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령 기자’의 대통령 기자회견 질문, "좋은 질문이란 무엇인가" 한국사회에 화두 던져
‘김예령 기자’의 대통령 기자회견 질문, "좋은 질문이란 무엇인가" 한국사회에 화두 던져
  • 신향식
  • 승인 2019.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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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노조위원장 출신 김왕근 전 조선일보 기자,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에 글 올려
김예령 기자
경기방송 김예령 기자가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하는 장면./사진출처=JTBC 방송화면 캡쳐

[인터뷰365 신향식 칼럼니스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10일)에서 경기방송의 김예령 기자가 대통령에게 한 질문 때문에 대한민국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김 기자 질문의 핵심은 “스스로 지금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정책의 방향을 바꾸지 않고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였다. 이 질문이 “좋은 질문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

시민들은 김 기자가 질문 과정에서 왜 자기 소개를 빼먹었느냐, 대통령을 향해서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라고 말한 점이 무례한 태도가 아니었는가 등의 질문을 하고 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점은 김 기자가 한 질문 내용이 적절한 것이었는지 여부다. 이에 관한 본격적 언급은 한국방송공사(KBS)의 최경영 기자가 했다.

그는 1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에 ‘질문을 위한 툴’을 소개하고 “질문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면서 김 기자에게 “뜬구름 잡는 소리 하지 말라”, “공부 더하라”고 비판했다. 최 기자가 소개한 ‘툴’은 다음의 여섯 가지다.

1. 질문을 하지 심문을 하지 말라. 공격적인 질문은 안 좋다. 같은 질문이라도, 톤이 매우 중요하다.

2.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해라. 식상하고 뻔한 질문 하지 말고. 

3. 질문했으면 잘 들어라.

4. 질문할 것만 요점으로 바로 들어가서 질문하라. 니 소리 앞서 떠들지 말고.  

5. 인터뷰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을 질문하든가, 아님 진짜 하기 싫은 말을 질문해라.

6. 추상적이고 뜬구름 잡는 소리 말고 구체적 질문이 좋다.

최경영 KBS기자 페이스북 화면 캡쳐  

김예령 기자의 질문은 과연 ‘추상적이고 뜬꾸름 잡는 식’이었나. 기자가 대통령에게 날선 질문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손석희 JTBC 사장은 이를 “권위주의 정부에서 벗어났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김예령 기자의 질문에 대한 비판도 건전한 사회, 토론이 통하는 사회를 위해서 필요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시민들이 이 토론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이 문제를 깊이 생각해 보는 ‘토론 논술’의 경험이 우리 사회를 발전시킬 것이다.

그렇다면 최경영 기자가 한 비판은 옳은 것인가? 김예령 기자는 추상적이고 뜬꾸름 잡는 질문을 한 것인가?

이 또한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인데, 전 조선일보 기자이자, 조선일보노조위원장 출신인 김왕근 ‘붓다로살자’ 편집장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최 기자가 소개한 그 ‘툴’을 갖고 이를 다음과 같이 분석해서 눈길을 끈다. 그 내용이 함께 생각해 봄직하여, 좀 길지만 여기에 소개한다.


김왕근 전 조선일보 기자. 경기방송 김예령 기자의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질문방식에 관련된 논란에 관해 김왕근 전 조선일보 기자는 "시민들이 자기 논리를 펼치며 토론논술을 할 수 있어야 우리의 정치는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기방송 김예령 기자의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질문방식에 관련된 논란에 관해 김왕근 전 조선일보 기자(사진)는 "시민들이 자기 논리를 펼치며 토론논술을 할 수 있어야 우리의 정치는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왕근 편집장의 페이스북 글 전문]

“최 기자가 소개한 ‘질문을 위한 툴’로 김예령 기자의 질문을 분석해 보자. 우선 김 기자는 4번 항목에 충실했다. 장황하게 서론을 길게 말하지 않고 핵심 질문만을 했다. 5번 항목에도 충실했다. 김 기자는 만약 문 대통령이 ‘생각’이 있었다면 김 기자의 질문은 ‘인터뷰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을 질문한 것이 된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 질문이 ‘진짜 하기 싫은 말’을 질문한 꼴이 됐다. 어떤 경우든, 질문은 ‘툴’의 지침을 따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예컨대 ‘저는 함께 잘 살아야 하며 빈부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큰 방향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불평은 불가피하겠지만, 우리의 위대한 국민들이 결국은 공감하리라고 굳게 믿습니다. 그것이 저의 자신감의 근원입니다’라는 식으로 말할 수 있지 않았을까? 김 기자는 대통령의 자신있는 답변을 기대했다고 했다.

김 기자가 ‘웃으며’ 질문한 태도도 예의 없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웃는 것이 왜 무례한 일인가? 김 기자가 웃으며 질문 한 자체가 1번 항목에 충실했다는 증거다. 그걸 ‘무례’로 해석하는 것은, ‘당황한 문재인 대통령’에 감정이입됐기 때문이다.

2번 항목에도 김예령 기자는 충실했다. 지금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김 기자가 뻔하지 않은 질문을 했다는 방증이다. 김예령 기자는 자신에 대한 비판에 “대통령이 자신감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다”며 자신의 입장을 해명하고 있다. 그러니 3번 항목에도 충실하다.

마지막으로 6번 항목 ‘추상적이고 뜬구름 잡는 소리 말고 구체적 질문이 좋다’다. KBS 최경영 기자는 “무슨 정책이 어떻게 잘못되어서 경제가 구체적으로 이렇게 되었다는 명확한 인과관계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질문이 구체성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통령 자신이 경제 자체에 문제가 지금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걸 질문자가 다시 장황하게 얘기할 필요는 없었다. 만약 그렇게 했다면, 그것은 최 기자가 소개한 ‘툴’의 4번 항목 '요점으로 바로 들어가서 질문하라'를 어기는 것이 된다.

김 기자의 질문은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장에서 나왔다. 산업부의 어떤 국장이 예컨대 부동산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한 나라의 대통령이 국정의 방향을 제시하는 회견에 대한 질문이었다. 당연히 국가 정책의 전체 방향을 질문했다. ‘스스로 지금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정책의 방향은 계속 유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그 질문, 대통령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으면 당연히 논리적으로 나오는 질문,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은 하지 못한 질문을 김예령 기자가 국민을 대표해서 했다.

그런데 이게 왜 ‘추상적이고 뜬 구름 잡는 소리’로 매도되는가? 최경영 기자는 6번 항목에 나오는 ‘구체적 질문’을 ‘세부적 질문’과 혼동한 듯하다. 최 기자는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다른 기자를 비판하기 전에 구체성과 추상성, 세부 사항과 큰 정책 방향을, 그리고 자신이 소개한 ‘툴’을 좀 더 숙고해 보아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

김왕근 전 조선일보 기자 페이스북 화면 캡쳐
김왕근 전 조선일보 기자 페이스북 화면 캡쳐

 


 

김예령 기자의 질문은 적절했는가? 만약 이를 손석희 JTBC 사장이 언급한 것처럼 “권위주의 정부에서 벗어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면 이 질문이 적절한 것인지에 관한 숙고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김왕근 편집장은 “이 질문이 적절한 것이었고, 이를 무례하다고 느끼는 것은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진영 논리’로 무장해서 문재인 대통령 측에만 감정이입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 논리가 틀리지 않다면 김예령 기자에게 “실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등의 충고는 근거를 잃는다.

그런데 과연 김왕근 편집장의 논리는 하자가 없는가? 이에 관해 시민들이 자기 논리를 펼치며 토론논술을 할 수 있어야 우리의 정치는 발전할 것이다.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을 한 치도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신향식

필명 신우성. 언론인 출신의 입시전문가 겸 대학강사. 스포츠조선과 굿데이에서 체육기자로 활약했고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독서신문에서 프리랜서 기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경희대, 경인교대, 백석대, 인덕대, 신우성학원에서 작문(글쓰기) 관련 출강.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을 수상한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에 관한 연구'의 요약본이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수록. 신우성글쓰기본부 대표. 저서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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