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호가 만난 신정무 화백] 수채화로 담아내는 ‘골프 미술’의 대가(大家)
[김두호가 만난 신정무 화백] 수채화로 담아내는 ‘골프 미술’의 대가(大家)
  • 김두호 인터뷰어
  • 승인 2021.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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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퍼와 갤러리 숨결 피어나는 그린 판타지
원로 서양화가 신정무 화백은 녹색 필드에서 펼쳐치는 생생한 골프 경기의 현장을 화폭에 담으며 ‘골프 미술’의 독창적인 경지를 개척한 ‘골퍼 아티스트’다. 수십년간 언론사에 몸담아온 그는 인생에서 한번 있을까 말까 한다는 홀인원을 성공시킨 프로 수준의 소문난 골퍼이기도 하다. 현재 신 화백은 한국미술협회와 한국수채화협회 고문으로도 적을 두고 있다./사진=인터뷰365

인터뷰365 김두호 인터뷰어 = 미술과 골프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원로 서양화가 신정무(1941∼ 국전작가협회 부이사장) 화백은 ‘골프 미술’의 독창적인 경지를 개척해온 ‘골퍼 아티스트’의 원조이며 대가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미술협회와 한국수채화협회 고문으로도 적을 두고 있는 그는 고교시절과 대학시절 국전(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입선해 천재성을 인정받았지만 중년기를 신문과 방송사의 광고마케팅 전문가로 보내며 프로 수준의 소문난 골퍼로도 이름을 날렸다.

골프의 세계를 섬세하고 화려한 색채미술인 수채화로 담아낼 수 있는 독창적인 장르의 화풍도 그의 특별한 기량과 이력에서 비롯되었다. 국전심사위원에 개인전 26회를 개최한 신정무 작가가 화단에서 ‘골퍼 아티스트(화가)’로 알려진 데는 골프와 그림, 양쪽이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골퍼 이력에는 1995년 고급 현대 자동차를 시상품으로 내건 골프장에서 그 자동차를 차지한 홀인원의 성취 기록이 포함되어 있다. 화가로 작품을 통해 일관되게 추구하는 소재와 주제, 색채와 표현형식 등의 특색에서 보면 ‘골프장 수채화‘도 현대미술의 새로운 시도이자 장르로 평가되기도 한다.

신정무 화백의 '골프의 이야기'

골프 경기 현장에 포커스를 둔 그의 수채화는 아름다운 녹색의 필드에서 움직이는 골퍼들의 미세한 동작과 갤러리의 환호성까지 느껴지는 다양하고 수많은 몸짓 표출이 압권이다. 그린이 그의 인생 그라운드라면 골프라는 운동도 한편의 드라마를 온 몸으로 그려가는 인생 드라마와 같다는 사유와 시선에서 골프 경기의 현장을 작품으로 담아내고 있다.

신정무 화백의 아틀리에는 경기도 용인에 있다. 입춘이 지났지만 흰 눈이 하얗게 덮인 먼 산자락이 창밖에 그림처럼 떠 있는 아틀리에서 골프와 그림을 벗 삼아 살아가는 골퍼화가에게 남다른 인생 이야기를 들었다.

수채화로 옮기는 골프의 미학

작품 활동 중인 신정무 화백./사진=신정무 제공

- 가끔 SNS를 통해 신 화백 신작 그림을 보게 되면 골프장 수채화 풍경들이 황홀감으로 다가온다. 언젠가는 어린 시절의 친구가 쓴 듯한 페이스북 댓글에 신 화백이 일찍부터 그림의 천재였다는 소개 글이 있었다. 그림을 시작한 시기는 언제인가?

"아마도 타고난 재능도 있었지만 여기에 훌륭한 스승을 만나 조기에 미술교육의 기초를 제대로 익힌 행운이 따랐다. 부산에서 중학교 시절 미술 선생님이 국전 대통령상 수상작가 출신의 안상철 화가였다. 오래전 타계하셨지만 나의 소질을 발견해 특별지도를 해주신 분이다.

고등학교는 서울에서 광신상고를 다녔는데 나는 특기를 인정받아 미술부 학생으로 학교에서 주목을 받으며 그림을 그렸다. 2학년 때인 1958년 내 작품이 국전에서 입선되어 신문에 이름이 오르는 등 유명해졌다. 국전 입선은 화가의 관문이었다. 학교에서는 미술교실을 내 화실로 사용토록 했다.

또 이듬해 한국일보가 주최하는 전국중고교미술실기대회에서 대상인 문교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졸업 후 여러 대학 중에서 조건이 좋은 대학(중앙대에 합병된 서라벌예대)을 택해 서양화를 전공한 뒤 프랑스 파리 그랑소메르 아카데미 수료, 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현대미술 전공,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방송신문학도 전공했다."

- 지금은 미술단체가 주관하지만 과거 정부가 개최한 국전에서의 입상은 수많은 화가나 미술 지망생들에게 성공과 입지를 위한 치열한 경쟁의 관문이었다. 고등학생이 입선작가로 평가 받았다면 화가로 장래가 열려 있는 샘인데 왜 젊은 시절을 방송사와 신문사에서 직장생활을 하게 된 것인가?

"인생을 살다보면 잠깐의 선택이나 판단의 차이로 장래가 달라지고 운명이 바뀌는 순간들이 있다. 학생시절 내 그림이 주목을 받을 때였다. 1959년도 고등 학생 신분으로 동화화랑 (현 신세계백화점)에서 수채화 개인 초대전이 개최됐다. 이때 미국대사관 공보관(USIS)의 주최로 한국에서 작품 전시회를 하게 된 미국의 세계적인 중국계 화가 동킹만이 나의 전국중고교미술전 대상 수채화를 보고 제안을 해왔다. 미국에 데려가 유학을 하고 작가로 활동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유혹이었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가족과 나라를 떠난다는 모험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해 기회를 외면했지만 가끔 그 결정이 행운으로 이어졌을까 아니면 불운으로 이어졌을지 지금도 궁금하게 상상을 해볼 때가 있다.

그림을 계속할 수 없게 된 것은 육군본부에서 군복무가 끝나갈 무렵인 1964년 당시 무심코 TBC 동양방송 직원 공채에 응시했다가 덜컥 합격을 하면서였다."

신정무 화백

- 방송사라면 프로듀서 아니면 보도국 기자나 아나운서부터 떠오른다. 업무 직종은?

"전공과 연관된 업무는 TV 방송 미술부문으로 그와 연계해 내가 맡은 일은 상업방송의 가장 화려한 사업종목인 CM 제작PD 분야였다. 1980년 컬러 TV시대를 시작하면서 VTR 제작공정에 필요한 과정인 그림 중심의 콘티를 짜고 기획에서 제작, 마켓팅까지 나의 역량이 한층 더 소중하게 활용되었다. 전문가로서의 열정을 토해내고 인정을 받아가면서 방송사에 이어 신문사 광고사업 분야를 옮겨 다니며 순탄하게 운영관리 임원으로 성장 발전해 갈 수 있었다."

- 골프를 그림의 주제로 삼게 된 데는 신 화백께서 오랜 세월 프로 수준의 골프를 즐기면서 살아온 일화들이 따른다. 골프는 어느 정도의 실력인가?

"골프는 기본 72타에서 한 거리 수 오버까지 싱글이라고 하는데 싱글 정도의 수준을 유지한지는 오래된다. 신문과 방송사의 광고사업 마켓팅 분야는 기업인들과 골프로 시간을 함께 하는 일정이 많다. 좋아하고 즐기는 운동으로 골프와 더불어 살다가 2부 인생에서 나의 특기인 그림 작업을 시작하게 되자 골프장이라는 공간의 풍경은 늘 가까이에서 제2 인생의 배경으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일과 취미, 특기를 인생의 한 울타리 안에 어울리게 조합해 살려다 보니 골프 경기장이 아주 자연스럽게 나의 그림세계로 다가왔다."

ⓒ신정무
ⓒ신정무
ⓒ신정무

- 개인 승용차가 귀한 시절에 홀인원으로 시상품인 고급 현대 자동차를 받아 뉴스 메이커가 된 적도 있다는데.

"정주영 현대 그룹 회장과 함께 얼마 전에 별세한 동생 정상영 KCC 회장과도 인연이 된 사건이었다. 1995년 3월 18일 비바람이 불던 날로 기억된다. 경기도 이천 금강컨트리클럽 6번 홀 PAR3 에서 내가 날린 탱자만한 공이 쥐구멍만한 홀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현대 그룹에서부터 난리가 났다. 자동차를 누가 가져갈까 정주영 회장부터 관심을 두었는데 그 행운이 나에게 찾아왔다.

정주영 회장은 골프를 좋아했다. 그 분은 가끔 골프 실력을 두고 머리가 좋고 나쁘고를 판가름 하는 잣대로 삼기도 했다. 100타가 넘으면 둔재 취급을 했다. 직원 중에 골프를 잘 치는 사람을 보면 학창시절 공부도 우등생이고 머리도 좋았을 것이라는 칭찬이 따랐다. 그 무렵에 인연이 된 정상영 회장도 현대그룹 임원들이 사용하는 법인 카드 회원 대우를 해주며 나의 골프 활동을 후원해 주기도 했다.

 그 분들과 무관하였지만 나중에 현대그룹이 설립한 문화일보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골프상무이사’라는 별칭이 따라붙기도 했다."

홀인원 사진 신정무1995년 문화일보 상무시절 금강cc에서 홀인원
신정무 화백은 1995년 문화일보 상무시절 '홀인원'으로 현대자동차를 시상품으로 받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사진=신정무 제공 

- 신문 광고에서 기사 형식의 기획광고를 문화일보에서 시작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문화일보가 현대그룹의 계열사로 인정되어 발행 초기에는 공정거래 규제에 의해 현대그룹 광고를 유치하지 못하는 힘든 시기가 있었다. 그 무렵에 시도된 새로운 광고형태가 기사처럼 쓰는 기획광고였다."

- 사회활동을 방송에서 시작했지만 신문사 근무 경력이 다채롭다.

"TBC에서 한국일보사에서 발행한 일간스포츠의 광고영업직 간부로 옮겨갔고 다시 스포츠서울을 창간한 서울신문사를 거쳐 문화일보사 임원으로 오랫동안 재직했다."

- 평균 수명이 산업화 이전보다 2,30년 연장되면서 인생을 1, 2모작으로 분류해 은퇴 나이에 인생 2모작의 시작으로 보는 경향이 생겼다. 이제는 화가로 인생 2모작을 뜻있게 꽃피워가고 있지만 당신의 인생에서 골프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골프와 그림’이 일생을 이끌어 가는 레일처럼 생각된다.

"맞다. 나는 화가이면서 골퍼인생을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 골프는 나에게 숱한 곡절과 체험,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이끈다. 한 번의 샷을 휘두를 때마다 밤톨만한 작은 공이 나의 간절한 염원과 꿈을 안고 날아간다. 순간의 드라마를 연출해 순간에 희로애락이 엇갈린다. 바로 골프가 재미있고 희비가 엇갈리는 인생이구나 하고 느끼며 산다."

-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골퍼들의 국가로 또 하나의 K 한류가 연출되고 있다. 박세리로 시작된 우먼 골프 파워는 지금 세계 프로골퍼들의 전쟁터와 같은 LPGA 그라운드를 주름잡고 있다. 그런 점에서 신 화백의 골프 그림은 충분히 화젯거리가 될 만하다.

"그 덕분에 남다른 에피소드가 있다. 2019년 골프황제로 일컫는 타이거 우즈가 미국 조지아주 에트란타 이스트 라이커 레이크 컨트리클럽에서 81번째 우승한18번홀 골프장, 82번째 마스터스 오거스타 참가한 경기장 풍광 두 점 그림을 SNS를 통해 접한 타이거재단 부라이언 밸 이사장이 타이거 우즈에게 작품을 보여주며 프로포즈 하기를 권한다는 제의를 해온 적이 있다."

신정무 화백

- 선천적인 예술재능은 유전인가? 어린 시절을 보낸 부산이 고향인가?

"양쪽 모두 아니다. 아버지는 기업을 운영한 사업가였다. 고향도 경기도 안양이다. 6.25 피난기에 부산으로 한동안 이주해 살았다. 부산의 대표 기업이던 태화고무가 집안의 사업체라 내 인생에서 음양으로 혜택도 많이 받았다."

- 가족을 소개할 수 있는가?

"아내는 서울음대 출신의 소프라노 전정자로 꾸준히 음악활동을 해왔다. 큰아들은 한국에, 작은 아들은 보스턴 대학원(석사) 나와 시카고에서 전문 직업인으로 열심히 살고 있다. 가끔 보내주는 손주들의 성장 모습을 전해 받는 것이 나의 즐거움이다."

- 참으로 특별한 ‘골프 화가’로 못다한 이야기가 있다면?

"인생이 연극이고 인간들이 다 배우라는 말이 있지만 좀 색다른 눈으로 보면 우리 인생이 모두 예술이다. 사람은 다 예술을 하는 예술인이라는 말과 같다. 골프라는 운동놀이가 인생을 함축해서 느끼고 겪는 드라마 같다는 말을 했지만 나는 별나게 그 골프드라마에 빠져 살고 있다. 그래서 즐겁고 보람과 꿈을 잃지 않고 산다. 누가 먼저 고안하고 시작했는지 골프장은 나에게 언제나 인간과 자연이 어울려 춤추는 풍경의 살아있는 수채화처럼 느껴진다. 골프인생 45년, 여전히 남은 인생을 골프장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다."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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