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l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Book l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마리
  • 승인 2008.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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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중독자 <마리>의 따지며 책읽기 / 마리


[인터뷰365 마리] 한차례 두통이 약에 힘에 밀려 스르르 지나가는 토요일의 저녁. 거실에선 장모와 사위, 그리고 그 장모의 외손이자 사위의 아들인 여섯 살 짜리가 <무한도전>에 빠져있다. 그 몰입의 경지는 방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도 모를 정도. 정말 <무한도전>의 위력이 대단하긴 한가보다. 그 무한도전을 감히 거부하고 책장을 기웃거리다가 이 책을 집어봤다. 겉장을 보니 2005.12.23. 이라고 흘겨 적어져있는데, 음... 크리스마스 즈음에 이런 책을 샀단 말이군.



여러 번 반복해서 집어 들고 읽었던 책이다. 그리고 친구에게 연말 선물로 사줬던 기억도 난다. <우리아이 잘키우는 법><내 아이 영어는 엄마가 가르쳐라>같은 이런 육아 책을 기웃거리노라면, 옆에서 이런 말 하는 친구 꼭 있다.



“그딴 거 안 읽었어도 우리 엄마는 우리 6남매 잘~만 키웠다 뭐!”



물론, 꼭, 사랑을 공부할 필요는 없다. 사랑을 정리해 볼 필요도 없다. 사랑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하는 것도 아니다. 위의 모든 것이 오히려 사랑과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어? 이것 자체도 생각이네!! )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나 같은 유형의 사람들에게는 권해주고 싶다. 이름도 야시꾸리한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라는 책이다. 그 옆에 꽂혀있는 역시 같은 작가의 <우리는 사랑일까>도 괜찮은 책이지만 처음 책을 일단 더 읽으라 떠들고 싶다. 궁금하면 두 권 다 읽어봐라.



언제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람들이라면 이렇게 잘 분석된, 잘 정리된 책을 한번 읽어 두는것도 좋은 일이다. 잔뜩 어질러진 방.. 대청소 한번 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물론 지금 싹 정리정돈해도 시간이 지나면 또 어질러지긴 한다.



11. 전통적인 이원론에서, 생각하는 사람은 사랑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그냥 사랑을 한다. 나는 손과 입술로 클로이의 몸을 쓰다듬는 동안 어떤 잔인한 생각도 하지않았다. 그러나 내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클로이는 마음이 편치 않았을 수도 있다. 생각이란 판단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 판단이라고 하면 무조건 부정적인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할 만큼 편집증적이기 때문이다)



23.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둘 다 똑같은 의존적 요구들을 공유하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애초에 우리는 그 요구 때문에 상대에게 끌렸다. 우리내부에 부족한 것이 없다면 우리는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상대에게 비슷한 부족상태가 존재하는 것을 보면 기분이 나쁘다. 답을 찾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우리 자신의 문제의 복제품만 발견하게 되었으니까.



12. 편협함은 두가지 요소에서 시작된다. 하나는 무엇은 옳고 무엇은 그르다는 관념이다. 또 하나는 상대가 광명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살아가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는 관념이다. 어느날 밤 클로이와 내가 에릭로메르에 대해서 말다툼을 시작했을때, 우리는 보는 사람에 따라서 로메르의 영화는 좋을 수도 있고 동시에 나쁠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었다. 말다툼은 차이의 정당성을 깨닫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자신의 관점을 수용하도록 강제하려는 실력행사로 전락했다.



13. 이런 식으로 개인으로부터 보편으로 이동하는 것이야말로 압제이다. 개인적 판단이 보편화되고 그것이 자신의 여자친구나 남자친구에게 적용되는 순간, 나는 이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가 나는 너를 위해서도 이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로 바뀌는 순간. 어떤 사항들에 대해서 클로이와 나는 각자 옳은 것을 알고 있다고 믿었고, 그런 믿음이 있기에 서로에게 보편적 진리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랑의 압제적 요구는 보편적 진리를 가장한 자신의 개인적 판단을 앞세워 상대가 보고 싶은 영화를 보지 못하고, 사고 싶은 구두를 사지 못하게(사랑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하면서) 강요하는 것이다.




예전에 읽으면서 키득거리거나 그래그래 하면서 끄덕였던 구절 중 몇 개를 적어보았다.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읽어보시길. 위 발췌는 빙산일각. 조족지혈. 새발의 피. 쓰고 보니 같은 말이다. 사람들은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아니다. 독서의 계절은 바로 지금이다. 밖에서 잔뜩 얼은 몸을 뜨근한 온돌에서 지지면서 읽는 책이야 말로 가장 맛있는 독서의 시간이다. 그러니 ‘따지지 말고’ 날 따듯해지기 전에 읽어보길 권한다.





기사 뒷 이야기와 제보 인터뷰365 편집실 (http://blog.naver.com/interview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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