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공과 원효의 선문답을 풀어낸 연극 ‘너는 똥을 누고 나는 물고기를 누었다’
혜공과 원효의 선문답을 풀어낸 연극 ‘너는 똥을 누고 나는 물고기를 누었다’
  • 유이청
  • 승인 2014.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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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중 '여시오어'를 연극으로 풀어낸 국립극단의 '너는 똥을 누고 나는 물고기를 누었다'.

【인터뷰365 유이청】연극의 계절이 열렸다.


국립극단은 올해 가을마당을 ‘삼국유사’로 연다. 일연이 지은 고서 ‘삼국유사’는 지난 2012년 가을부터 ‘삼국유사 연극만발’ 시리즈로 현재화되어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이는 젊은 연출가와 작가들의 독창적인 해석으로 고서를 현대에 되살려 내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번 가을 작품은 ‘삼국유사’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으로 제목부터 흥미롭다. ‘너는 똥을 누고 나는 물고기를 누었다’(배요섭 연출)는 제목의 이 연극은 신리시대 도승 혜공스님과 원효대사 사이에 오갔다는 선문답 ‘여시오어'(汝屎吾魚)에 바탕을 두고 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경북 포항 운계산 동쪽 항사동에는 오어사라는 절이 있다. 본디 항사사였던 이 절이 오어사로 불리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하루는 혜공과 원효가 항사동 시냇물에서 물고기를 잡아 먹은 후 돌 위에 걸터앉아 대변을 보았다. 이에 혜공이 변을 가리키며 “여시오어”라 희롱했다는 것이다. “너는 똥을 누고 나는 물고기를 누었다”로 해석되는 이 말은 물고기를 먹은 후 물속에 똥을 누었더니 그 물고기가 문득 살아났기에 이같은 말을 했다는 설화가 조선 초기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 일을 계기로 절 이름도 오어사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사람마다 다른 뜻을 새길 수 있겠으나, 배요섭 연출은 혜공과 원효처럼 독특한 개성을 가진 ‘스님 광대’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들의 입장으로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풀어내고 있다.


‘여시오어’를 내가 먹은 물고기와 내가 내보낸 똥이 실은 하나이듯 세상의 아름다움과 추함도 실은 같은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하며 너 또는 나로 이분화되어 있는 세상을 새삼 들여다본다.


매일 산 것을 죽여 입에 넣고 다시 그것을 아래로 내보내는, 성스럽지도 속되지도 않은 인간의 몸이 이 연극의 언어이며 주제가 된다. 배우들은 스님 광대가 되어 몸짓으로 관객에게 이야기를 건다.


배요섭 연출은 “배우가 연기를 한다는 것은 인간의 존재 전체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라며 배우들의 연습과 훈련과정을 수도승의 수행과정에 비유하고 있다.

이 연극은 연출가와 배우들이 강원도 화천의 한 연습실에서 마치 고행을 하듯 준비한 작품이다. 박선희 홍혜련 김도완 등이 출연하며 오는 28일부터 11월 9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무대에 올려진다.


유이청 기자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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