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낮술’ 즐긴 노영석감독 ‘조난자들’로 펜션에 고립되다
[인터뷰]‘낮술’ 즐긴 노영석감독 ‘조난자들’로 펜션에 고립되다
  • 유이청
  • 승인 201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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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탭, 배우들께 개런티 줄 수 있어 행복했다"

'조난자들' 촬영현장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는 노영석 감독(사진 맨앞).

【인터뷰365 유이청】2009년 영화 ‘낮술’로 데뷔해 신선한 주목을 받았던 노영석(38) 감독이 두 번째 영화 '조난자들’을 내놓았다. ‘조난자들’은 ‘낮술’에 이어 혼자 길을 떠난 여행자가 겪는 이야기로, 전작이 블랙코미디라면 이번에는 스릴러다.

노 감독의 첫 영화 ‘낮술’은 단돈 1천만원의 제작비로 노 감독이 제작, 각본, 연출, 촬영, 편집, 미술, 음악까지 모두 도맡아 했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결과는 창대해서, 개봉 후 제작비 대비 12배 수익을 거뒀으며 전 세계 30여 개 영화제에 초청되고 미국 개봉까지 했다. 이번 '조난자들'은 '낮술'의 성공 덕에 제작비는 30배인 3억으로 뛰었지만 여전히 노영석 각본 연출이다.


영화 ‘낮술’이 실연당한 한 남자가 강원도 정선에 혼자 여행을 가서 벌이는 낮술의 객기라면, ‘조난자들’은 혼자 여행 간 한 남자가 고립된 펜션에서 겪는 돌발 사건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곳을 굳이 찾아다니는 여행자 상진(전석호)이 눈으로 고립된 펜션에서 전과자 학수(오태경), 경찰(최무성, 현재 드라마 '기황후'에 환관 역으로 출연 중이다), 사냥꾼 등과 엮이면서 살인사건에 휘말린다. 고립된 장소, 연속 살인사건, 알 수 없는 범인이라는 스릴러의 기본 요소에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거듭되는 오해와 반전이라는 퍼즐이 짜여지면서 쫄깃한 스릴러로 완성된다.


인터뷰365에서는 영화 ‘조난자들’의 개봉일(3월 6일)에 맞춰, 관객들의 이해를 위해 지난 2월 14일 열렸던 기자간담회 중 노영석 감독 인터뷰 부분을 간추려 소개한다.

영화 ‘조난자들’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처음에 쓴 ‘조난자’들은 80년대 회사원들이 산행을 갔다가 조난당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1박 2일의 여행 동안 많은 사건들을 넣는 것이 힘들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그 시나리오 작업을 미루고 ‘1986’이라는 제목으로 다른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1986’을 쓰기 위해 혼자 강원도 산골을 찾았는데 가는 도중에 버스에서 영화 속 학수와 흡사한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은 자꾸만 내가 묵는 숙소로 놀러 오려고 했다. 나는 휴양림에 묵었는데 비수기여서 묵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 관리실도 1km나 떨어져 있었고. 숙소에 와서 글을 쓰려는데, 학수 같은 그 사람이 계속 올 것 같다는 공포감에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차라리 지금 이 경험을 써보자’라는 생각으로 그날 밤 시나리오 반 이상을 썼다. 그 시나리오와 원래 ‘조난자들’의 시나리오를 합쳐서 이 작품을 만들게 됐다.

‘낮술’에 이어 다시 강원도 산골로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강원도는 내가 앞서 말한 경험을 한 곳이기도 하고, 인물들을 고립시키기에 좋은 장소이다. 또 내가 원래 강원도 산골을 좋아한다.

노영석 감독의 첫 작품 '낮술'(2009)과 신작 '조난자들'.


눈속에서 촬영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춥고 힘들었지만 난 옷을 껴입고 있어서 별로 춥지 않았다.(웃음) 학수 역을 맡은 오태경 군은 안 추운 척하느라고 힘들었을 거다. 촬영 장소가 언덕, 계곡 근처이다 보니 눈이 한 번 오면 녹지를 않았다. 차량도 더 올라갈 수도 없고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뭘 먹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간혹 누구 주머니에서 초콜릿이라도 나오면 신기해할 정도였다.

진행이 굉장히 타이트하다 보니 ‘낮술’ 때처럼 밤마다 술을 먹는 분위기는 될 수가 없었다. 대신 촬영이 끝난 후에 술을 많이 먹으면서 즐겼다. 촬영장 분위기는 굉장히 긴장되어 있던 느낌이랄까, 춥고 얼음도 많고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에 최대한 유의하면서 촬영했다.


이번 영화는 ‘낮술’과 분위기는 다르면서도 한편으로는 공간적 배경이나 초반 상황이 흡사하다.
초반에는 시나리오에 ‘낮술’ 같은 유머가 많이 쓰여졌었는데 똑같은 톤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부담스러워져서 시나리오를 고쳐가며 유머를 줄였다.

영화 속 음악이 절묘하게 쓰였다. 시나리오 작업 때부터 염두에 둔 음악인가. 작업하며 참고한 뮤지션이나 음악이 있었는가.
시나리오 작업 하며 ‘엔딩에는 이런 음악이면 좋겠다’ ‘음악이 터져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음악은 편집 중간중간마다 작업이 진행되어 편집이 끝나고 완성됐다. 도움을 얻은 뮤지션이라고 하기엔 좀 쑥스러운데, ‘낮술’ 때는 팻 매스니를 참고했다. 엔딩 쪽으로는 드림시어터 음악을 들으며 작업을 했다.

전석호란 배우를 어떻게 발굴했나.
전석호씨를 캐스팅한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여서 관객들이 열린 마음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이다. 알려진 얼굴을 쓰게 되면 그 배우의 이미지를 생각하는 경향이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새 배우를 찾던 중에 전석호씨가 ‘인디아 블로그’라는 연극을 하고 있어 가서 봤다. 관객과 대화를 하는 자연스러운 연극이었다. 전석호씨의 연기가 자연스럽고 좋아서 캐스팅하게 됐다.

내레이션이 흐르는 첫 장면에 거미가 등장한다. 주인공이 거미를 밟는 장면도 있다. 마지막 장면도 첫 장면과 이어지면서 거미줄이 등장한다. 어떤 의미인가.
주인공은 거미를 쉽게 밟아 죽인다. 야생 너구리를 본 적 있느냐, 보고 싶다는 등의 말을 하며 동물애호가인 척하지만 사실 하찮은 작은 곤충이나 생명들은 등한시하고 쉽게 죽인다. 보통 사람들이 그렇다, 스님을 빼고는. 그렇게 쉽게 죽였던 거미인데, 엔딩에서 주인공이 죽을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한 상태에서 거미를 보게 된다. 범인들이 거미까지는 죽이지 않을 거잖나. 거미줄을 보면서 그 순간에는 거미가 가장 부럽지 않을까, 거미가 되고 싶지는 않을까 생각하면서 그 장면들을 넣었다.

출연진과 노영석 감독(사진 왼쪽), '기황후'에 최무성과 함께 출연중인 하지원이 '조난자들' 격려글을 써 들어 보이고 있다(오른쪽).

영화가 열린 결말로 끝난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낮술’도 같은 엔딩이었다. 영화가 끝났을 때 관객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할 시간을 주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그런 영화가 좋아서 자꾸 같은 방식으로 시나리오를 쓰게 되는 것 같다.

‘낮술’에 비해 이번 영화는 제작비가 넉넉했을 텐데, 제작비가 늘어나서 좋았던 점은 무엇이었나.
‘낮술’ 제작비가 1천만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1천70만원 정도였다. 이번에는 3억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제작비가 늘어나서 좋았던 건 우선 스탭들이나 배우들께 돈을 드릴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나도 조금 받을 수 있는 점도 좋았다.(웃음) ‘낮술’ 때는 개런티는 못 주고 술만 먹였는데, 돈이 있으니 그런 점들이 좋았다.

이번 영화에는 CJ E&M에서 투자했다. 기존 상업영화 쪽에서도 러브콜이 들어갈 것 같다. 앞으로 계획이 있는지.
‘낮술’ 끝난 후에도 그런 제의는 있었다. 하지만 내가 쓴 시나리오를 내가 직접 작업하고 싶은 욕심이 더 커서 아직 어떻게 갈지는 모르겠다. 내 시나리오 중에는 사이즈가 크고 상업적인 것도 있기 때문에 좋은 기회가 찾아온다면 그 시나리오로 작업을 해보고 싶다.

다음 작품은 어떤 장르가 될까.
여러 작품을 동시에 쓰고 있다. ‘불면증’이라는 눈물 없이는 못 보는 드라마도 있고, ‘1986’이라는 어린 소년들의 여행담도 있고, ‘목격자’라는 코믹범죄물도 있다. 우선은 시나리오가 잘 나오는 순으로 작업을 해보려 한다.

유이청 기자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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