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피플] '돈키호테식' 엉뚱한 발상으로 변화 이끄는 진옥동 신한은행장
[365피플] '돈키호테식' 엉뚱한 발상으로 변화 이끄는 진옥동 신한은행장
  • 김리선 기자
  • 승인 201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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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유목민 자세 필요" 거침없는 '혁신과 변화'의 행보 예고
진옥동 신한은행장 취임 기자간담회(3)
2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소재 신한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취임식에서 진옥동 은행장이 취임사를 말하고 있다./사진=신한은행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돈키호테적 발상'을 하지 않으면 변화가 발생하지 않아요. 직원들에게 '뚱딴지' 같은 얘기로 자극을 주고 있습니다."

진옥동 신한은행 신임 행장은 2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소재 신한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거침없는 '혁신과 변화'의 행보를 예고했다. 

진 행장은 직원들이 성의 '진'과 이름의 '옥'을 따서 '오케이 진'(O.K. Jean)이라는 별명을 붙여줄 만큼 신한에서 긍정과 역동, 그리고 젊음의 상징적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별명답게 간담회 내내 디지털과 글로벌 부문에서의 변화를 강조한 진 행장은 "디지털 유목민이 되려고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돈키호테스런' 발상과 전략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진 행장은 디지털 부분에서 "기존 인사이동을 통한 전환 배치 방식에서 벗어나 IT에 대한 기본적 소양을 갖춘 디지털 인재를 뽑아야 한다"며 "이들이 직접 영업점에서 고객들을 만나서 고객의 니즈를 직접 파악하고 개발을 통해 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진 행장은 "이런 발상의 맥락으로 직원들에게 IT 개발 부서를 없애버린 뒤 IT 인력들을 현업 부서에 둬 '애자일 개발론'을 실현하자고 엉뚱한 주문도 해봤다"고 덧붙였다. 

진 행장은 오랜시간 일본 SBJ에서 근무하며 해외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아온 '해외통'으로 불린다. "일본에서의 경험이 전부여서 과분한 수식어"라고 겸손함을 드러낸 진 행장은 "단계적으로 글로벌 전략을 진행해야 한다"며 "기축통화지역에서의 전략과 금융니즈가 커지고 있는 신흥국에 대한 전략을 달리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진 행장은 "은행이 고객을 이익 창출 수단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은행은 고객의 자산을 증식시켜 줘야 하는 명제가 있다"며 '고객' 중심의 경영철학을 강조했다. 

다음은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일문일답.

-진 행장이 추구하는 '리딩뱅크'란.

리딩뱅크를 다른 의미로 생각한다. 재무적으로 천억 정도의 이익을 더 냈다고 리딩뱅크로 보지 않는다. 1982년 신한은행 창립 당시 매년 1월이 되면 은행장으로부터 전지점장이 3박4일, 4박5일간 연수원에서 연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많은 비난도 있었지만, 그 역사는 10년 이상 이어졌다. 그 당시 난 행원이고 연수 보조를 하며 귀동냥 했던 말 중에 지금도 내 마음을 울리는 메시지가 있다. "진정한 상인은 상대의 이익도 생각하면서 자기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말이다. 독일의 지멘스는 "이익을 위해서 영혼을 팔지 말아라"라는 얘기를 직원들에게 주문하고 있는데, 같은 맥락이다. 

중요한 건 고객이다. 은행이 고객을 이익 창출 수단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은행은 고객의 자산을 증식시켜 줘야 하는 명제가 있고, 그 명제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은행의 이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앞뒤가 바뀌어선 안된다. 

'진정한 리딩뱅크'라는 얘기는 과거 90년대 자산이나 이익규모가 작은 은행이었지만, 한국에서 리딩뱅크가 어디냐는 질문에 신한은행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비록 작은 은행이지만 긴 호흡에서 보면 신한은행이 리딩뱅크가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 때의 신한은행과 지금의 신한은행은 어떻게 다른지 고민해보겠다. 제 금년도의 과제다. 

-고객수는 어떻게 되나.

활동성 계좌수로 KB가 1400만, 신한이 1000만으로, 400만 정도 차이가 있다. 숫자 경쟁보다 '진정한' 리딩뱅크를 추구해 나가겠다. 

-최근 제3인터넷 전문은행이 중단되었는데. 

사실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한 답변은 디지털전략 매트릭스상 지주에서 담당하고 있다. 토스 전략 부문은 지주를 중심으로 진행했고 은행 직원들이 파견을 나가 비즈니스 모델을 담당했는데, 이견이 있었고 조율이 잘 안되서 이탈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제가 파악을 못해 답변 드리기 힘들 것 같다. 또 토스가 현재도 사업 진행을 추진하는 단계여서 이와 관련된 얘기를 아끼는 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금융업계는 디지털과 글로벌이 화두다. 디지털 추진 전략은.

디지털 화두에 대한 제 생각은 한마디로 디지털 기업이 되겠다는 거다. 즉, DT(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디지털전환) 얘기를 많이 주문하고 있고 많은 변신을 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디지털을 담당하는 인력들이 유목민이 되려고 하는 자세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디지털 유목민의 방식'이다.

DT를 이루기 위해서는 조직이 디지털을 향한 많은 변신이 있어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디지털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과거에는 은행원들은 상경계 출신을 뽑아 전환배치를 뽑아 IT인력으로 양성했는데, 진정한 디지털기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IT에 대한 기본적 소양을 갖춘 사람을 뽑아야 한다. 이들이 영업점에서 고객들과 접하고,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고객의 뜻을 개발형태로 가져 가야 한다. '돈키호테적 발상'을 하지 않으면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다. 

또 이 같은 돈키호테적 발상의 맥락으로 직원들에게 엉뚱한 주문도 했다. IT개발이나 디지털 사무실을 없애버릴 것을 주문해봤다. IT 개발 부서를 없애버린 뒤 IT 인력들을 현업 부서에 둬야만 최근에 얘기하는 '애자일 개발론'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개발자가 바로 현장에서 요건 정의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야 한다. 개발자가 모여있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 자체가 현업으로 나가 있어야 하는데, 이게 바로 애자일 개발론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부문장들이 전문가지만, 이런 '뚱딴지' 같은 얘기를 통해 자극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런 말도 안되는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 올해 인력 채용부터 조금 변화를 가져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소재 신한은행 본점에서 취임식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신한은행

-신한은행 계열사 일본 SBJ은행에서 오랫동안 몸담은 국제통으로 알려져있다. 글로벌 전략은. 

최근 언론에 은행장들이 ‘국제통’이란 말이 나오는데, 저로서는 부끄럽다. 여러 나라를 근무하신 다른분들에 비해 난 사실 일본 밖에 근무한 경험이 없으니까. 

글로벌은 스텝으로 단계적으로 전략을 진행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트랙은 매우 중요한 기축통화지역에서의 전략이고, 다른 트랙은 국가의 경제 발전 속도와 같이 따라서 금융니즈가 커지고 있는 신흥국가에 대한 것이다.  

한국은 지정학적 리스크도 있지만 통화의 안정성이 굉장히 약한 나라다. IMF 당시 오사카에서 근무하면서 ‘팔리는건 무조건 팔아라’라는 지시도 받았고, ‘엔화든 달러든 두 개의 통화로 환산할 수 있는 건 무조건 환산해라’라는 주문도 받았다. 아픈 추억이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지만, 한국의 통화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임에도 통화 안정성은 다소 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은행이 아무리 잘해도 환율이 급등해버리면 국내에서 난 이익을 전부 외국에 다 바쳐야 하는 상황이다. 

리먼쇼크가 생기기 전에 한국의 원화가 가장 강세였다는 2007년 당시 엔화조달금리가 0.3%정도였는데, 리먼쇼크가 터지자 열 배가 넘게 급등했다. 이자도 열 배, 만기에 갚으려면 원금이 두 배가 되더라. 그래서 기축통화지역에서의 글로벌 전략은 그 지역의 기축통화를 조달할 수 있는 채널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SBJ 설립 시 그래서 고집을 좀 피웠다. 그 당시 리먼쇼크가 끝났을 때 2500억엔을 한국에 보낸 적 있다. 이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 감안 시 기축통화지역의 똘똘한 채널이 하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신흥국의 경우 가능성 있는 곳에 집중 투자해서 그 지역에서 초격차를 이뤄야겠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면 베트남이 의미있는 성장을 하고 있는데, 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본다. 캄보디아, 미안먀 등도 주목하고 있다. 여기저기 한정되어 있는 우리 자본력을 뿌리기보다는 유의미한 모습으로 성장시키려고 한다.   

-기축통화지역에서의 전략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글로벌 부문에서 기축통화지역은 생각 같아서는 M&A(인수합병)를 하고 싶다. 하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되지 않으면 그 지역에서 붐업이 안된다. SBJ은행 설립 당시에 제가 주장했던 점은 만에 하나라도 제2의 IMF가 와서 서울이 흔들렸을 경우 같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한 서울의 1/5 규모가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기축통화지역에서 규모의 경제를 가져가야 한다는 얘기인데, 사실 자본의 한계라던지 어려움은 있다. 

하지만 신한은행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IMF 위기 이후 한국의 은행들이 모두 적자였을 때 유일하게 신한은행만 흑자를 냈다. 국내 영업부문에서는 똑같이 적자를 냈지만, 글로벌 부문에서 흑자가 났다. 당시 신한이 가지고 있던 미국의 내셔널뱅크라는 3곳의 지점 은행이 있었는데, 2천만불 주고 산 그 은행이 같은 가격에 팔았음에도 판 시점에 환율이 폭등하면서 매각 이익이 발생했던 거다. 그래서 합병도 피할 수 있었다. 이런게 글로벌 진출이 가진 포트폴리오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많은 재산이 있어도 내가 팔고 싶을 때 팔 수 없는 건 재산이 아니다. 글로벌 전략도 마찬가지다. 신흥국에서는 우리가 위기일 때 그 쪽도 위기여서 가격이 폭락한다. 그래서 전략적 포트폴리오는 그 반대 지역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 미국, 일본이 해당되는데, 그 지역에 유동성이 있는 자산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조직문화와 관련된 대학원 졸업 논문을 쓰셨던데, 디지털화에 따른 조직 문화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고객 중심으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이 가려는 방향을 직원들이 흡수하고, 고객들에게 영업 활동을 하면서 조직 문화가 발현되는 거다. 고객 우선을 철저히 강조하는 방향을 가야한다. 이것이 신한이 성공한 이유기도 하다. 신한은행 설립시 은행 문턱이 높았지만, 고객 위주의 행동과 방침을 철저히 지켰다. 신한은행의 성공 방정식이다. 이러한 조직문화가 다시 살아나야 된다고 생각한다. 

2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소재 신한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취임식에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위성호 전 행장으로부터 은행기를 전달받으며 악수하고 있다./사진=신한은행

-최근 3개월 동안 인수 인계 과정을 거쳤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회장과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으로부터 받은 조언이 있다면.

은행장 추천을 받은 후 조 회장님이나 위 행장님하고 많은 얘기를 나눴다. 위 행장님과도 티 타임이나 식사도 많이 했다. 회장님께서는 조직안정 부문을 많이 강조하셨다. 회장님께서는 매트릭스 체제이므로 가장 중요한 리테일 금융과 기업금융부분을 잘 챙겨야 한다고 조언하셨다. 특히 기업부문은 지금 굉장히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그 부분은 더 신경 써달라 강조하셨다. 위 행장님께서는 기관 영업에 대한 많은 성과를 내셨고, 기관 영업 플랫폼을 만들었기에 그 부분을 디테일하게 챙겨달라고 주문하셨다. 디지털도 근시안적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봐달라고 조언해주셨다. 

-임기 중 올해 경영목표가 있다면.  

경영 목표에 대해선 직원들과 상의하고 있다. 일단 기업 금융 시장의 경우 한국에서 레드오션으로 보고 있고,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 숫자는 계속 줄고 있어 사실 무척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우선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WM(자산관리)부문이다. 이 부문은 신한의 경영철학과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본다. 신한은행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운영을 할 것인가와 함께 같이 고민하고 있다.  


 

김리선 기자
김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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