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가 달갑잖은 길 위의 상인들
꽃샘추위가 달갑잖은 길 위의 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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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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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김철】봄부터 늦가을까지 아파트 앞 길바닥에서 온갖 들나물과 계절 채소를 판매하던 할머니는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다. 추위가 가시지 않은 탓일까, 혹시라도 노환이라도 들지 않았을까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저어기 궁금하다. 꽃샘추위는 언제 또 닥칠지 알 수 없다. ‘불법 주정차 및 노점 집중 단속’이라고 경고하는 Y시의 플래카드가 내걸린 바로 옆에서 버젓이 감귤 트럭 행상을 하며 호객을 하는 아저씨의 목소리가 어쩐지 무겁게 들린다.


하루 벌어먹고 사는 생계형 노점 상인들의 처지에서 본다면 준법정신 같은 것은 남의 일로 여길 법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언제 단속의 손길이 뻗칠지 늘 불안하다. 혹시나 CCTV에 차량 번호판이 찍힐세라 아예 번호판을 가려 놓는다.

서민 아파트에서 바라보는 3월의 길거리는 여전히 썰렁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아파트 단지 안의 ‘알뜰시장’은 싸구려 상품들이 즐비해도 손님들이 붐비는 곳이 없다. 값비싼 고급 아파트에서는 보기 힘든 서민 아파트에서만 보고 느낄 수 있는 삶의 진솔한 풍경이라고 해야 하나. 누구나 골고루 잘 사는 행복한 세상이 도래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어디까지나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 수 있다. 행복이라는 용어 자체가 한계가 모호한 실체 없는 추사명사에 지나지 않는 관념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경제력이 강한 나라일수록 복지혜택이 주어지는 식으로 평등하게 잘 살면 다행이나 아니라면 빈부격차는 더 벌어지게 마련이고 그에 따른 박탈감과 소외감이며 갈등이 증폭될 수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민들이 골고루 못 사는 가난한 국가나 소수민족일수록 행복지수가 높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고 본다. 비록 가진 게 넉넉하지 않더라도 각자 맡은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보람을 느끼면서 존재의 즐거움에 자족할 수 있다면 그게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한다. 인생의 불행은 행복을 구하는 데서 시작된다고도 할 수 있다. 아직 꽃 피고 새 우는 따스한 봄날은 한참 기다려야 하지만 마음까지 추위를 이기지 못한다면 불행의 늪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그제께는 트럭 행상에서 5천원을 주고 ‘조선대파’ 한 단을 구입했다. 골목 상점이 발을 붙이기 힘든 아파트 단지 상가에 들어선 기업형 슈퍼마켓(SSM)들보다 3분의 1의 저렴한 가격이다. 추위에도 불구하고 차도 위에서 열심히 일하는 아저씨가 그날따라 듬직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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