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후회없이 걸어온 '50년 연기외길' 신구·윤덕용·박인환·임현식
[인터뷰①]후회없이 걸어온 '50년 연기외길' 신구·윤덕용·박인환·임현식
  • 김리선 기자
  • 승인 2018.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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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배우 4인방 영화 '비밥바룰라'서 함께 호흡
-"배우의 길 후회없어...이 나이대까지 활동한다는 건 행운"
50여년간 '국민배우'로 활동해온 배우 신구·임현식·박인환·윤덕용. 이들은 영화 '비밥바룰라'에서 주연을 맡아 함께 호흡을 맞췄다./사진=영화사 '김치'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배우 신구(1936~), 윤덕용(1942~), 박인환(1945~), 임현식(1945~). 1960년대에 데뷔한 후 지난 50여년간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무대에서 관객들과 호흡하며 묵묵히 한 길만을 걸어온 배우들이다. 

현재도 70~80세란 나이가 무색하게 영화와 드라마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국민배우'들이 영화 '비밥바룰라'에서 호흡을 맞췄다. 지금껏 보기 드문 '평균나이 77세 주연'들의 캐스팅 조합이다.

영화 '비밥바룰라' 개봉에 앞서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연기생활을 했던 소싯적 고생담을 꺼내놓으면서도 "배우로서 살아온데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변화된 환경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드라마에서 시대극이나 정통 사극이 점점 사라지면서 남자 노배우들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이 영화는 각별하다. 4명의 노배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노인영화기 때문이다.

배우 박인환은 "누구의 '아버지'역할처럼 변두리 역할이 아닌, 중심 축이 되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라고 말했다. 

이 영화를 통해 국내에서도 '노인영화' 제작이 활성화 되길 바라는 마음도 드러냈다. 배우 임현식은 "이 영화를 통해 노인영화의 가능성을 봤다. 해외에서 '노인영화' 붐을 일으켜 한류 열풍을 몰고 올지 또 누가 알겠나"고 웃으며 "이 영화가 잘되어 2,3편 시리즈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신구 "연기안했다면? 상상도 못해", 박인환 "현재에 만족"

-50여년이란 세월동안 연기를 해오셨습니다. 배우로서의 삶에 만족하시는지요.

배우 신구

신구= 연기 말고는 다른 건 해본 적도 없고, 아는 것도 없어서 후회는 없습니다. 만약 연기를 안했다면 뭘 했을지, 상상도 못하겠어요. 한가지 아쉬운점은 있습니다. 젊었을 때 고생을 참 많이 했어요. 의상도 직접 구해야 했고, 야외 촬영이 있는날엔 손수 의상을 챙겨서 가지고 다녀야 했으니까요. 고생스러웠죠. 요즘 젊은 친구들의 경우 2~3명이 의상도 챙겨주며 함께 다니는 그런 모습을 보면 세상이 많이 편해지고 좋아졌음을 느끼죠.

(신구는 1962년 연극 '소'를 통해 데뷔한 후 56년간 112편에 달하는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다.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2000~2002)에선 불만많고 까탈스런 '노구'역으로 큰 웃음을 안겨주기도 했으며, 예능프로그램 '꽃보다할배-유럽, 대만, 그리스편'(2013, 2015), '윤식당(2017)'에 출연해 '꽃할배'로 사랑받았다. 현재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로 무대에도 오르고 있으며, 연극 '장수상회' 공연도 앞두고 있다.)

배우 윤덕영

윤덕영= 30대부터 노인역을 많이 해왔어요. 내가 나중에 나이가 먹으면 노인역은 전부 내가 맡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었죠. 정작 시간이 흐르고 주인공을 하던 분들이 나이가 드니 그 분들이 다 노인역을 하시더라고요. 그동안 한참 세대교차가 되면서 잠시 쉬다가 감사하게도 이번 '비밥바룰라' 영화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1969년 영화 '내장성의 대복수'로 데뷔한 윤덕용은 같은해 KBS 공채 탤런트로 활동했다. '왕룽일가(1989)', '용의 눈물'(1996~1998), '불멸의 이순신'(2004~2005) 등과 영화 '신이 보낸 사람'(2014)등에 출연했다.) 

배우 임현식

임현식= 1969년 MBC 개국당시 1기생으로 입사했는데, 당시 흑백티비였습니다. 흑백이긴 했지만, 전국적으로 방송되던거라 영향력이 어마어마했죠. 심장마비로 안 죽은 사람이 없어서 망정이지, 정말 떨리는 마음으로 연기를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배우 생활을 되돌아보면 재미있었던 시절이었죠. 술도 많이 먹고. 그렇지만 엄청 노력했습니다. 차에서나 화장실에서도 대본이 걸레가 되도록 읽고 또 읽었으니까. 비록 대본을 보지 않더라도 늘 품에 가지고 다녔을 정도였어요.

(배우 임현식은 1969년 MBC 1기 공채 탤런트로 연기활동을 시작했다. 드라마 '한지붕 세가족'(1986~  1994)'으로 8년간 '순돌이 아빠'로 불렸던 그는 '전원일기'(1980~2002), '대장금'(2003~2004), '계백'(2011), '짝패'(2011), 영화 '가을 우체국'(2017), '만남의 광장'(2007), '미녀는 괴로워'(2006) 등에서 톡톡튀는 감초 역할로 사랑을 받았다. 후학에도 힘쓰고 있는 그는 남서울예술종합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 부학장을 맡고 있다.)

배우 박인환

박인환= 현재에 만족합니다. 지금 이 나이대까지 이 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일거리도 나이 들어서 더 많아졌고요. 처음 연극을 하다가 드라마와 영화를 하게 됐는데, 난 젊은 시절이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남자주인공을 맡아 러브라인을 보여준다던지 그런 건 못해봤죠. 어렵게 연기를 시작했고 고생도 많이 했고. 수 없는 역할을 맡으며 천막이나 야외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죠. 그때 워낙 고생을 해서인지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대학시절부터 연극에 몸담았던 배우 박인환은 1965년 드라마 '긴 귀항 항로'를 통해 정식 데뷔했다. 이후 53년간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2006), '조강지처 클럽'(2007), '수상한 삼형제'(2009), '매드독'(2017) 등과 영화 '수상한 그녀(2014)', '박쥐'(2009) 등 98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다. 연극무대에도 꾸준히 오르고 있는데, 최근 '아버지의 선물(2016)'을 비롯, '서울 1983'(2015), '토스카 인 서울'(2011) 등에 출연했다.)

-연기를 오랫동안 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신구= 한 가지만 딱 찝어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우선 건강해야 현장에 있을 수 있고, 노력과 성실함 등이 종합되어 현재 우리가 있을 수 있는게 아닐까요.

박인환= 젊었을 적 고생스러움이 있었기에 TV나 영화에 와서 힘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요즘은 환경이 너무 좋아졌어요. 어렵게 방송 활동을 했던 과거와 달리 한두 프로로 단번에 스타가 되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길 닦아놓으니 요즘 애들은 고속도로를 달리네"란 말도 있더라고요.(웃음)  

박인환, 신구, 임현식 젊은 시절/사진=영화사 김치, 구글

신구= 우리가 젊었을 때도 그렇지만 연세있는 분들이 요즘 젊은 것들은 버르장머리 없다고 말하쟎아요. 근데 그 이야기는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을 것 같아요. 이 자리 있는 누구나 시간이 흐르면 젊은 세대들이 그렇게 보일 때가 있을 테니까요.(웃음) 그래도 제가 젊었을 때보다 요즘 젊은이들이 훨씬 잘 받아들이고 빨라요. 보통 자기 분야에선 10년은 고생하고 닦아야 해요. 이건 어느 직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박인환= 연극무대에서, 대학로에서 연기하던 친구들이 영화나 드라마에 많이 나와요. 보이지 않은 곳에서 10년을 고생하면서 갈고 닦은거죠. 이런 친구들은 연기자로서 수명이 길어요. 작품 해석력이나 표현력이 다양한데다, '적당히'란 개념이 없습니다. 고생을 해봤고, 그 기회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입니다. 영화판에서도 연극인들은 꼭 필요하다고 봐요. 이들은 고생해봤기에 더 열심히하고 성실해요.  

◆"시대극과 사극이 없어져...남자 노배우 설 자리 점점 줄어가"

-배우로서 연륜이 쌓인다는건 어떤건가요.

신구= 나이가 들수록 젊은 역은 점점 멀어져요. 반대로 나이가 들면 내공이랄까 원숙한 맛이 있는거고. 어느게 좋다고 단정해서 말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배우 박근형씨 같은 경우도 젊은 시절 주인공으로 이름을 날렸던 배우인데, 지금 그런 역은 아니더라도 연기를 보면 풍부하고 원숙미가 느껴지죠.  

임현식= 요즘 젊은 배우들을 보면 좋은 친구들도 많지만 붕떠 지내는 친구들도 있고, 내가 젊었을 때처럼 불안한 듯한 친구들도 보여요. 그렇지만 나중에는 잘 할 수 있을꺼에요. 인생은 살아봐야 아는 거니까. 

영화 '비밥바룰라' 스틸 컷
영화 '비밥바룰라' 스틸 컷

-신구 배우께서는 시트콤 출연으로 이미지 변신도 하셨는데요.

신구= 시트콤이라해서 다를게 뭐가 있나요. 시트콤에 출연하는 배우가 따로 있는 건 아니고, 그 상황에 놓이면 어느 배우나 다 하는거죠. 그런 기회가 안와서 그런거지. 그 상황에 맞춰 진지하게 연기할 뿐 인데, 상황이 그러하니 더 웃긴거에요. 

-원로 배우들의 활동은 어떤가요.    

신구= 김용림씨나 나문희씨 등 우리 연배의 여배우들은 드라마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합니다. 이에 비해 남자배우들이 많이 나온 드라마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박인환= 아마 현실을 반영한게 아닐까요. 할머니들은 가정에서 할 일이 있죠. 손주들 봐주고, 하다못해 집안 청소도 도와주는데, 할아버지들은 밥 차려줘야하고 애 볼 줄도 모르고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으니까요.(웃음) 

우리가 젊었을 때는 대하사극이나 역사극, 시대극을 많이 쓰는 남자 작가들이 많았어요. 요즘엔 여자 작가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가족드라마가 많아졌어요. 안방, 식탁, 직장으로 옮겨가는 이런 장면들이 수학 공식처럼 되어 버렸죠. 시대극과 사극이 없어지니 할아버지 배우들을 안방에서 보기 더 힘들어졌습니다. 상대적으로 쓸모가 없어진거죠. 요즘 사극도 젊은 친구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퓨젼스타일이 많아졌지요. 남자 노배우들이 출연할 수 있는 무대들이 점점 적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행운인거죠. 영화 '비밥바룰라'에서 게다가 변두리 역할도 아니고 축이 되는 인물들을 맡았으니까요.

☞이어서  [인터뷰②] '비밥바룰라' 임현식 "노인영화 가능성 엿봐...'한류열풍' 가냘픈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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