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라이벌전은 이런 것
진짜 라이벌전은 이런 것
  • 정종화
  • 승인 2007.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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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연구가 정종화의 <9회말 2아웃>


토요일 경기의 결과는 다음날 일요일이기 때문에 아무리 진기록이라도 신문에 나오지 않아 기사가 사장(死臧)되기 십상이다.


2007년 6월 16일 찌는 폭염속에 거행된 한화와 롯데의 게임은 30도의 열기가 무색하리 만치 야구의 묘미인 ‘케네디 스코어’가 이런 것이구나를 단적으로 보여준 명 승부전었다. 홈구장인 대전에서 펼친 한화와 롯데는 4월15일까지 롯데가 2승1패였으나, 5월18일 10회 연장전까지 펼치며 8대6으로 승리한 것을 분수령으로 7연승을 올린 한화가 1회말 김태균의 3점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하여 롯데가 8연패의 수렁에 빠지지 않나하는 노파심에 사로 잡혔다.


8회말 까지 6대 3으로 리드당한 롯데는 에이스 염종석 투수를 비롯하여 5명의 선수를 가동하여 7연패의 수렁을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쏟았다.


야구의 묘미는 이런 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승패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감독의 용병술과 선수의 임전태세를 가늠해 보는 자기만의 관전법도 경기외적인 즐거움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런 라이벌들이 총출동 하는 명승부란 흔하지 않다.


롯데의 강병철감독과 한화의 김인식감독은 65년 고교를 졸업하고 실업팀인 한일은행(당시는 크라운 맥주로 명칭)에서 루키로 활약하며 67년 해병대에 입대하여 3년간 ‘해병대 야구팀’에서 활약하다 70년 은행으로 복귀한 동료였다.


한화의 정민철투수는 92년 대전고를 나와 한화의 전신인 빙그레에 입단하여 14승 4패를 올렸으며 롯데의 염종석투수는 부산고를 나와 17승9패로 그해 ‘신인왕’을 차지하였다. 이들의 선발은 그야말로 라이벌의 투수전이었다.


또, 어떤가. 21세기 떠오르는 거포인 롯데의 이대호와 한화의 김태균은 다들 고교를 나와 2001년 프로팀에 입단하여 신세대 홈런타자로 자웅을 펼치고 있지 않는가? 4번타자의 라이벌로서·····


9회초가 되었다. 149승으로 150승이 눈앞에 놓인 정민철은 덕 아웃에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울러 롯데는 8연패의 악몽을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쳤다.


4번타자 이대호가 통렬한 16호 홈런으로 포문을 연후 5번 박현승이 24개의 연속안타를 날렸고 대타 강민호가 나와 안타를 만들었다.

6대5의 리드에서 한화의 마무리인 백전노장인 구대성 투수가 2년생 손용석을 가볍게 본 것이 큰 실수였다. 좌중간을 뚫는 2루타를 폭발시켜 7대6의 스코어로 역전이 되었다.


한화의 김인식 감독은 망연자실하였으며 노장 송진우와 정민철은 현실을 믿지 않는 표정이었다. 롯데의 강병철감독과 성준 투수코치는 지옥에서 천국을 맛보는 그런 광경을 자아내었다.


9회초 투아웃이 낳은 롯데의 5점은 ‘한화공포’를 벗어나는 역전극의 드라마였으며 8대7로 막을 내린 ‘케네디 스코어’의 명암은 승패를 떠난 야구 매니어의 더 할 나위없는 게임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누가 말을 했는가? “야구는 귀신도 모른다고.”

이 글을 쓴 정종화는

잘 알려진 대로 자타가 공인하는 ‘영화연구가’이다. 그의 놀라운 ‘자료 수집력’과 그 자료를 이야기 할 때마다 등장하는 그의 놀라운 ‘기억력‘ 때문에 충무로에서 그는 <걸어 다니는 영화사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그의 다른 전문분야는 바로 ‘야구’ 다. 그것도 그저 매니아 수준이 아니다. 그가 ‘야구계’ ‘월간 야구’ 의 편집장 출신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나의 인생의 5할은 영화, 나머지 5할은 야구>라고 밝히는 정종화에겐 영화만큼이나 많은 야구의 자료와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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