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녀’에 밀린 ‘혼자 사는 여자’
‘독신녀’에 밀린 ‘혼자 사는 여자’
  • 김갑의
  • 승인 2008.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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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싸움까지 갔던 비슷한 제목의 두 영화 / 김갑의



[인터뷰365 김갑의] ‘혼자 사는 여자’를 한문으로 표기하면 뭐가 될까? 아마 ‘독신녀’ (獨身女)가 가장 가까울 것 같다. ‘혼자 사는 여자’를 영화로 만들고 있는데 다른 쪽에서 ‘독신녀’라는 제명의 영화를 만들어서 개봉을 하게 된다면, 그 뒤에 극장에 붙는 ‘혼자 사는 여자’는 진짜 외로워질게 뻔하다.

그래서 ‘혼자 사는 여자’와 ‘독신녀’는 법정에 가 한판 붙었다. ‘혼자 사는 여자’는 양인자씨의 라디오 연속극을 영화화 한 것이고, ‘독신녀’는 전병순씨의 소설을 영화화 한 것. 원작자가 두 분 다 여류이고, 작품이 발표된 시기도 거의 비슷하다. ‘혼자사는 여자’는 라디오의 전파를 탈 때 영화화가 결정되었고, 방송이 끝나자마자 소설가 김승옥씨에게 각색이 의뢰됐다. 이원세 감독은 헌팅과 캐스팅을 했는데 김자옥 박근형 이대근이 메인 캐스트였다.

‘혼자 사는 여자’의 시나리오가 탈고되고 촬영은 장생포를 배경으로 크랭크인을 했다. 촬영이 거의 마무리 될 무렵인데 ‘독신녀’가 김영란 신성일을 메인 캐스트로 하여 문여송 감독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게 아닌가? ‘혼자 사는 여자’는 당시 국제국장과 허리우드극장을 소유하고 있던 동아흥행(주)에서 제작을 했는데 극장 스케줄로 보아 ‘독신녀’(피카디리극장)보다 뒤늦게 개봉되어야 할 입장에 있었다. ‘독신녀’가 ‘혼자 사는 여자’인데 ‘독신녀’가 극장에서 흥행을 한 뒤 ‘혼자 사는 여자’를 붙여봤자 원님 행차 뒤에 나팔 부는 격이 되어 보나마나 피를 볼 건 뻔했다. 동아흥행에서는 ‘독신녀’의 제작사인 삼영필름과 협상을 벌였지만 실패였다. 삼영측은 이미 피카디리극장 측과 상영계약을 체결했고, 이 계약을 파기할 수가 없었다.

동아흥행은 부득이 ‘독신녀’의 상영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고, 그런 와중에 ‘독신녀’는 피카디리극장에서 개봉되어 제법 많은 손님들을 대접해 버렸다. 소송결과는 동아흥행의 승소였다. ‘독신녀’ 때문에 ‘혼자 사는 여자’가 입은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법적권리로 확보가 된 셈이었다. 그러나 두 영화사간의 오랜 친분상 더 이상의 법정시비는 할 수가 없었다. 결국 ‘혼자 사는 여자’는 ‘독신녀’가 손님을 다 잠식했다고 판단하여 제목을 바꾸고야 말았다. ‘태양을 훔친 여자’라고...

라디오의 전파를 타고 전국을 누비던 ‘혼자 사는 여자’라면 사람들이 알아주겠지만, ‘태양을 훔친 여자’를 누가 알아주랴.

김자옥 박근형 이대근의 열정적 경연이 아까웠고 비싼 라디오 연속극의 영화화 판권료가 아까워 기획팀은 일년쯤 심한 가슴앓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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