메르세데스와 단테스는 과거의 고통과 회한, 추억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각자의 미래를 희망하며, 새로운 삶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미국의 시인 에밀리 디킨슨은 희망은 “영혼에 머물면서 노래를 부르는, 결코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추운 곳에서, 그리고 가장 낯선 곳에서 끊임없이 노래를 불러주는 ‘희망’이라는 이름의 새는 그 어떤 것도 보답으로 요구하지 않으며, 미지의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과 ‘의지’를 부여한다.

희망이 반드시 모든 일이 잘 될 거라는 확신일 필요는 없다. 현실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 고통을 벗어나기로 한 결심, 미래를 바라보는 삶의 태도만으로도 희망은 이미 충분한 것이 된다. 어둠 속 폭풍과 분노의 불길로 시야를 흐리게 했던 시간은 지나고, 이전보다 더 맑아진 하늘과 잔잔한 바다가 눈앞에 놓여 있다.

멈추지 않는 삶에 필요한 것은 언제나 그렇듯 ‘희망’이다. 희망은 미래를 발견하는 자의 시선 끝에 머물며, 한 마리의 ‘새’처럼 끝없는 지저귐과 함께 새로운 ‘삶’을 향한 출발로 이끈다. 2월 25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주하영

앨리스(Alice 한국명 주하영)박사는 영문학자로 주목받을만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관람하고 리뷰를 써온 프리랜서 공연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상지대 겸임교수, 대림대 겸임교수, 한국외국어대 객원교수를 거쳐 현재 한국공학대학교 지식융합학부(교양교육센터)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월간 《한국연극》 편집위원과 한국연극평론가협회 편집위원 및 이사, 세계문화예술경영연구소 초빙연구원, 외국문학연구소 초빙연구원을 역임했다.

주하영
주하영
jhy0219@hanmail.net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신도림로19길 124 801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37
  • 등록일 : 2009-01-08
  • 창간일 : 2007-02-20
  • 명칭 : (주)인터뷰365
  • 제호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명예발행인 : 안성기
  • 발행인·편집인 : 김두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희
  • 대표전화 : 02-6082-2221
  • 팩스 : 02-2637-2221
  • 인터뷰365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6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interview365.com
엔디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