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오브 뮤직>속을 걷다.
<사운드 오브 뮤직>속을 걷다.
  • 김세원
  • 승인 200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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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스부르크 폰트랩 대령의 저택에서 보낸 한 철 / 김세원


[인터뷰365 김세원] 프리먼 장학금을 받고 잘츠부르크 글로벌세미나에 참석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유년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아마 초등학교 3학년이었나 보다. 피아노콩쿨을 앞두고 악보가 닳아 찢어질 정도로 모차르트 소나타 12번을 연습하고 '사운드 오브 뮤직'을 처음 관람한 후 3년 모은 저금통을 깨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 담긴 LP판을 구입했다. 그리고 그후 영화를 일곱 번이나 더 보았다.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의 고향이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무대로 잘 알려진 오스트리아의 도시다.


14년 전 로이터 펠로우로 프랑스 보르도에서 1년간의 연수를 마치고 중고차를 사서 가족들과 여름방학 두 달 반 동안 유럽 일대를 여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도시도 잘츠부르크였다. 대개는 실제 가보면 실망한다고 하는데 잘츠부르크는 그렇지 않았다. 알프스 산골짜기 사이로 자리잡은 호수를 배경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과 문화적 전통, 음악이 어우러져 유럽의 무릉도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잘츠부르크 구시가를 걷다보면 가는 곳마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이 여행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음악 신동 시절의 유품을 보관하고 있는 모차르트 생가와 '마술피리' 같은 오페라 무대장면을 미니어처로 꾸며놓은 모차르트의 집, 깜찍한 인형들이 오페라 배우가 되어 열연하는 마리오네트 극장 등 도시 전체가 모차르트 박물관 같다. 구시가에서 도시를 병풍처럼 둘러싼 호엔잘츠부르크성 너머로 눈길을 돌리면 수 십 개의 호수들이 흩어져 있는 교외의 몬트제마을과 헬브룬궁 등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기억을 간직한 곳이다. 예비수녀 마리아가 폰 트랩 대령의 일곱 아이들과 도레미송을 부르던 미라벨 정원, 마리아와 폰 트랩 대령이 결혼식을 올렸던 미차엘성당 등이 영화 속 모습 그대로 관광객을 맞이한다.


1965년 아카데미 작품상등 5개 부문을 휩쓸며 뮤지컬 영화의 대명사가 된 <사운드 오브 뮤직>은 예비수녀 마리아가 부인과 사별하고 홀로 일곱 아이를 돌보는 폰 트랩 대령 집에 가정교사로 들어가 아이들과 가까워지고 대령과 사랑에 빠져 결혼한 뒤 나치가 오스트리아를 점령하자 온 가족이 서방으로 망명한다는 줄거리다. 이 영화는 1938년 독일을 거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한 마리아의 자전 소설 '폰트랩 일가의 이야기'가 원작이다. 소설이 독일에서 출판돼 큰 인기를 끌자 '남태평양', '왕과 나' 등의 뮤지컬 명품들을 발표했던 리처드 로저스(작곡가)와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대본 및 작사가) 콤비가 뮤지컬로 만들어 1959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뒤 무려 1443회나 공연됐으며 토니상 7개 부문을 수상했다.


물론 유럽의 겨울과 여름은 마치 다른 세계인 것처럼 분위기가 다르다. 여름에는 맑은 날이 계속되고 낮이 길어 밤9시까지 도시가 생동감에 넘치고 살아 움직이지만 겨울이면 내내 흐리거나 비를 뿌리는 음산한 날씨가 계속될 뿐 아니라 저녁 6시나 7시면 상점 문이 닫히고 인적이 끊긴다.


잘츠부르크글로벌세미나가 바로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촬영지였던 레오폴드스크론 성에서 열린다는 사실만으로 바쁜 일정을 중단하고 17시간이 걸려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잘츠부르크까지 날아가는 수고를 감내할 수 있었다.


출발 전 잘츠부르크글로벌세미나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국내 포탈 웹사이트를 이리저리 검색해 보았으나 잘츠부르크글로벌세미나에 관한 기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세미나 웹사이트를 찾아보았더니 60년 전에 창설돼 지금까지 정치, 경제, 사회, 환경, 문화, 예술 등 다양한 국제적 이슈를 주제로 400여 회가 넘는 세미나가 열려 전 세계에서 2만2000여 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폰트랩 대령 가족의 저택으로 등장하는 레오폴드스크론성은 미국의 NGO인 잘츠부르크글로벌세미나가 소유주인 사유지여서 일반인들의 출입이 허락되지 않는 곳이다. 14년 전 잘츠부르크를 방문했을 때도 성문이 굳게 닫혀 있어 먼발치에서 지켜보았을 뿐이다. 1736년 레오폴드 본 퍼미안 잘츠부르크 대공에 의해 건설된 레오폴드스크론성은 숲과 호수에 둘러싸여 동화 속 궁전을 연상케 했다. 매일 아침 식사를 하러 숙소가 있는 부속건물인 마이어호프 빌딩에서 나와 수북하게 쌓인 낙엽을 밟으며 레오폴드스크론성으로 걸어가는 동안, 혹은 벽난로가 아름다운 베네치아 스타일의 1층 홀, '해리포터'영화에 나올법한 2층의 고색창연한 도서관을 오가다 보면 유럽의 귀족이 된 듯한 착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기사 뒷 이야기와 제보 - 인터뷰365 편집실 (http://blog.naver.com/interview365)

김세원

동아일보 기사, 파리특파원, 고려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초빙교수 역임, 현 카톡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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