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김철] '이랴'하는 소리에 느림보 소가 힘을 내는가 싶은데 이내 느릿느릿한 걸음이다. 힘이 센 소라고 해도 목에 멘 멍에로 쟁기를 끈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등이 굽은 팔순의 촌로도 산비탈의 밭갈이가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두메산골에서 볼 수 있는 60년대 식의 희귀한 전원 풍경이다.
농업이 기계화되면서 농촌에서 트랙터와 경운기는 볼 수 있어도 밭갈이를 하는 일소를 보기란 쉽지 않다. 농기계가 일소를 대신하면서 일소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간마을에서는 지금도 일소가 농사를 짓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난한 농가에서 우선 값비싼 농기계를 보유한다는 것이 무리이고 설사 있다고 해도 연로한 농부들이 다루기가 용이하지 않다. 더구나 경작지가 소규모이고 농기계가 들어갈 수 없는 험준한 산비탈 같은 논밭에는 농기계보다 오히려 일소가 더 실용적이다. 그래서 드물기는 하지만 아직도 농촌에서는 일소가 농사일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농번기가 시작되면서 요즘 농촌은 농부들의 일손이 바빠졌다. 한해 농사를 준비하는 일로 농촌 어디를 가나 대부분 연로한 농부들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비록 고된 농사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농부들은 일한 만큼 풍요로운 가을이 기다리고 있어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소를 앞세우고 밭갈이를 하는 촌로의 뒷모습이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워 보인다. 그런데도 쉽게 일손을 놓지 않는 것은 심은 대로 거둔다는 평범한 진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봄에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후회한다.’ 는 주자(朱子)의 가르침을 밭갈이하는 농부가 묵묵히 일러주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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