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유이청】1970년, 80대 한국영화를 이끌어갔던 이장호 감독이 19년 만에 신작을 내놓았다.
올해로 데뷔 40년을 맞은 이장호 감독은 1974년 ‘별들의 고향’으로 감독 데뷔를 한 이후 ‘바람불어 좋은 날’ '꼬방동네 사람들' '바보선언'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낮은데로 임하소서’ 등의 걸작을 내놓았다.
데뷔작 ‘별들의 고향’은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작가 최인호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흥행은 물론 당시 영화계의 흐름을 청년문화‘로 바꾸어 놓는 데 초석이 됐다. 한동안 슬럼프를 겪은 후 감독으로 컴백하며 내놓은 ’바람불어 좋은 날‘은 80년대 사회상과 맞물려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1995년 ‘천재선언’ 이후 이장호 감독은 후학들을 가르치는 한편 영화계의 다양한 일을 보느라 분주해 신작을 내놓지 않았다. 2010년 다큐멘터리 ‘히쿠나 미타타-지라니 이야기’에 출연한 것과 고 박철수·정지영·이두용 감독과 함께 한 2011년 ‘마스터클래스의 산책’ 중 ‘실명’을 연출한 정도이다.
영화 ‘시선’은 이장호 감독이 데뷔 40주년을 맞아 19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며 통산 20번째 연출작이라는 점에서 뜻깊은 작품이다. 이 영화는 영화진흥위원회 마스터 영화 제작 지원작으로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되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영화 ‘시선’은 가상국가인 이스마르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 일어났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이 지역을 여행하던 목사 장로 선교사 등 선교 그룹 9명이 이슬람 반군에 의해 납치된다. 반군의 요구사항은 구속 중인 반군 지도자 석방과 50만 파운드를 내놓으라는 것. 협상이 결렬되면서 반군은 일행을 한 명씩 죽이겠다고 위협한다.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9명 개개인의 적나라한 실체가 드러나고 마침내 자신들이 신념처럼 믿던 종교를 버리고 살 것인가 아니면 순교자로 죽음을 택할 것인가,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이 영화는 지난 2004년 이슬람 반군에 의해 납치됐다가 피살된 고 김선일씨를 떠오르게 한다. 얼굴을 가린 채 처형된 그의 모습을 동영상을 통해 본 일을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충격이다. 그 이후로도 해외에서 한국인의 피납 소식은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그런 면에서 영화 ‘시선’은 종교적인 테두리를 넘어 다분히 시사적이며 현재적이다.
영화 ‘시선’에는 독실한 신앙인인 이장호 감독의 종교적 시선이 내재되어 있다. 하지만 종교의 유무와 관계없이, 이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행동할까에 대한 인간적 갈등에도 시선을 놓치지 않고 있다. 40년 동안 영화에 매진해온, 한 세대를 이끌었던 감독의 내공이 종교와 인간의 갈등을 한정된 공간에 묶어 집약적으로 끄집어내고 있다.
한편 영화 ‘시선’은 캄보디아 올로케 촬영 됐으며 배우 오종록이 주연을 맡았다. 개봉은 4월 17일이다
유이청 기자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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