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청소년의 성 문화
30년 전, 청소년의 성 문화
  • 김두호
  • 승인 2007.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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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조사한 <10대의 순결관>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오래된 주간지를 뒤적이다가 필자가 썼던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했다. 1978년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여 발표한 <10대의 순결관>이란 특집기사다. ‘청소년 교육을 위한 집중취재’라는 기획방향도, ‘성 충동에 대처하는 길’이라는 꼭지의 타이틀도 새삼스럽다.


78년이면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이고, 이 말은 이제 그때의 청소년은 대체로 그 당시 자신과 같은 또래의 자식을 둔 부모가 되었다는 뜻이다. 즉, 지금의 청소년들에게도 어쩌면 동일한 무게감으로 여전히 존재하는 이 <성 문화>에 대해, 내 아버지, 엄마가 내 나이였을 때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가 서로에게 좋은 자료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인터뷰365>가 다시 이 기사를 꺼내보는 이유이다. 얼마나 지금과 같은지, 얼마나 지금과 다른지를 비교하며 읽어보기를 권한다.





청소년교육을 위한 집중취재 <10대의 순결관>

성충동에 대처하는 길 - 거의가 참거나 친구와 얘기한다.


한국의 10대들은 성적충동이 일어났을 때 어떤 행동을 취할까?

이에 대한 대답은 대다수가 <스스로 자제한다>고 밝혔다. 설문조사 중 <성적충동의 해소방법>을 묻는 응답집계에서 드러난 10대 성의식의 단면. 이 같은 현상은 아직도 순결에 대한 우리 소년 소녀들의 때묻지 않은 순수정과 전통적 성 윤리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 어느 교실의 이면

얼마 전 서울의 어느 여자중학교 3학년 S반에서 한 교사가 정상수업을 시작하기전 학생들을 차례로 교단 앞으로 나와서 자기소개를 하도록 했다. 교과과정에 관련된 일종의 발표력 테스트였다.


학생들은 저마다 자신과 관련된 평소의 취미, 활동, 희망등을 이야기했다. 그 중 얼굴이 예쁘장한 학 여학생이 교단 앞으로 나오면서 교실은 발칵 뒤집혔다. 자기 소개를 하는 중 엉뚱한 말을 했기 때문이다.


<저의 지난 1년 동안은 참으로 괴로움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선생님 시간만 되면 공부도 안 되고...>


갑자기 터진 웃음소리는 수근거림으로 바뀌었고, 그것은 다실 교실 밖에까지 파문을 일으켰다. 그 시간을 담당했던 교사는 마침 그 반의 담임인기도 했다. 얘기치 않은 상태로 발전되자 담임교사는 그 학생의 부모와 면담을 거쳐 1주일동안 생활지도부에서 반성문을 쓰도록 했다. 짝사랑 제자의 철없는 발언으로 인해 애꿎은 피해자가 된 장본인 Q 교사는 비약되는 소문을 못 이겨 결국 그 학교를 떠났다고 한다.


‘털어놓고 나니 마음이 후련해 지더라.’는 것이 문제가 된 여학생의 뒷 얘기. 청소년 전문가 양 00씨(당시 서울시 시립남부 아동상담실장)는 사춘기 10대의 순수한 성 심리의 한 단면을 이 사례를 통해 발견할 수 있다며 예를 들었다. 그 여학생은 이성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대상에게서 직접 충족 못하는 대신 많은 친구들에게 공개함으로써 일종의 해소방법이 됐다는 것이다.


▶ 남자보다 강한 인내

[성적충동이 일어날 때 당신은 어떻게 하느냐?]는 설문조사에서도 앞의 사례를 뒷받침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조사대상 3백48명(남, 1백18명 / 여 2백30명)가운데 남녀 평균이 문항(8문항)의 응답률은 약 70%선. 무 응답자를 제외한 응답남녀의 집계결과는 대충 다음과 같다.


남자의 경우 우선 <참는다>가 37.7%로 가장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성충동이 일어났을때 <친구와 이야기한다.(24.6%)>는 10대도 적잖은 수였다. 다음이 <자위로 해결한다.(18.1%)>, <상대를 찾는다.(11.7%)>,<기타(7%)>순.


여자쪽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참는다(42%)>가 남자보다 다소 높고, <친구와 이야기한다.(36%)>는 훨씬 높은 숫자를 차지하고 있다. <자위로 해결한다(12%)>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를 찾는다>고 한 성충동 해소의 행동파는 무응답자를 포함한 2백30명중 단 4명(2%). 그 밖에 <기타>는 남자와 같다.


과거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표한 [고등학교 실험수업 요약보고서]에서도 학생들이 성 문제를 혼자서 해결하려는 경향이 높다는 것을 밝힌 적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성 문제에 대한 상담 대상자로 친구, 교사, 부모등 기타가운데 약 40%의 남녀학생이 친구를 택하고 있다는 예기다. 이것은 [성 지식의 습득경로]를 묻는 설문 집계에서도 약 30%가 ‘친구’를 제1매체로 꼽는 것과도 비례를 이루고 있는 셈.


친구를 통해 성에 눈이 뜨고,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거나 성충동을 해소하려는 10대들, 과연 당사자들은 이러한 실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 친구는 소중한가

<친구에게 들은 지식도 나중에 알고보면 엉터리가 많다. 그러나 고민을 털어놓고 서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건 친구가 제일 만만하다. 길을 가다가 예쁜 여자를 보면 손목이라도 만지고 싶어진다. 공연히 일부러 접근해서 스쳐가 볼 때도 있다. 소설을 보다가 야한 공상에 빠지기도 한다. 여학생 뒤를 따라가서 집까지 알아둘 때도 있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선에 미치면 나는 나이도 어리고 학생인데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바로 잡는다. 그래서 고민할 때도 있다. 그런 걸 누구에게 이야기 하겠는가? 내 친구들을 만나면 죄 다 털어놓을 때가 많다. 그 친구도 나에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한다.>


[성 충동의 해소방법]의 설문조사 집계에 나타난 결과를 두고 재수생 박모 군(19, D학원)이 한 말. 참는 게 보통이지만 참다 못하면 친구 만나고, 친구를 만나고 나면 잘 잊혀진다는 것이다.


여고생 김모 양(17, S여고 2년)은 집계 결과에 못 마땅한 반응을 보였다. ‘참는다는 게 바른 대답이지요. 친구들 만나도 짝이 아니면 심한 이야기는 못해요. 여학생이 자위를 하고 상대를 찾는다는 것은 더욱 상상도 못해요.’


실제 조사대상에는 여고생만 있는 것이 아니고 회사원(생산직 사원, 버스 안내양, 사무직 포함)도 있다. 그러나 학생이라고 해서 모두 김양과 같은 응답현상을 나타낸 것도 아니다. 또 어떤 10대(남)는 <친구와 대화를 통해 상대를 찾을 수도 있지 않는냐>는 의견을 내 놓기도 했다.


▶ 성보다 진학고민

서울 풍문여고 교도주임 고00교사(40)는 <학생들이 사회에서 우려하는 것보다 훨씬 건전한 생각들을 하고 있다.>고 카운슬러로서의 체험적 발견을 털어놓고 있다. 일부 비행청소년이 인구증가 추세에 따라 늘어나고 있겠지만 시대변화 추세에는 반드시 정비례 한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나 어른들이 어른의 눈으로 청소년의 세계를 생각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는 것이다.


또 어떤 상담교사는 <학생들의 가정이 사회적, 경제적 차이가 심하고 부모와 자식간의 가치관이 달라 고민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성 충동을 자제하지 못해서 물의를 빚는 학생이나 학교 밖에서 방황하는 학생들은 대게 가정적인 결함이 많다.>고 지적한다.


풍문여고, 대신고등학교 등 서울의 몇몇 남녀 고등학교 교도실(상담실)을 통해 알아본 남녀고교생의 의식구조는 대다수가 인생을 착하고 건전하게 살 수 있기를 희망하며, 대체로 성관계 고민보다 상급학교 진학문제에 더 민감한 반응과 상담을 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10대 자녀를 둔 한 주부 (남00씨, 42, 서울 반포아파트 9동)는 <학교에서의 학생은 학생으로써의 의식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성문제 같은 상담은 더구나 터부로 생각될 수도 있다. 고 3짜리인 자식을 눈여겨 보면 진학문제 못잖게 성 호기심의 욕구불만으로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주부는 [친구의 대화]가 성 호기심의 돌파구도 될 수 있으나 불건전한 호기심의 전염창구 구실도 된다는 점을 내세운다. 단국대학교 유00박사(교육심리학)는 10대 청소년의 성 호기심의 건전한 해소방법으로 독서를 권하고 있다. <감수성과 상상력이 풍부한 사춘기에 있는 자녀들에게 어른들이 선택 또는 마련해 준 양서가 간접적인 교육방법 일 수 있다. 지식습득, 욕구해소, 정서순화 등의 효과를 독서에서 기대해 보는 것도 권할 만 하다>고 말했다. = 김두호 기자.


기사 뒷 이야기와 제보 인터뷰365 편집실 (http://blog.naver.com/interview365)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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