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 무역센터가 1원짜리?
삼성동 무역센터가 1원짜리?
  • 홍경희
  • 승인 2007.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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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억원짜리 무역센터 공사 ‘1원 낙찰’의 비화 / 홍경희


[인터뷰365 홍경희] 만화를 좋아하는 30대 남성이라면 ‘김태랑’이란 이름이 생소하지 않을 것이다. 선 굵은 남성만화를 그려온 일본만화가 모토미아 히로시가 발표한 <멋진남자 김태랑>은 폭주족 출신의 남자가 샐러리맨으로 도시에 길들여 지기는 커녕 정글의 맹수 같은 통쾌함으로 한국과 일본의 젊은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주는 청량제 같은 만화였다. 많은 직장 초년병들이 김태랑 같은 직장인이 되고 싶어했고, 그런 동료를 만나기를 원했었다. <멋진남자 김태랑>이 샐러리맨에서 건설업체의 간부로 변신하면서 이 시리즈는 최고의 인기를 누렸는데 그것은 만화 속 김태랑이 보여준 기존 관념과는 완전히 다른 아이디어와 실천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만화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지난 1985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물 중 하나가 될 삼성동 <무역센터>의 건설사 입찰과정에서 만화속의 김태랑이 보여준 모습과 같은 수주를 위한 치열한 경쟁과 놀라운 입찰결과가 발생했는데, 그것은 바로 600억원짜리 대공사의 입찰에서 당시 중견 건설업체였던 극동건설이 단돈 ‘1원’에 낙찰이 된 사건이었다. 그때의 상황을 기록한 기사를 다시 찾았다.


지난 1월25일 하오 4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장에서 대한무역협회가 실시한 한국종합무역센터(Coex)사무동 건설공사 입찰에 현대건설, 삼환기업, 삼성종합건설,한일개발,극동건설,한양,대우 등 국내 도급순위 15위 이내의 큰 건설업체 7개 회사가 참가했다.


이 공사의 내정가격은 자그마치 6백억원 .(85년에 3천만원 이었던 목동아파트 분양가의 현 시세는 12억원이다. 그러기에 이 금액을 현재로 추정한다면 ‘조’단위의 공사였던 셈이다.) 구체적으로는 54층 사무동 건축비 513억원(20,500평), 일반관리비와 이윤 45억원(공사비의 12%), 이 밖에 약 2만평 대지의 흙파기 공사비 42억원 등이다. 제각기 머리를 짜고 주판을 놓아 써놓은 금액이 각양각색. 한일개발이 가장 높은 72억원, 삼환기업이 70억원, 한양이 50억원, 삼성종합건설과 현대건설이 똑같은 36억원, 대우가 9억 9천만원.


한데 극동건설은 단돈 ‘1원’을 써내 입찰봉투를 뜯는 순간 관계자들을 당혹케 했다. “처음에는 10억원을 잘못 쓴것이 아닌가 눈을 의심했습니다.” 라는게 최00 무역센터 건설본부장의 술회.


다른 한 관계자는 “공사 경비는 적을수록 좋은 일이지만 단돈 1원으로 투찰된것을 확인했을때는 다들 어안이 벙벙했습니다.”라고 그때의 충격을 설명한다. 때문에 군소업체들은 ‘대기업이 제값받기를 깼다.’고 반발했으며 무역협회측은 고문변호사에게 유권해석을 의뢰하는 등 부산했다. 경제기획원(현 재정경제부)도 ‘1원응찰’이 공정거래법상의 불공정행위에 해당하지 않은지 심사숙고 끝에 불공정거래인 ‘덤핑’이 아니라는 판정을 내리기에 이른 것이다.


결국 6백억원 공사를 1원에 해내겠다고 공사를 따낸 극동건설측은 과연 어떤 속셈일까? ‘우리나라 건설업체로는 가장 명예로운 무역센터를 내 손으로 해냈다는 긍지와 공신력을 국내외에 알리고 싶은 회사의 기본방침에 따른 것’ 이라는 것이 극동건설 관계자가 말하는 공식적인 이유. 그러나 그 보다도 입찰방식이, 즉 ‘실비정산 입찰’이라는 새로운 방식이었기 때문. 이 방식은 '코스트(Cost)+피(Fee)방식’ 이라고도 한다.


건축공사비는 일반적으로 자재비,노임등 공사에 직접 들어가는 ‘코스트’와 건축회사의 이윤 및 일반관리비(사무원 급료, 사무실 운영비, 수도 광열비 등)인 ‘피’로 구성된다. ‘코스트’ 부분은 발주자가 실제 들어가는 대로 정산해주고, ‘피’부분에 대해서만 입찰을 붙이는 방식. 바로 이 ‘피’ 부분을 극동건설이 1원에 맡겠다고 나선 것이다.


따라서 이 공사에서의 ‘피’부분은 일반관리비와 이윤 45억원, 흙파내기 공사비 42억원 등 모두 87억원. 결국 극동건설은 공사비 6백억원 가운데 87억원을 포기하고 나머지는 실비로 지급받기 때문에 총 공사비의 85.5%선에서 낙찰 받는 비상한 산술을 한 것이다.


이 밖에도 극동건설이 노린것은 실비로 받게되는 장비사용료와 일부 인건비를 건질수 있다는 계산이다. 거기에다 흙공사는 실제로 돈이 드는 것이 아니고 장비와 인력만 들어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유휴장비와 인력, 그리고 각종 가설재등을 활용할 수 있어 해외건설수주 격감의 주름을 조금이라도 펴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극동건설은 단돈 1원으로 600억원짜리 대공사를 따게 된 것이다. 건축전문가인 지온건축사무소의 김원철 대표는 이 사건을 ‘지금 봐도 너무나 영리한 계약’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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