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영화감독 백학기의 시네스토리] '자매의 화원'(1959)과 최은희·최지희·남궁원·김석훈·김승호 그리고 아역배우 안성기
[시인 영화감독 백학기의 시네스토리] '자매의 화원'(1959)과 최은희·최지희·남궁원·김석훈·김승호 그리고 아역배우 안성기
  • 백학기 칼럼니스트
  • 승인 2025.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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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남아있는 한국고전영화와 그 배우들(13)]
- 50년대 인상적인 서울 풍경...신상옥 감독의 열두 번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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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매의 화원'(1959)의 배우 최은희, 최지희./사진=K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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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백학기 칼럼니스트 = 신상옥 감독의 열두 번째 영화인 '자매의 화원'은 1950년대 말 서울의 풍경을 매우 인상적으로 만날 수 있다. 

사랑과 일을 성취하는 현대적 여성과 수채화 같은 50년대 서울의 풍경을 아름답게 스크린에 담아낸 멜로물이라고 할까.

현대적 질감의 모시 저고리 치마 차림으로 정갈하면서도 연약하지 않은 자태를 선보이는 정희 역의 배우 최은희는 이번 영화에서도 특별하다. 즉 생계의 전선에 나선 정희가 사회라는 무대에서 새로운 모험을 감행해야 했던 당대 여성들의 모습을 최은희는 연기로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자매의 화원'(1959)의 배우 남궁원과 안성기./사진=KMDb

영화 '자매의 화원'은 궁핍한 시대의 설익은 예술가를 연기하는 청년 동수역의 멋진 남자배우 남궁원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고 어릴 적 부모세대에게 들은 바 있다.

언니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거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언니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 담대하고 솔직한 여성을 맡은 여배우 최지희와 최은희를 사모하면서도 주저하는 속내 깊은 중년 신사를 맡은 ‘로맨스 빠빠’ 김승호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김승호의 연기는 마치 한가로운 논밭 위로 흰 구름이 떠가는 서울 신촌의 풍경만큼이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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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매의 화원'(1959)의 배우 최지희, 남궁원./사진=KMDb

영화 속에서나 만나는 드넓은 한옥 건축과 모던한 실내 인테리어가 어우러진 요정 장면은 눈에 선하다. 지금은 사라진 고급 한정식집 요정은 '자매의 화원' 필름 속에 남아 있으니 눈여겨보시길.

요정 장면은 사업가인 김승호가 친구 최남현을 만나 사랑하는 사람 명희(최은희)를 위해 요정을 물려주고 떠나는 연기가 압권이다. 사나이의 속 깊은 순정을 드러내는 김승호만의 감칠맛 나는 연기로 스크린에 오래 남는다. 이 같은 김승호의 품격있는 연기는 물론이거니와 당시 도시 여성들의 세련된 자태 등 볼거리가 영화 전편에 흘러넘친다.

영화평론가 강나영은 전후(戰後) 한국영화에 재현된 일을 통해 변화하는 여성의 정체성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신상옥 감독의 영화 '자매의 화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자매의 화원'(1959) 속 여성 캐릭터가 일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형성해 나가는지 또 그 양상은 어떻게 재현되며, 그 의미는 무엇인지 영화가 분석하고 있다는 것.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영화 형식적 차원에서 시각적 이미지들에 주목해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서사 구조에서 작동하는 지배 이데올로기에 온전히 포섭되지 않는 개별적인 노동 주체로서 여성의 정체성을 발견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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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매의 화원'(1959)의 배우 최은희, 김석훈./사진=KMDb

'자매의 화원'은 당대 여성에게 일과 직업이 어떠한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지를 질문함과 동시에 여성 캐릭터를 통해 여성 스스로 일에 대한 명확한 자기의식을 표출하는 영화다. 이른바 영화예술의 사회적 메시지적 전달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가지는 가치 규범이 남다르다.

특히 영화는 고전적 스타일의 규범을 준수하지만 주인공 정희의 일과 관련된 지점에서 그를 변주하면서 그녀의 노동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이 때문에 정희를 표현하는 미장센, 프레임 구성, 그녀의 행위들은 여성의 노동을 폄하하고, 통제하려는 가부장적 지배 이데올로기의 작동을 지연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

절제된 영상미와 배우들의 대사, 연기파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는 '자매의 화원'의 가장 큰 장점이다. 덧붙여 아역배우로 나오는 명배우 안성기의 어릴 적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것도 매우 인상적이다.

백학기 칼럼니스트

시인 겸 영화감독. 전북 고창 출생으로 <삼류극장에서 2046>등 여러 권의 시집을 냈으며, 영화 <공중의자><이화중선><선미촌>등을 감독했다. 현재 서울디지털대학(SDU) 교수로 재직 중으로, 섬진강영화제 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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