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지 인터뷰] "토론수업 열심히 해도 객관식 평가에 머무니 무용지물"
[일본 현지 인터뷰] "토론수업 열심히 해도 객관식 평가에 머무니 무용지물"
  • 신향식
  • 승인 2018.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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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삿포로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의 마츠자와 다케시 사회 교사 인터뷰
-재미있는 수업 하고 싶어 일반학교서 국제 바칼로레아(IB) 공립학교로 전근 자청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의 마츠자와 다케시 사회 교사/사진=신향식
일본 삿포로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의 마츠자와 다케시 사회 교사. 다케시 교사는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에서 국제 바칼로레아(IB)를 도입한다는 보도를 접하고 4년 전에 전근을 신청하여 학교를 옮겼다. /사진=신향식

[인터뷰365 신향식 인터뷰어] 지난해 12월 11일, 일본 삿포로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의 3학년 사회 수업 강의실.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과정으로 진행하는 이 교실에 들어서자 마츠자와 다케시 사회 교사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학생들이 스스로 수업을 이끌어가다보니 교사가 열강하는 장면을 보여주기가 어렵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이 교사는 무척 한가해 보였다. 그는 학생들에게 '가르치는'게 없었다. 교실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학생들의 활동을 지켜보기만 했다. 가끔 질문에 답변을 할 뿐이었다. 기자와 눈이 마주치면 빙그레 미소만 지었다.

'한가한' 교사와 달리 학생들은 바빴다. 4~5명이 한 개 조로 앉아서 함께 과제를 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고사리손'은 아이패드로 정보를 검색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주식 동향 등 관련 정보도 검색했다. 특히 주식 변동이 큰 종목을 살펴 보았다. 친구들과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보고서의 질문 항목에 맞춰 수집한 정보를 차곡차곡 정리하였다.

마츠자와 다케시 교사는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에서 국제 바칼로레아를 도입한다는 보도를 접하고 4년 전에 전근을 신청하여 학교를 옮겼다. 기존에 근무하던 학교에서는 예전 방식으로 지도했다. 물론 그는 교직 20년 간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학생들이 흥미를 갖는 주제를 놓고 토론을 곁들여 수업하는 방식을 실천하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아무리 그렇게 수업을 해도 평가 자체가 암기식 객관식이다보니 효과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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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과정으로 진행하는 일본 삿포로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의 사회 수업에서 마츠자와 다케시 사회 교사가 수업을 하고 있다./사진=신향식

국제 바칼로레아는 주입식 교육 대신 토론과 논술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창의력과 사고력, 문제해결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서울시교육청, 제주도교육청, 대구교육청, 충남도교육청은 IB를 국내 공교육에 도입할 수 있는 교육정책방안을 연구해 왔다.

일본은 이미 2013년부터 IB를 공교육에 도입했다. 그 중에서 삿포로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는 삿포로시에서 운영하는 공립학교로 4년째 IB를 모범적으로 적용한다고 알려졌다. IB 도입을 선언한 대구교육청 관계자 15명이 지난 18~20일에 이 학교의 수업을 참관했고, 내달 2~3일에는 ‘인천 배움의 공동체 수업 연구회’ 소속 교사 5명이 견학할 예정이다. 일본 전역에서 이 학교의 수업혁신, 평가혁신을 배우기 위해 참관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사회 과목을 지도하는 마츠자와 다케시 교사를 지난해 12월 현지에서 인터뷰한 뒤에 올 5월에 전자우편으로 후속 취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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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삿포로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의 마츠자와 다케시 사회 교사/사진=신향식

◆"강의식 수업이 교사로선 진행하기가 훨씬 더 쉽긴 하죠"

"기존 수업 방식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던 상황에서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에서 IB를 도입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IB 학교에서는 제가 꿈꾸던 교수법으로 수업도 하고 평가도 한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학교를 옮겼지요. 물론 수업 준비가 힘들지만 그래도 IB 교육과정이 더 훌륭하다고 보기 때문에 즐겁습니다. 달달 암기를 하여 객관식으로 시험을 보게 하는 방식의 학교는 정말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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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삿포로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 IB 사회 시간 수업 중인 학생들./사진=신향식

"기존 방식과 IB 수업 중 어느 쪽이 수업하기가 어렵냐?"는 질문에 마츠자와 다케시 교사는 "어느 쪽이나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그는 "기존 방식은 답이 하나이기 때문에 그것을 가르치면 되지만 IB에서는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예전엔 배운 대로 그냥 외워서 시험을 보면 됐어요. 편한 걸로 본다면, 정답이 하나인 기존 방식이 낫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으니 머리를 쓸 필요도 없었지요. 하지만 IB는 직접 생각을 해서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교사는 학생이 제대로 생각하고 있는지 그들의 표정을 보면서 힌트를 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어려울 수도 있겠지요."

IB 사회 수업 사진1
일본 삿포로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의 마츠자와 다케시 사회 교사/사진=신향식

◆"IB는 답이 없는 문제를 놓고 학생과 선생이 같이 생각해 가는 교육과정“

그는 "전통적인 교육은 선생이 학생에게 가르치는 방식"이라면서 "IB는 답이 없는 문제에 학생과 선생이 같이 생각해 가는 교육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방적으로 지식을 설명하기보다는 학생에게 물어보면서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마츠자와 다케시 사회 교사는 IB 교사 연수에 참여한 경험담도 들려줬다. 4년 전 외국인 강사가 학교에 방문하여 통역의 도움을 받아 영어로 진행했다. 연수내용은 ▲수업내용 및 설계방법, ▲IB 교육의 이념 ▲IB 교육의 구성 ▲평가 방법 등으로 아침부터 밤까지 강의를 들었다. 과목별로 내용이 달랐다.

IB 사회 수업 계획서
일본 삿포로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 마츠자와 다케시 사회 교사의 IB 사회 수업 계획서/사진=신향식 

"교사 연수에서 IB의 전체적인 방향성과 수업 구성 방법을 지도 받았습니다. 통역을 거쳐서 그런지는 몰라도 강습 내용도 솔직히 좀 어려웠어요. 동료 중 일부는 교내 연수 외에 싱가포르에서 특별연수도 받았습니다."

마츠자와 다케시 사회 교사는 학생들이 무엇을 토론하고 어떤 주제로 보고서를 쓰는지 설명했다.

"사회 수업에서 역사, 지리, 정치, 경제를 배웁니다. 오늘은 경제를 공부하지요. 주제는 '주식 변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주식을 사고 파는 게 아니라, 주식 변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연구하는 것입니다. 주식을 해서 돈 버는 방법을 알아보라는 게 아닙니다. 주식 변화가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하면 되겠지요. 이것은 올해 세 번째 보고서입니다."

IB 사회 시간에 한 학생이 작성 중인 보고서
일본 삿포로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 IB 사회 시간에 한 학생이 작성 중인 보고서/사진=신향식

◆"논거를 곁들여 주장을 제시하는 활동 진행“

수업안은 교사들이 각자 만든 뒤 동료 교사들과 의논해 가면서 보완했다고 한다. 기존의 수업 방식에 부분적으로 IB 교육과정을 도입한 게 아니라 일시에 한꺼번에 바꿔 버렸다.

"과도기가 없었습니다. IB 교육과정에 맞춘 수업으로 한번에 (혁명적으로) 바꿨습니다. 과도기를 두는 건 비효율적입니다."

사회과목 단원1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질문했다. 그는 전쟁사를 접하면서 평화를 위해 "나"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게 했다고 답했다.

"'평화'란 무엇인지 탐구하는 활동이지요. 특히 텔레비전에서 이야기하는 평화를 어떻게 보는지 토론하면서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수업했습니다. 그 다음, '헌법'을 주제로도 수업을 했답니다. 선거 연령이 20세에서 18세로 내려갔기 때문에 청소년들도 헌법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취지에서 그렇게 했습니다."

◆"경험 없는 교사도 IB 수업 진행하는 데 아무런 지장 없다"

3단원에서는 '변화'를 주제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질문했다. 마츠자와 다케시 교사는 '모든 사람의 행복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을, 논거를 곁들여 제시하는 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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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삿포로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에서 만난 마츠자와 다케시 사회 교사는 "경험이 없어도 충분히 IB로 지도할 수 있다"며 "교사의 열정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사진=신향식

"'모든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는 변화가 왜 필요한지'와 같은 주제를 적어놓고 학생들에게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이유를 생각해 보게 했습니다. '행복을 지속되게 하려면 변화가 필수'라는 점을 생각해 보라고 한 겁니다. 최근 세계는 저출산, 고령화, 정보화, 세계화라는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동시에 세대간, 소득 계층 간, 지역 간 갈등을 겪고 있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화합과 협조를 하면서 지속 가능한 공생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사회 제도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사회 변화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지요."

"경험이 없어도 IB로 지도하는 데 큰 지장 없냐"고 물었다.

"아무런 문제 없습니다. 충분히 지도 가능합니다. 교사의 열정만 있으면 됩니다. 단, IB가 좋은 교육이지만 예산이 들어서 하고 싶어도 시작하지 못하는 학교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신향식

필명 신우성. 언론인 출신의 입시전문가 겸 대학강사. 스포츠조선과 굿데이에서 체육기자로 활약했고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독서신문에서 프리랜서 기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경희대, 경인교대, 백석대, 인덕대, 신우성학원에서 작문(글쓰기) 관련 출강.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을 수상한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에 관한 연구'의 요약본이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수록. 신우성글쓰기본부 대표. 저서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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