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 한국영화의 밝은 내일을 봤다
추격자, 한국영화의 밝은 내일을 봤다
  • 황기성
  • 승인 2008.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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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이제 ‘스릴러’를 요리할 감독이 생겼다 / 황기성


[인터뷰365 황기성] 요즈음 매스컴의 표현대로라면, 한국영화인들은 당장 보따리를 싸들고 도망이라도 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것 같다. ‘2007년 한 해 동안 10편중 9편이 적자’ 라는 등 호들갑을 떠는가하면 1년에 몇 번 극장을 가보지도 않는 변방의 사람들이 대안 없는 비관론만 쏟아내는걸 보면서 현장 영화인들은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 일쑤다.



<쉬리> 이후 잘 나가던 한국영화에 지난 1년 사이 크고 작은 문제점이 노출되었고 당연히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영화인들은 밤잠을 설쳤고, 물론 답을 찾아 이미 노트에 이렇게 적어두며 정리를 끝낸 상태다.



① 한국영화가 작은 시장에서 자생력을 찾기에는 제작비 외형이 너무 커졌다.

② 극장수입만으로 결산을 끝내야하는 틀을 벗고 2차 부가판권을 되찾지 않으면 안 된다.

③ 수출 또는 합작을 통한 해외시장의 개척이 시급하다.



이런 상황에서 <추격자>는 혜성같이 나타났다. ‘나홍진’이란 이름의 놀라운 감독이 나왔다. ‘베를린 영화제’에 나온 영화 상인들도 <추격자>를 발견해냈다. 일본상인이, 미국상인이 움직인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세계시장은 크고 넓은데 중심상품을 아직 찾지 못한 한국영화였다. 멜로, 코메디, 홈드라마는 정서의 차이 때문에 장사가 쉽지 않았다. 그러기에 해외영화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바로 ‘액션’과 ‘스릴러’다. 대사를 알아듣지 못해도 감정이입이 수월하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도전 할 품목, 우리가 잘 해낼 수 있는 장르가 과연 무얼까. 액션영화는 허리우드를 따라잡기가 벅차다. 허리우드 불럭버스터가 판을 치는 세계시장에서 우리가 틈새를 파고들어 갈 수 있는 장르, 섬세한 한국감독의 작가적 재능에 기대할 수 있는 장르가 바로 ‘스릴러’라고 필자는 믿어왔다. 그러기에 <추격자>를 보며 오랫동안의 풀리지 않은 스릴러라는 시장개척의 숙제를 풀 수 있다는 확신을 얻기에 충분했다.



나는 감히 신예 나홍진 감독에게 ‘천재’라는 호칭을 붙이고 싶다. 스릴러는 천재들의 놀이터다. 게다가 나홍진이 놀라운 것은 어떤 감독으로부터 영향 받은 ‘아류’가 아니라 ‘혼자서 영화를 공부한’ 단편영화 출신이라는 점이다.



<추격자>에서 찾는 또 하나의 기쁨은 제작자 ‘윤인범’과 ‘김수진’(영화사 비단길)의 발견이다. 오늘의 여건에서 신생영화사가 ‘이름 없는 감독’, ‘스타성이 약한 배우’, ‘인기 없는 장르’를 가지고 2년간이나 갈고 닦으면서 투자자를 설득하여 한편의 성공작을 내 놓았다는 것은 범상한 일이 아니다. 얼굴만 있는 비싼 배우에 현혹되지않고 그 돈을 감독이 마음껏 작업할 수 있는 여건조성에 집중 투자했다고 한다. 촬영일수 95회(공식 발표는 85회)란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들은 약하지만 제작자다웠다. 이렇듯 신선한 감독과 스텝들의 열정으로 <추격자>는 나왔다. ‘김윤석’과 ‘하정우’라는 배우들의 이음도 우리 앞에 우뚝하고 아름답게 세워졌다.



나홍진 감독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계속 한 장르에 전념하여 세계적인 스릴러 감독이 되어주기 바란다. 주목 받으며 등판하고도 너무 쉽게 패장이 되어버린 선배 감독들을 반면교사로 삼아라. 그리고 신인감독 나홍진 만은 ‘00영화사 대표이사’라는 명함을 찍는 실수가 없기를 바란다. 모처럼 만난 <추격자>가, ‘끈적끈적한 인간애’로 살맛나는 행복한 하루를 나에게 주었다. 한국영화 내일은 이렇게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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