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 노다 히데키의 '밖으로 나왓!'은 인터넷과 휴대폰의 홍수시대에 가족간의 불통을 코믹하게 그린 '몸 쓰는 연극'이다. 특별하게 새롭거나 재밌기보단 발상이 기발하고 메시지가 강한 작품이다.
현재 도쿄예술극장 예술감독인 노다 히데키는 도쿄대 법대 재학중 희곡작가로 등단하여 연출, 배우까지 1인 3역을 해내는 일본 연극계의 거장이다. 노다 히데키의 기발한 희곡은 읽은 적이 있으나 그가 연기하고 출연하는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빠 보 역은 영국의 여배우 캐서린 헌터가, 엄마 부 역은 노다가, 딸 역은 남자 배우 글린 크릿차드가 맡아 성을 파괴하고 국적을 초월했다. 일본 작가의 작품을 영어로 공연하고 한글 자막을 보여주는 것도 이색적이다.
우리나라 역시 쓰고 연출하고 무대까지 만드는 '개성 연극의 대가' 오태석이 있지만 노다는 여장에 영어연기까지 해내 한술 더 떴다. 노, 가부끼 등 일본 전통연희를 활용한 노다답게 인간문화재 다나카 덴자에몬 제13회가 타악 연주를 맡았다.
노다는 이 작품에서 현대문명의 이기인 인터넷과 가전제품을 통렬히 비판하고 아예 부숴버린다. 핸드폰과 노트북이 산산 조각나고 인터폰, 전화기와 TV도 못쓰게 만든다. 무대엔 콘센트가 다닥다닥 붙은 세트가 서있다. 전원만 빼면 마비가 되는 세상에서 가족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외출하려 하나 출산을 앞둔 애완견을 돌보는 문제로 옥신각신하다가 서로를 쇠사슬로 묶어 집안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슬랩스틱 코미디로 진행되던 극이 라스트에선 암전을 반복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노다는 단절과 불통의 가족 위기를 통해 인류의 존망을 말하려는 것 같지만, 그 메시지를 너무 직설적으로 표출하다보니 극적인 아우라가 반감된다. 영어 대사도 어찌나 시끄럽고 요란스럽던지 귀마개를 하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했다.
노다 히데키는 연극의 사회성 뿐 아니라 국제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이런 의의나 풍자를 빼고 연극으로만 본다면 국립 명동예술극장에 어울리는 작품은 아니었다는 것이 내 솔직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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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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