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턱걸이황제 이진영 씨를 만나다
세계 턱걸이황제 이진영 씨를 만나다
  • 김두호
  • 승인 2008.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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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612회 진기록 기네스북 등재한 노익장 / 김두호



“턱걸이는 보약 중에 보약”


[인터뷰365 김두호] 턱걸이 운동과 관련해 천하제일의 기록보유자인 ‘턱걸이황제’ 이진영 씨를 찾았다. 과거 화제가 되었던 인물들의 최근 근황을 전해주기 위한 인터뷰365닷컴의 캠페인 시리즈 <당신을 찾습니다>를 통해 이 씨를 공개 수소문한 다음날 이진영 씨로부터 소식이 전해왔다.


“잊지 않고 아직도 기억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나는 마지막으로 1994년 12월 29일 종묘공원(서울 종로)에서 턱걸이 연속 612회로 다시 기네스북 기록을 갱신했답니다...”


놀라운 사실은 그 기록을 세울 때의 나이가 70세였고, 지금 연세는 84세로 아흔을 바라보는 할아버지다.

1980년판 기네스북의 스포츠부문에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오른 그의 첫 공인 기록은 120회였다. 1979년까지 턱걸이 세계기록은 윌리엄 리드라는 미국의 대학생이 세운 106회였고, 이 씨는 다시 1983년 59세의 나이로 120회를 기록하며 자신의 기네스 등재 기록을 깨뜨려 화제에 올랐었다. 그런데 고희에 이르러 인간 체력의 한계를 초월한 연속 600회를 돌파하고 2006년판 기네스북에 턱걸이 세계 진기록을 또 한 번 올려놓았다.


50년을 한 곳에서 살고 있다는 도봉산 자락의 서울 쌍문동 503번지 자택을 찾았을 때 건장한 체격의 노장 턱걸이황제는 영국의 기네스북 본사에서 전달받은 2006년 영어원판 기네스북과 인정패를 준비해 두고 있었다. 25년 만에 턱걸이 인생 이진영 씨의 근황을 다시 전한다.





여전히 턱걸이를 하고 계십니까?

지금은 턱걸이에 치중하지 않고 매일 아침마다 40분간 맨손체조를 하면서 하루 한 시간 이상 속보 운동을 합니다.


턱걸이는 언제부터 해오셨습니까?

내 고향은 평안남도 강서군 보림면 하향리인데 15살 때 혼자 서울로 와 고향도 못가고 가족들과 헤어졌어요. 서울에 오면서부터 철봉을 좋아하다보니 턱걸이는 기본 운동으로 즐기게 된 것이지요. 본격적으로 턱걸이 운동에 몰입한 것은 40대부터입니다. 워낙 턱걸이 운동을 좋아하고 그걸로 유명해져 내가 사는 마을에서 가까운 우이동 수유동 삼양동 일대의 공원마다 철봉대를 세워 모두가 이용하도록 했어요. 사람이 모여 운동하는 마당이 있으면 철봉대가 보여야지 그게 없으면 가고 싶지가 않을 정도였지요.


1980년부터 세운 자신의 기네스 기록을 스스로 갱신한 것이 몇 번인가요? 기네스북에 오르려면 그들이 인정하는 공식행사에서 공인을 받거나 검정절차를 필요로 할 텐데요?

그럼요. 서울 종로에 있는 YMCA 체육관에서 과거 턱걸이대회가 개최될 때마다 참가해 공개적으로 우승 기록을 세웠어요. 기네스북에 오른 첫 기록은 120회였고, 그 후 170회, 1988년 5월14일에는 370회를 돌파하고, 1994년 12월 종묘공원 철봉대의 공개된 기록시범에서 612회를 달성했습니다.


도대체 연속 612회 턱걸이를 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립니까?

170회를 기록했을 때는 35분이 걸렸지만 612회는 2시간 40분이 소요됐습니다.


철봉대에 매달려 완전히 두 팔을 내린 자세에서 턱걸이를 연속해서 두 시간 이상할 수 있다는 건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것도 연세가 70세이셨을 때인데 도무지 상상도 미치지 않습니다. 그 비결도 궁금하고 당시 체중이나 신체조건도 알고 싶습니다.

평생 연습해온 사람에게는 비결이라는 게 없지요. 물방울이 한자리에서 오래 떨어지면 돌도 뚫리는 이치나 같습니다. 내 체중은 평생 60kg 선에서 크게 변화가 없어요. 키는 177cm 였으나 나이가 들면서 줄어들어 지금은 174cm입니다.






턱걸이를 단 한 번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요즘 수두룩합니다. 운동 부족으로 팔 힘도 약하고 체중도 과체중이면 철봉에 턱을 걸 때까지 무거운 몸통을 제대로 올리지 못합니다. 턱걸이에는 도를 통하셨으니 그래도 운동 비결이나 잘하는 요령이 있을 것 같습니다.

턱걸이를 열심히 하면 체중이 절대로 늘어나지 않습니다. 우선 몸과 마음에 들어 있는 힘을 빼고 아주 편안한 자세로 시작합니다. 그다음에는 올라갈 때 숨을 마시고 내려갈 때 숨을 내뿜는 호흡조절을 무리 없이 잘 해야 돼요. 또 배안에 음식이 많이 차있으면 절대로 좋은 기록이 안 나옵니다. 또 턱걸이는 팔운동이 중심이므로 끝나고 나면 걷기운동이나 다리운동을 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운동을 꾸준히 하셔서 아직도 정정해보입니다.

나는 보약 중에 보약이 턱걸이운동으로 생각합니다. 내평생 보약 따위나 어디가 아파서 약을 먹어 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은 예전과 좀 다르지만. 어릴 때 예배당에 다니시는 부모님이 나중에 술 담배를 하지 말라는 말씀을 많이 하셔서 그건 입에도 안대고 살았어요.


턱걸이 이야기 말고 젊을 때 살아오신 이야기 좀 들려주시지요.

일찍 배운 기술이 타자였어요. 덕분에 젊을 때는 미군부대에 취직이 되어 문관으로 영문타자를 치며 잘 지냈지요. 내가 있던 부대에 한국인은 정동성이라는 친구와 단 두 명이었어요. 그러다가 퇴직 후 행정서사도 하고 지금은 부동산 중개업을 해요. 행정서사를 할 때 손님의 호적서류를 보다가 사촌 누이와 육촌 형을 만난 일이 기적같은 일이었는데 세월이 지나니 다들 소식이 없어요.


(곁에 앉아서 인터뷰를 지켜보던 부인 이정희 씨(69)가 부군의 이야기를 거들었다.)

“이 양반 어른(시아버지)이 황소 힘을 쓰는 장사였다고 해요. 몸에 힘이 넘치는 사람이 운동을 좋아하지요. 그래야 몸이 풀리는가 봐요. 스물여섯 살 때부터 철봉박사 소리를 들어 유명도 해지고 외국에서도 알아주고 있지만 이름뿐이고 돈이 되는 것은 없어요. 그래도 건강하게 지내시고 자식들도 운동 좋아하며 잘 자라 그게 우리 집 기쁨이고 행복이랍니다.”


자녀분들도 턱걸이를 잘 하세요?

(그제야 엄숙하던 턱걸이황제는 표정을 풀고 껄껄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우리 둘째 아들집 손자 녀석이 10살인데 보통 10회 이상을 해요. 우리 아이는 아들 둘에 딸이 둘입니다. 체육관과 헬스클럽을 하는 둘째 아들(이재근 씨 / 38)만 이곳에 살고 셋이 모두 미국에서 살아요. 둘째 딸(이시은 씨 / 41)은 미국 정부의 공무원인데 기네스북 2006년판에 기록을 등재할 때 각종 인증서류와 절차신청을 그 아이가 했어요.





세계 여러 나라에는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리려고 목숨 걸고 각종 기록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턱걸이 분야에서 아마도 612회 기록은 깨어질 것 같지 않습니다. 가문의 명예로 전해질 것 같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평생 턱걸이를 해온 보람이 있습니다. 턱걸이만은 내가 세계 제일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삽니다. 그런 정신이 없었다면 큰 기록이 안 나왔을 것도 같습니다. 사람의 정신이 그렇게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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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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