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착한 소비자’인가
당신은 ‘착한 소비자’인가
  • 김경자
  • 승인 2011.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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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사람, 동물에 대한 착취 최소화한 소비 / 김경자



【인터뷰365 김경자】 ‘착한 소비’가 뜨고 있다. ‘착한 소비(Ethical Consumption)’란 소비자가 윤리적이라고 판단한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고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윤리적이라는 소비자의 판단, 즉 제품과 서비스가 ‘착하다’는 판단을 내릴 때는 다양한 기준이 적용되지만 기본적으로 환경과 사람, 그리고 동물에게 주는 해로움(harm)을 최소화하거나 환경과 사람, 동물에 대한 착취(exploitation)를 최소화하는 제품을 말한다.


착한 소비의 기원은 1844년 12월21일, 영국 랭커셔주 로치데일에서 문을 연 로치데일 조합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산업혁명이 진행되던 당시 영국에서 노동자의 근로조건은 매우 열악했다. 많은 공장주가 노동자에게 월급 대신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에서만 쓸 수 있는 쿠폰을 지급했다. 그런데 공장주가 운영하는 그 가게의 식품은 매우 품질이 낮았고 값이 비쌌다. 밀가루에 잘게 부순 석회암을 섞었고, 맥주에는 아편이 섞여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이에 그 공장 노동자 28명은 공동출자를 통해 조그만 가게를 열고 유해물질을 섞지 않은 밀가루와 버터, 설탕, 오트밀을 공동구매해 지역 노동자에게 저렴하게 팔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바로 처음 윤리적 소비가 나타난 곳, 세계 최초의 소비자협동조합인 로치데일조합이다. 19세기 영국에서는 또 노예노동으로 수확한 설탕 불매운동이나, 시민 투표권 획득을 위한 차티스트운동을 지원하는 지역상점제품 구매운동이 벌어진다. 1967년 제3세계의 빈곤문제를 의제로 열린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는 ‘원조가 아닌 무역’을 통해 빈곤을 극복하자는 의제가 채택되었다. 선진국들은 이때부터 공정한 가격을 지급하는 무역을 통해 제3세계의 인권을 향상시키는 일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으나 이러한 가치관이 확산되는 데는 30여년 이상의 세월이 필요했다.


착한 소비가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물질의 소유와 소비가 소비자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사회적 성공의 척도로 인식되는 소비사회의 확대에 따라 자본주의의 여러 가지 문제점이 활발하게 지적되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이다. 소비사회에서는 사람 스스로가 만들어낸 상품이나 화폐 등 소비의 대상이 오히려 사람을 지배하고, 사람들은 그 소비대상을 신처럼 숭배하는 물신화(物神化, fetishism)현상이 나타난다. 마르크스는 일찍이 이 물신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만 나타는 독특한 현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산업화가 진전되고 생산과정이 극도로 세분화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자본과 노동력으로 만들어낸 작품인 상품과 서비스를 알지 못하고 상품으로부터 소외된다. 그리고 오히려 마케팅에 의해 상품에 덧입혀진 이미지의 통제하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자본주의 체제하의 생산과 분배과정은 사람이 상품을 자신의 자발적인 욕구에 따라 자신을 위해 소비하지 않고 궁극적으로 기업의 이익을 위해 소비하게 만든다. 이런 비판에 따라 소비자 소외의 문제를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방향으로 해결하자는 패러다임이 등장하였고 소비자가 주도적으로 환경과 사람, 동물의 안녕과 복지를 위해 소비하자는 착한 소비 트렌드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착한 소비 트렌드는 윤리적 제품에 대한 적극적인 구매(positive buying)와 구매거부(negative buying)의 두 가지로 나타난다. 적극적인 구매란 생산자의 인권을 고려한 공정무역(fair trade)제품이나 동물을 학대하지 않고 생산한 도덕적(cruelty free) 제품, 유기농 제품, 재활용 제품, 재사용 제품, 우리 고장에서 생산된 로컬제품 등을 적극적으로 - 때로는 다소간의 불편과 비용을 감수하고라도 - 구매하는 것이다. 공정무역의 경우를 예로 들면 자유무역 상황하에서는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저개발국가의 제품을 적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직거래하는 형태를 취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네팔과 페루, 동티모르산 커피나 네팔과 인도, 캄보디아의 의류를 공정무역을 통해 수입, 판매하고 있다. 반면 구매거부는 비윤리적인 것으로 판단된 제품들에 대해 적극적인 불매운동(boycott)을 벌이는 것이다. 미국의 나이키사는 1996년 미국 잡지 Life에 나이키 축구공을 바느질하고 있는 12세 파키스탄 어린이의 사진이 실리면서 불매운동 대상이 되었고 막대한 이미지 실추 손해를 입었다. 프랑스의 One Voice라는 동물보호단체는 매년 화장품 성능 테스트를 위해 15만 마리의 동물이 죽어간다는 통계를 발표하고 동물실험을 하는 화장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오늘날의 착한 소비는 소비자의 건강과 건강한 환경, 건강한 사회라는 세 가지 이슈를 모두 포괄하는 새로운 소비의 패러다임에 도전하는 위치로까지 떠오르고 있다. 착한 소비의 패러다임은 소비자의 심신의 건강과 복지에 기여하고 자원 절약과 오염 감소를 통해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며 사회적 구성원간의 상호존중과 공정한 대우를 추구하는 데 기여하는 소비이다. 특히 사회적 차원에서는 생산과 분배과정에 관계하는 사람들의 정치적 인권과 노동자 권익, 동물실험과 공장형 동물사육, 검증되지 않은 유전자 재조합 엔지니어링, 반사회적 회계여부 등까지 고려하여 윤리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물론 ‘착함’ 또는 ‘윤리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여러 가지 논란과 전술적인 어려움들이 존재한다. 실제로 ‘누구에게 좋은 소비가 착한 소비인가?’와 같은 질문에는 누구라도 명쾌하게 대답하기 어렵다. 가령 공정무역은 저개발국가 생산자에게는 ‘착하지만’ 운송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것 때문에 환경론자에게는 ‘착하지 않다’. 노동력 착취로 문제를 일으킨 기업이 저개발국에서 철수한다면 그 사회는 단기적으로는 더 심각한 고용문제를 겪을 것이다. 많은 식품 첨가물들은 인체에 해롭지만 사용하지 않으면 식중독이나 다른 부패문제를 일으킨다. 동물학대 논란을 잠재우려면 많은 의약품이나 기능성 식품과 화장품의 개발을 미루어야 한다. 착한 제품의 생산을 위해 소비자에게 불편함과 비용지불을 강요한다면 전반적인 가격상승으로 많은 제품에 대한 저소득층의 접근이 제한될 것이다 등등.


이런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회와 환경과 소비자의 상생을 지향하는 착한 소비는 여전히 중요하다. 착한 소비를 하는데 있어서의 전술상의 문제는 장기적으로 검토하면서 풀어야 할 문제일 뿐 착한 소비의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는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사회와 환경에 무엇이 최적인가를 반문하면서 행동하는 의식있는 소비자(conscious consumer)가 되어야 한다. “이 제품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인가?” “내 소비행동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가?” “이 제품을 생산한 사람들에게 내가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있는가?” “내가 소비하는 제품이 환경친화적인가?” 시장경쟁이 심화되고 소비자의 정보력과 조직력 강화로 소비자의 파워가 점점 강해지고 있는 오늘날, 착한 소비 트렌드는 궁극적으로 소비사회에서 소비자가 대상화되지 않고 주체가 되기 위한 운동이며, 소비자가 소비자로서 뿐만 아니라 시민으로서 사회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노력 중 하나이다. 그러므로 '착한 소비’는 사회와 기업과 소비자가 더불어 공생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주도해가야 할 소비자의 역할을 나타내는 Consumer Leadership, Consumer Citizenship의 중요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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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자

소비자경제 전문가, 서울대 소비자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소비자경제학' 박사학위 취득, 현 카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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