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김철】마을 사람들이 공동 작업으로 냇가의 큼직한 구덩이에 삼(대마)을 넣고 찌던 기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이웃집에서 아이들이 왕골껍질을 벗기던 생각도 난다. 삼베와 돗자리를 만들기 위한 1단계 작업이었다. 닥나무에 핀 꽃을 바라보니 추억으로만 희미하게 남은 유년시절의 풍경이 잠시 스쳐 지나간다. 한지보다 닥종이라는 말에 더 익숙하던 시절 종이를 만들기 위해 닥나무를 베어다 가마솥에 넣고 정성스럽게 불을 지펴 찌던 마을 어른들의 모습을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모든 물자가 부족하고 구하기조차 힘들었던 궁핍한 옛날에는 창호지마저 자급자족하기 위해 닥나무를 쪄서 먼저 껍질부터 벗겨야 했다. 오늘날의 잣대로 보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당시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한지의 재료로는 닥나무 외에도 뽕나무나 버드나무 소나무 등의 껍질을 이용하기도 했다고 하나 다른 재료로 종이를 만드는 것을 본 기억은 없다. 닥나무로 종이를 만들면 그만큼 지질이 우수하다는 의미이다.
닥종이는 그림이나 글씨를 잘 표현해 줄뿐더러 1천년도 버틸 수 있을 만큼 보존성도 뛰어나다. 옛날 같으면 남아나지를 못했을 닥나무들이 고향 마을 뒷산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남김없이 취하려 든다. 그러나 불필요하면 외면하게 마련이다. 사람과 사람 간에도 이해관계가 맞을 때는 소통과 교류가 원활하다가도 그렇지 않으면 이내 소원해진다. 닥나무를 보면서도 그런 감정을 떨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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