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북한 다큐 ‘태양 아래’ 비탈리 만스키 감독 “감옥을 5성급 호텔로 연출하는 것은 범죄”
[인터뷰] 북한 다큐 ‘태양 아래’ 비탈리 만스키 감독 “감옥을 5성급 호텔로 연출하는 것은 범죄”
  • 유이청
  • 승인 2016.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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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촬영 현장에서 비탈리 만스키 감독.

【인터뷰365 유이청】북한의 한 소녀 얼굴이 손에 잡힐 듯 화면 가득 클로즈업 된다. 갑자기 이유 모를 눈물이 도르르 소녀 얼굴 위를 구른다. 그 소녀의 이름은 진미다.
러시아 비탈리 만스키(53) 감독이 1년 동안 촬영한 다큐멘터리 ‘태양 아래’에는 진미라는 소녀를 중심으로 현재 북한 모습이 담겨 있다.
러시아와 북한 정부 지원을 받아 평양 주민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된 감독 일행은 오디션을 통해 진미라는 8세 소녀를 만나게 되고, 진미가 조선소년단에 가입해 김일성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태양절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기로 한다.
하지만 막상 촬영을 하려니 모든 것은 조작돼 있었다. 완벽하게 통제된 북한의 실상을 본 만스키 감독은 북한이 원하는 다큐멘터리 대신 북한의 실체를 낱낱이 기록하는 다큐멘터리를 찍기로 한다.
영화에는 진미와 그 부모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연기를 지시하는 북한 측 인사들이 자주 화면에 등장한다. 만스키 감독이 카메라를 촬영 전후 몰래 켜놓는 방식으로 북한 당국의 조작 장면을 찍었기 때문이다.
영화 개봉에 맞춰 한국에 온 만스키 감독은 26일 언론시사 후 그 과정을 소상하게 밝혔다.

이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게 된 동기와 연출 의도
나는 구 소련시대에 태어났다. 공산주의와 전체주의는 우리 가족의 삶에 큰 영향을 줬다. 그래서 이 다큐멘터리를 촬영하지 않았나 싶다.

애초 촬영 계획대로 찍지 않고 방향을 바꾸게 된 이유는
애초 계획대로 촬영할 수 없겠구나 하는 확신을 가진 후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눈앞에 펼쳐진 거짓된 모습, 연출된 모습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북한 당국 몰래 촬영을 하면서 우리는 생명의 위협은 물론 촬영한 분량을 빼앗길까봐 두려워했다. 북한에서는 우리가 했던 일보다 훨씬 미미한 일들로 10년-15년형을 받는다.

굳이 카메라가 돌기 전 컷들로 영화를 구성한 이유는? 오케이컷으로도 북한사회의 경직성을 보여줄 수 있지 않았나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은 북한에서의 삶이 행복하다고 믿고 있다. 왜냐하면 연출된 것들을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출된 것으로는 북한의 실상을 알리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특히 서방세계에서는 미묘한 뉘앙스를 알아차릴 수 없으므로 확실하게 보여줘야 했다.
손님을 초대하면 집 청소 등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북한에서 촬영 현장을 통제하고 임의로 바꾼 것은 마치 사람들을 죽이고 괴롭히는 감옥을 5성급 호텔로 꾸미는 것과 같다. 북한은 인류 앞에서 자기 모습을 감추고 있다,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감독에 따르면,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알고 있었던 진미네 생활은 촬영이 시작되자 많이 달라져 있었다. 진미의 집은 대형 아파트로 바뀌었고 밥상에는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진미는 촬영 전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직업은 기자, 어머니는 음식점 종업이라고 말했지만, 촬영을 시작했을 때 아버지는 봉제공장 기술자로, 어머니는 콩우유 공장 노동자로 바뀌어 있었다.
공장으로 출근하는 노동자, 학교로 가는 학생들도 모두 연출됐다. 실제 노동자들과 학생들은 공장과 학교 내 기숙사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출근, 등교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평양 주민들이 동원된 것이다.

1년 동안 북한에 머물며 찍은 분량은 어느 정도이며 가지고 나온 분량은 어느 정도인가
촬영 분량 100%를 가지고 나왔다. 북한 당국에서 매일 촬영 분량을 검열하고 아닌 것은 폐기시켰다. 하지만 촬영 직후 비밀리에 카피본을 떴고 검열을 위해 제출된 것은 70% 정도가 삭제된 것이었다. 그들은 그러한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1년 동안 촬영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인간적인 리액션(반응)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에 담지 못해 아쉬운 것이 있다면
내가 찍고 싶은 것은 하나도 찍지 못했다. 100퍼센트 북한 당국의 통제 아래 진행됐다. 북한 당국의 통제 없이 할 수 있었던 것은 호텔 창문을 통해 바깥을 찍는 것, 그리고 마지막에 진미가 우는 장면뿐이다. 진미가 울 때는 북한 당국자들이 없었다. 그래서 이런 영화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진미는 갑자기 눈물을 흘린다. 우는 진미를 달래려고 러시아 측 통역이 좋았던 기억을 떠올려보라고 해도 진미는 묵묵부답이었다. 그럼 시를 외워보라고 통역이 말하자 진미는 "나는 위대한 김일성 대원수께서 세워주시고…"라는 내용의 찬양 시를 줄줄 외운다.

영화에 등장하는는 진미와 친구, 그리고 진미 가족.

북한 어린이들은 가까운 거리에서 본 느낌은
나도 이 영화의 진미처럼 소년단에 가입해 행군에 참여하거나 레닌에 대한 노래를 부른 적이 있다. 내게 소련 시대의 종말은 행운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아이들의 삶을 봤을 때 깊은 연민과 슬픔, 아픔을 느꼈다. 이 영화를 찍은 이유는 북한에 살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얼마나 큰 자유를 누리고 있는지 알았으면 하는 생각에서다. 북한에서는 지금도 반인륜적인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이 영화를 보고 알게 된다면 영화의 목적은 달성되는 것이다.

실제로 가서 보니 북한 체제가 변하는 것이 가능한가
답하기 어렵다. 그것은 정치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참을성을 가지고 바꿔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지만,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국제사회로부터 단절시킨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만약 체제가 바뀐다면 두 세대는 걸쳐야 북한 주민들의 정서가 바뀌지 않을까 한다. 60년 전 소련에서 스탈린이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많은 사람들 속에는 아직도 스탈린이 살아있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이들에 대한 안전장치는 있나
우선 바라는 것은 진미가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이다. 나는 진미나 그 부모의 전화번호도 모르고 소통할 방법이 전혀 없다. 이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개봉되고 있다. 그것이 진미의 안전에 큰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남한의 매체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것도 진미 가족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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