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석의 현장인터뷰] '염쟁이 유씨' 20주년 무대...'2대 염쟁이' 임형택 "매일 감사하며 삽니다"
[서영석의 현장인터뷰] '염쟁이 유씨' 20주년 무대...'2대 염쟁이' 임형택 "매일 감사하며 삽니다"
  • 서영석
  • 승인 2023.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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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대가 웃고 우는 연극 '염쟁이 유씨'...삶과 죽음을 유쾌하게 담아내
- 1500회 이상 공연한 임형택 인터뷰..."정답 없는 공연, 무대의 중압감도 크죠"
‘염쟁이 유씨’ 공연 장면

인터뷰365 서영석 인터뷰어 = 2006년 서울연극제에서 관객 평가단이 선택한 연기상 수상작 ‘염쟁이 유씨’가 10월 3일 대학로 소극장 ‘공간 아울’에서 막을 올렸다.

개막 이후 매스컴과 관객들의 극찬을 받아 왔던 ‘염쟁이 유씨’는 계속 같은 배우를 기용해 그 공연적 완성도를 한층 더 높였다. 초연부터 줄곧 유씨 역을 맡아왔던 유순웅과 임형택이 서로의 스케줄에 따라 번갈아 무대에 오르는 모노드라마이다.

작품은 조상 대대로 염을 업으로 살아온 집안에서 태어난 ‘염쟁이 유씨’의 이야기이다. 평생 염을 하며 여러 양태의 죽음을 접하다 보니,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 또한 남다른 유씨. 그러던 어느 날 일생의 마지막 염을 하기로 하고, 자주 자신에게 취재를 요구했던 기자에게 연락해 취재를 허락한다.

유씨는 기자에게 ‘수시’로부터 ‘반함’, ‘소렴’, ‘대렴’, ‘입관’에 이르는 염의 절차와 의미를 설명하며 염의 전 과정을 소개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염쟁이가 되었던 과정, 자신이 겪어 왔던 사연을 늘어놓는다. 조폭 귀신과 놀던 일, 오로지 장삿속으로만 시신을 대하는 장의대행업자와의 관계, 아버지의 유산을 둘러싸고 부친의 시신을 두 번 죽이려는 자식들의 한심한 작태, 그리고 자기 아들 이야기.

마지막 염을 마친 유씨는 사람들에게 이런 전언을 한다. “죽는 거 무서워 말아, 잘 사는 게 더 어렵고 힘들어”라고.

1인 15역의 장구한 연극 이끄는 유순웅과 이형택

‘염쟁이 유씨’ 공연 장면
‘염쟁이 유씨’ 공연 장면

이 작품은 죽음을 통해 삶을 바라보고자 하는 연극이다. 죽음을 무겁고 지루하게 다루지 않고 소박하고 유쾌하게 끌어나간다. 연극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는 1대 염쟁이 유순웅은 벌써 2000회를 돌파했고 이형택도 1500회 이상 공연을 마무리했다. 이들을 거의 90분에 달하는 대본을 통째로 외워 관객들에게 진솔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1인 15역의 장구한 연극을 이끈다.

‘염쟁이 유씨’는 모노드라마이지만 관객들과 함께 만드는 연극이다. 관객은 구경꾼으로서만 아니라, 문상객으로, 죽은 망자의 친지로 자연스럽게 극에 동참을 한다. 친지나 이웃의 죽음에 고인의 명복을 빌던 우리네 삶의 미덕처럼 망자를 위해 곡을 하고, 상주를 위해 떠들썩하게 하던 우리네 모습이 극 중에서 자연스레 녹아 나온다.

‘염쟁이 유씨’ 공연 장면
'염쟁이 유씨' 포스터/사진=스튜디오블루

공연적 특징으로는 연극적 언어의 배제를 꼽을 수 있다. 차라리 만담적 대사로 시종일관 이끌고 나간다. 또 요즘 보기 드문 소극장 장기 공연이라는 점이다. 근래 들어 소극장 연극은 길어야 보름 정도인 데 비해 이 공연은 장장 70여 일을 공연한다. 이는 공연 흥행에 대한 자신감으로도 볼 수 있다.

모노드라마 특성상 상대적 대사의 교환은 없지만, 배우 혼자서 전 대본과 행동선을 완벽하게 소화해야 한다. 이게 선결되지 않으면 조명, 음향효과와의 부조화로 공연은 엉망이 된다.

'2대 염쟁이' 1500회 이상 공연한 베테랑 배우 임형택, "71세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염쟁이 유씨’ 공연 장면

임형택은 묵직한 연기로 1500회 이상 ‘염쟁이 유씨’ 무대에 이끈 베테랑 배우다. 87학번으로 전주시립극단 출신으로 ‘극단 작은 신화’ 소속이다. 대학 시절 원어연극반의 ‘리어왕’을 보고 연극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단다.

“43이란 나이에 이 공연에 투입이 됐어요. 겁이 없었죠. 마당극 경험이 전무 했음에도 덜컥 출연에 응했으니까요. 공연을 할수록 현장에서의 즐거움이 너무 컸어요. 그런데 이제는 공연을 할수록 겁이 나기도 합니다. 느끼는 대로 공연을 해나가지만 ‘과연 내가 제대로 표현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도 하고, 정답이 없는 공연이기에 무대에서의 중압감이 짓누를 때도 있습니다.”

특히 그는 “이 공연은 삶과 죽음에 대한 문제 제기이기에 내 과거와 밀착된 부분들이 있다”며 “3년 전 갑작스럽게 형을 떠나보냈다”는 아픈 가족사를 고백했다.

“3년 전 형님이 주식 투자 실패로 스스로 세상을 져버렸어요. 형님으로 인해 어머니를 비롯해 전 가족이 무척 힘들었어요. 그 고통에서 헤어 나오기까지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죠. 질곡의 시간을 헤쳐 나오며 삶을 관조하는 버릇이 생겼지요. 매일을 감사하며 살아가리라는 긍정적 마인드가 생겼습니다.”

임형택는 ‘염쟁이 유씨’ 공연을 극 중 배역 나이대로 71의 나이에 재도전 해보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욕심나는 배역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바냐 아저씨’의 ‘바냐’ 역도 해보고 싶고, 무엇보다 악역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며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다"고 웃었다.

‘염쟁이 유씨’의 배우 임형택
‘염쟁이 유씨’의 배우 임형택

이 공연은 연극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입소문을 통해 공연적 재미나 완성도에 있어서는 익히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열정적 ‘배우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무쪼록 열악한 연극계의 한줄기 서광이 되는 성공적 공연이 되었으면 한다. ‘염쟁이 유씨’는 2023년 10월 3일~12월 10일 까지 대학로 소극장 공간아울에서 공연된다.

서영석

인터뷰365 기획자문위원. 극작가 겸 연극연출가로 극단 「에저또」를 거쳐 다수의 연극에서 연출, 극작, 번역 활동. 동국대에서 연극학 석사를, 중앙대에서 연극학 박사를 취득했다. 동양대 연극영화학과, 세명대 방송연예학과 겸임 교수를 지냈으며, 현 극단 「로뎀」 상임연출이자, 극단 「예현」대표를 맡고 있다.

서영석
서영석
gnjal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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