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튀르키예 2월 대지진 그 이후, 이스켄데룬 이야기① 이어서
인터뷰365 정진원 칼럼니스트 =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이름도 아름다운, 조계종 산하 국제 공익 구호재단 법인이 튀르키예(터키)에 왔다. 가장 지진피해가 컸던 하타이지역 이스켄데룬(İskenderun) 도시에 지진피해 이재민을 위한 컨테이너 주택 100채 기부와 그 안에 들어갈 냉반방 에어컨과 인덕션 각 370개를 기부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내가 사는 도시 카이세리주 뷴얀시에 지진피해 이재민들의 생필품 지원도 쾌척하였다.
마침 조계종 사회부장 소임을 맡은 범종 스님과 안부를 묻다가 소식을 알게 되어 부랴부랴 이스켄데룬 피해 현장 동행과 카이세리 뷴얀(Bünyan) 마을에 기부를 연결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뷴얀 이야기다.
뷴얀(Bünyan)의 역사
뷴얀의 역사는 스머프의 집 무대가 된 동굴 도시로 유명한 카파토키아와 비슷한 동굴과 고대 유적으로 미루어 그것은 기원전 4000년에서 1200년 사이의 히타이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셀주크 투르크를 거쳐 16세기에 오스만 제국에 합병되었다.
카이세리에서 북동쪽으로 40㎞ 정도 떨어져 있고 지금도 농사를 짓는 곳이 많은 목가적인 풍광이 아름다운 이곳은 옛날에는 야생 마늘 산지여서 Sarımsaklı(마늘이 있는) 마을이라 불렸다. 뷴얀은 오스만 터키 시절 술탄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한다.
풍광이 아름다운 이곳은 주로 여름 별장지대로 겨울에는 빈집이 많은데 2023년 2월에 튀르키예 대지진이 난 하타이주에서 가까워 이재민들이 이곳에 머물게 되었다고 한다. 뷴얀시는 당시 그들의 거주에 따른 생필품과 식량 배급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나는 전생에 뷴얀에 살았던 것일까. 우연히 트레킹 두어 번 갔을 뿐인데 이어지는 인연, 인연들... 첫 번째 만난 뷴얀은 아름다웠다. 연두와 초록이 어우러지는 파라다이스같은 마을이었다.
‘아름다운 동행’ 재단은 카이세리 주에 위치한 우리 에르지예스대학교가 지진피해 이재민에게 학생 기숙사를 내주고 만 명의 이재민이 여기저기 살고 있다고 하니 처음에는 내가 근무하고 있는 에르지예스대학교를 지원하려고 하였다.
우리 대학 기숙사에 피난을 와서 이재민 생활을 하는 하타이주 이재민과 그들에게 기숙사를 내주고 온라인 수업을 받는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려는 것이었다. 그래서 먼저 우리 학교를 방문하고 뷴얀시의 상황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좋은 일 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터키는 기부에 대한 절차와 행정이 너무 까다로웠다. 한 마디로 학교는 그 돈을 받을 공식 통장이 없고 그 돈에 대한 영수증 처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 한국학과는 인문대 학장이 관장하는데 기부금 통장 개설이 안 되어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같으면 통장 개설하면 될 일인데 여기는 총장 결재와 교육부의 인가가 있어야 하고 재난구호를 관장하는 터키 관공서를 통해야만 기부를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아마도 이런 천재지변이 흔치 않은 일이라 구체적인 매뉴얼이 없어 받기가 어려운 것 같았다.
튀르키예 국립 에르지예스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방문
이스켄데룬 지진피해 현장을 답사한 후, ‘아름다운 동행’팀과 취재진은 유라시아 한국학의 메카라는 나의 자랑에 우리 에르지예스대학교 한국학연구소를 방문하였다. 실로 터키 국립 에르지예스대학교 한국학연구소는 명실상부한 터키 한국학의 메카이다. 현재 한국학 중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마지막 5년 차 한국학 중핵 사업을 착실히 수행 중이다.
터키어로 된 한국학 교재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고 한국 문화 행사와 학술대회 등 유럽과 중앙아시아를 통틀어 이렇게 400여 명의 학·석·박 학생들과 10여 명의 교수진이 의기투합하여 이끌어 나가는 곳은 찾아 보기 힘들다. 그런 만큼 자부심과 긍지도 대단한 에르지예스대학교 한국학연구소.
특히 필자는 이슬람국가에서 한국학 클래식 콘텐츠로서 ‘삼국유사’와 ‘월인석보’를 강의하며 불교와의 접목을 도모하고 있다. 이슬람 수피즘의 철학과 명상은 한국 불교의 선종과 닮은 점이 많다.
이렇게 터키와 처음 인연을 맺은 한국의 불교가 언젠가 종교를 뛰어넘어 사이좋게 아름다운 꽃 한 송이 피울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사실 나는 터키의 전 국민이 지진 재해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이 돌아가셨는데 대가족 제도와 인정이 넘치는 터키 국민 누구든 가족과 친인척 중에 피해자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진피해 여파로 민생고와 정치, 사회, 경제 상황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우리 한국학과 학생들은 2학년이 되면 누구나 한국에 교환학생을 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한다. 0.1점 차이로 선발되지 못했다고 우는 학생도 있다. 공부를 잘해 선발이 됐어도 학생이 생활할 수 있는 재정 증명이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 친척과 이웃에게 도움을 받아 달러 통장을 만들어도 그 사이에 폭락을 거듭하는 터키 환율에 마음고생을 하는 학생들이 많다. 언젠가는 지한파를 꿈꾸는 터키 학생들에게도 장학 지원이 손쉽게 이루어지기를.
뷴얀시 기부를 연결한 인권 변호사 무스타파베이와의 만남
마침 뷴얀이 고향인 무스타파는 우리 트레킹 모임의 리더인데 가족과 한식당에서 만나게 되었다. 지진 구호 기부에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하니 뷴얀시에 800명의 이재민이 살고 있고 바로 시장과 연결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동행재단이 생필품을 지원할 수 있다는 말에 진심 어린 감사와 환대로 일사천리로 지원이 진행되었다. 물론 받겠다는 약속까지만 일사천리이고 그다음 과정은 역시 지난하였다. 역시 터키였다.
하루는 재단의 지원 받기를 포기하였다가 처음 기부금 500만 원에서 시작해 긴급한 상황에 다시 액수가 늘어나면 진도를 나갔다가를 반복한 끝에 2023년 5월 5일 드디어 300,000TL(한화 2천만원 상당)전달식이 거행되기에 이르렀다.
이 지원금으로 뷴얀시에 있는 에르지예스대학교 지방 캠퍼스 기숙사에 살고 있는 이재민들과 마을 곳곳에 살고 있는 지진 피해주민들에게 물과 쌀 등 생필품이 지급되었다.
뷴얀시의 감사
우리나라 아름다운 동행재단에 대한 뷴얀시의 감사는 거듭되었다. 나는 그저 연결만 도왔을 뿐인데 뷴얀시 사람들은 나만 보면 감사하다는 말을 해서 몸 둘 바를 몰랐다. 내가 여름방학에 한국에 간다고 하니 그때 미처 만들지 못했던 2천만 원 구호 물품 비용에 대한 감사장과 감사패를 정성 들여 만들어 주었다.
나는 2023년 5월에 전달한 구호 물품비에 대한 답례로 8월에 한국에 감사패를 전달하였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동행의 시작과 끝을 보여주는 모습을 지켜본 영광의 자리였다.
뷴얀시의 자랑 유리 테라스를 걷다
뷴얀시는 최근에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곳에 유리 테라스를 설치하였다. 그런데 이 또한 지진의 여파로 보수공사를 해야 했고 마침 우리가 갔을 때 막 공사를 끝낸 참이었다. 한국은 이런 다리나 전망대가 많아졌지만 뷴얀시에서는 최초인 이 명물을 우리가 제일 먼저 체험하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보라. 이 편안하고 아늑한 뷴얀의 풍광을.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즐기는 사람들의 기뻐하는 모습을.
2023년 10월 그 이후
카이세리주 에르지에스대학교 학생 기숙사에 머물던 지진피해 이재민들은 이제 이스케데룬에 지은 컨테이너 하우스 한국 마을을 비롯한 임시 주택으로 돌아갔다. 학생들은 다시 기숙사로 돌아와 대면으로 수업을 받고 있어 학교가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재민과 사상자는 공식통계상 5만 명이지만 20만 명에 육박한다는 소문도 있다. 이 피해복구는 20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지금도 아프가니스탄에 지진이 크게 일어나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쟁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우리는 뉴스 한 줄로 접하고 말지만 그 현장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지옥이 따로 없다. 부디 천재지변도 인간이 자초한 인재도 지구상에 그만 일어나기를 기도한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서로를 죽이지 않고 평화로운 한 세상을 살다가기를 빌고 또 빈다.
아름다운 분얀 마을을 후손에세 고스란히 아름다운 마음씨로 물려줄 수 있도록 우리는 오늘도 마늘을 심고 들꽃으로 꽃목걸이를 걸고 노래하는 아이들을 지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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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원 칼럼니스트
동국대학교 세계불교학연구소 연구교수, K Classic 콘텐츠연구소 소장. 튀르키예(터키) 에르지예스대학교 한국학과 교수, 동국대 세계불교학연구소 교수와 헝가리 ELTE대학교에서 한국학과 교수, 서울대 규장각과 고려대 한국학연구소 교수를 역임했다. 2000년부터 20여 년간 해외 한국학 학회 발표와 특강, 외국 학생들과 한국 유적지를 답사하고 있다. 석보상절과 월인석보로 홍익대 문학박사를 받은 국어학자이자 동국대에서 삼국유사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철학자다. 현재 월인석보와 삼국유사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하여 국내와 유럽을 중심으로 강의와 글쓰기를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월인석보, 훈민정음에 날개를 달다>, <월인석보, 그대 이름은 한글대장경>, <석보상절, 훈민정음 조선대장경의 길을 열다>, <삼국유사, 여인과 걷다>, <자장과 선덕여왕의 신라불국토 프로젝트>, <삼국유사, 원효와 춤추다>, <여행하는 인간 놀이하는 인간>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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