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홍대식 연세대 학장 “공대 지원자, 물리 대신 점수 따기 유리한 과목만 공부하면 국가불행”
[인터뷰365] 홍대식 연세대 학장 “공대 지원자, 물리 대신 점수 따기 유리한 과목만 공부하면 국가불행”
  • 신향식
  • 승인 2019.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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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식 연세대 공과대학 학장 인터뷰
-연세대 공대 교수 22명과 함께 ‘공학의 눈으로 미래를 설계하라’ 출간
홍대식 연세대 공과대학 학장은 “이공계 연구원들에게 필요한 첫 번째 실력이 물리”라며 “물리학 기피 현상은 국가 경쟁력 약화까지 초래한다”고 말했다. 최근 홍 학장은 연세대 공대 교수 22명과 함께 ‘공학의 눈으로 미래를 설계하라’ 출간했다. ⓒ신향식

인터뷰365 신향식 인터뷰어= 일본 경제산업성은 7일 한국을 수출관리 상의 일반포괄허가 대상인 이른바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이것은 ▲강제징용 노동자의 배상판결, ▲일본 자위대 항공기 접근에 따른 레이더 사용 여부 논쟁, ▲위안부 문제 및 일왕의 사죄요구 발언,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등에 관한 일본의 누적된 불만이 배경에 깔렸다.

한국은 이번 사태의 대책으로 당장 급한 불을 꺼야겠지만 근본적으로 한국이 기초과학기술 개발에 더 투자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실제로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된 지 7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국 산업구조가 일본에 종속돼 있다. 당장의 정책적 대응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한국 자체의 산업경쟁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이것을 뒷받침할 과학기술 인재양성방법을 어떻게 획기적으로 개혁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일본의 무역 보복 사태에 즈음하여 최근 주목 받는 책이 있다. 연세대 공과대학(학장 홍대식) 교수 22명이 발간한 ‘공학의 눈으로 미래를 설계하라’(해냄출판사)란 책이다. 이번 사태를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지난 3월, 공학의 흐름과 중요성을 담은 책을 출간해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기초과학기술 및 공학의 중요성을 청소년과 일반인 눈높이에 맞춰 소개한 점이 돋보인다.

책 발간을 이끈 홍대식 학장을 6월 27일 연세대 신촌교정 공과대학 학장실에서 90분간 취재한 뒤 이메일로 수 차례 추가 인터뷰를 했다.

홍대식 연세대 공과대학 학장 ⓒ신향식

“수능과 내신 등급을 올리려고 손쉬운 과목만 택하면 곤란합니다. 당장은 득이 될 것처럼 보이겠죠. 하지만 실제론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설령, 공과대학에 합격해도 엄청나게 많이 고생합니다.”

홍대식 연세대 공대 학장(전기전자공학부)은 고등학교 과정의 물리도 모르는 공대생들이 있어 보충교육을 한다면서 속상해 했다. 고등학교에서 물리를 제대로 공부하고 입학해야 하는데 당장 입시에 유리한 과목만 공부해 이런 일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홍대식 학장은 “이공계 연구원들에게 필요한 첫 번째 실력이 물리”라면서 “전기전자공학, 기계공학, 토목공학, 건축공학, 컴퓨터공학, 신소재공학 등의 전공 공부를 할 때 물리학 개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홍 학장은 “현재 공대생들의 물리 실력이 너무나도 부족하다”면서 “물리학 기피 현상은 국가 경쟁력 약화까지 초래한다”고 걱정했다.

“연세대 공과대학의 일만이 아닙니다. 서울대 공대생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실제로 서울대학교는 ‘물리의 기본’을 개설하여 보충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물리는 융합 학문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일단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뒤 다른 분야와 손잡을 때 필요한 학문이 바로 물리학입니다. 다른 분야와도 눈높이를 맞춰 융합적으로 연구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물리적인 이해 능력이 필요합니다.”

연세대학교 공대 전경 ⓒ신향식

홍대식 학장은 물리는 인문학에서 철학이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논리를 폈다. 세상의 모든 사물이 물리학적 이치에 맞춰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리학적 원리에 따라 사물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작동 원리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창의적으로 새로운 공학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입전형에서 물리 시험을 치러 학생들 실력을 가늠해 보면 되지 않겠느냐’고 질문했다. 홍 학장은 “(본고사 등을 금지하고, 고교 과정에 맞게 쉽게 출제해야 한다는) 교육부 지침에 가로막혀 응시생들의 물리 실력을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입시는 입학처의 지휘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데 사실 대학입시는 (교육부에서 간섭하지 말고)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모든 교육이 대학입시에만 맞추어져 있습니다. 숲을 보지 않고 나무를 보는 것이지요. 입시에만 초점을 두다보니 물리를 기피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공학을 하려면 물리 교육이 필요한데 그걸 놓치고 있는 겁니다.”

홍대식 학장은 박사과정 대학원생들이 연구한 결과물을 가져오면, 이렇게 주문한다고 한다.

“자네가 연구한 걸 문과대학 3학년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말로 설명해 볼 수 있나.”

홍 학장은 수학적인 것을 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때 논문을 쓰게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수준 높은 논문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직관이 있어야 제대로 연구할 수 있는데 이것은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수학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물리가 필요합니다. 인문학 공부에서 철학이 활용되는 것과 매한가지입니다. 그런데 물리 공부를 안 하고 입학하니 답답한 겁니다. 수학과 물리는 일맥상통합니다. 수학은 물리를 점검하는 일이기에 실제로는 물리입니다. 물리적인 현상을 말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역량이 학생들에게 부족한 실정입니다.”

홍대식 연세대 공과대학 학장 ⓒ신향식

홍 학장은 신입생들에게 물리 교육을 할 때 발생하는 어려움도 토로했다. 어느 수준에 맞춰 지도해야 할지 난감하다는 것이다.

“특수학교 출신 학생들 수준으로 물리 수업을 진행하면 일반고 출신 학생들이 까막눈이 됩니다. 일반고 수준으로 진행하면 영재학교 출신들이 졸아요. 시험을 봐서 수준별로 나누어 수업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부족한 학생들은 따로 수업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런데 교육부가 막아요.(흑흑)”

홍 학장은 “수준 높여 지도하면 물리 수강을 철회해 버려서 강좌가 유지되지 않을 정도로 일부 학생들이 학점에 너무 신경 쓴다”면서 “종합대학에서는 교과과정을 융통성 있게 진행하기 힘든 구조”라고 밝혔다.

홍대식 학장은 최근 삼성전자 지원을 받아 6세대 이동통신 시스템을 구축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아무도 시도해 보지 않은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시도해 보는 연구입니다. 이런 연구를 하는 데 가장 필요한 인력이 바로 창의성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스토리텔링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동시에 그것을 물리적인 현상으로 이해하고 구현할 수 있는 인재입니다.”

홍대식 학장은 “기술 문제가 해결되면 신기술, 신제품의 개발 방향을 잘 설정해야 한다”면서 “이것은 지금까지 선진국이 해 왔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이제까지 선진국에 근접해서 쫓아가기만 했지요. 이젠 인문사회 관점에서 창의적으로 문제 만들기, 아이템 창출을 시도해야 합니다.”

 

신향식

필명 신우성. 언론인 출신의 입시전문가 겸 대학강사. 스포츠조선과 굿데이에서 체육기자로 활약했고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독서신문에서 프리랜서 기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경희대, 경인교대, 백석대, 인덕대, 신우성학원에서 작문(글쓰기) 관련 출강.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을 수상한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에 관한 연구'의 요약본이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수록. 신우성글쓰기본부 대표. 저서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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