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부산행’이 관객의 영화 감상 패턴을 바꾸고 있다
[칼럼] ‘부산행’이 관객의 영화 감상 패턴을 바꾸고 있다
  • 김두호
  • 승인 201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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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관객을 향해 질주 중인 영화 '부산행'.

【인터뷰365 김두호】2016년 뜨거운 여름 휴가 시즌에 영화관에서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달리는 고속열차 안에서 멀쩡한 승객들이 공포의 바이러스에 시달리는 광란의 사건을 다룬 영화 한 편이 재난영화, 또는 좀비영화라는 이름으로 천만 관객의 초특급 흥행영화로 기세를 떨치고 있다. 작품의 완성도를 두고 따지는 영화 비평의 시각에서 생각해 보면 설득력 부재의 황당한 사건 전개의 이 작품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 데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럼에도 ‘부산행’이라는 영화에 왜 관객이 열광하는 것일까?


푹푹 찌는 폭염의 계절에 납량물로는 적절한 영화 같기도 한 ‘부산행’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녀 승객이 승무원의 목을 물면서부터 순식간에 외길 통로뿐 탈출구가 없는 열차 안이 감염자와 비감염자의 쫓고 쫓기는 전율의 도가니로 뒤집어진다. 펀드 매니저인 젊은 주인공이 어린 딸과 별거중인 부산의 아내를 만나기 위해 열차에 오르면서 벌어지는 괴이한 소동이 대부분 비주얼에 집착한 액션 스릴러의 화면을 채우며 숨가쁘게 이어진다. 주인공 부녀의 보호막이 되어 감염자와 맞서 싸우는 건장한 승객의 액션이 흥미와 긴박감의 고리 역할을 한다. 어쨌거나 승객들이 공포에 떨며 쫓기는 얘기가 전부다. 그런데 그 공포 스토리가 사건 동기와 드라마 구성에 따른 기본 정황에 대한 의구심을 제대로 풀어주지 않고 돌아간다. 대형사건이 발생하면 기본적으로 긴급 구조요청이 이어지고 진압요원들이 출동하는 게 상식인데 객차 안이 피투성이 지옥으로 바뀌어가지만 열차는 아산역, 대전역, 동대구역을 통과해도 구조 인력이 보이지 않는다.

다른 열차의 선로 충돌 사고로 열차가 통과역에 잠시 멈췄을 때도 오르지 괴물이 된 무리와 그를 피해 도망치는 승객만 눈에 뜨인다. 열차를 끌고 가는 기관사가 철도 운행을 통제하는 관제실과 주고받는 긴박한 대화도 구조 요청보다 진로 운행에 대한 일상의 지침만을 요구하고 있다. 비로소 열차가 긴 터널을 빠져나가는 끄트머리 장면쯤에서 무장군대가 등장하지만 그동안 이야기의 전개로 볼 때 생뚱맞고 어색하다. 극영화라기보다 애니메이션 영화에 가깝다. 시나리오 구성의 기초 요건인 사건의 기승전결이 모호한 작품이다. 오로지 관객들에게 스릴과 공포감만을 보여주는 쪽만을 향해 앞 뒤 무시하고 질주한 작품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작품의 구성 요건이나 완성도를 떠나 오히려 한 가지라도 확실하게 보여준 점에서 호감을 줄 수도 있다. 이유 불문하고 천만대 관객까지 접근하게 된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분명히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우선 ‘부산행’의 흥행성과는 근래 우리 관객들의 영화를 접하는 감상 성향이 과거와 많이 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화를 보면서 무슨 큰 의미를 전달받는 것보다 그저 재미있고 흥미 있는 영상만 이어가면 일단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는 시각에서 이 작품이 눈에 잡힌 것 같다. 게임영상에 친숙한 젊은 관객들을 위해 이제는 영화를 너무 어렵고 복잡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작품이 아니라 잠시 머리를 식힐 수 있는 단순하고 오락적인 흥미만 있어도 천만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을 ‘부산행’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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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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