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김철] 인생의 비극은 행복을 구하는 데서 시작된다. 구하지 않으면 불행할 것도 없다. 나라고 피 끓는 시절 무슨 용 빼는 재주가 있었을까. 타인의 눈에 비친 현재의 내 모습이 쓸쓸하고 불행하다면 나 역시 무지개 같은 행복한 삶을 추구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려울 터. 행복을 찾을 때마다 고구마 줄기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나온다면 얼마나 좋으랴. 올해 처음으로 텃밭에 심은 밤고구마가 얼씨구나 달린 게 신통하다. 반타작도 못했지만.
백수의 왕인 사자는 한 마리의 파리를 이기지 못하고 사람은 한 마리의 모기에도 목숨이 왔다갔다할 수 있다. 먹고 먹히는 세계는 끝이 없다. 배추도 그대로 두면 벌레가 갉아 먹어 건질 게 없다. 신선한 배추를 먹으려면 하루 종일 벌레를 잡는 일이 일과다. 그것도 몇 포기밖에 심지 않은 텃밭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농약을 치지 않고 대량으로 배추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농약을 친 배추라고 해서 겁먹을 것까지는 없다. 그런 농산물을 먹고 살아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갈수록 길어지니까.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것이 혓바닥의 의무이자 생존을 위한 삶의 본디 성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달콤하다고 해서 마냥 삼키면 속에 천불이 난다. 꿀은 몇 숟갈만 먹어도 더 먹을 수 없듯이 잘 익은 무화과도 두어 개를 먹으면 질려버린다. 달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고 쓰다고 다 나쁜 것도 아님을 알면서도 이 세상을 혓바닥의 오미(五味)로 맛 본다는 것이 어리석은 짓이라는 걸 무화과는 알고나 있는지 쓰다 달다 말도 없이 몸을 벌리고 있을 뿐이다.
어릴 때 내가 살던 할아버지댁의 흙돌담과 이웃집의 감나무는 지금도 여전히 그대로다. 그러나 예전의 그 모습과 나도 모르게 어딘가 다르다. '일체만물'보다 더 무섭게 '일체만심'이 시시각각 변하듯 '눈높이'만 변하는 것은 아니다. '눈 넓이'와 '눈 깊이'도 세월 따라 요사스럽게 변절하고 변심한다. 감나무에서 홍시가 슬슬 떨어지기 시작하고 있다. 그 때 그렇게 달콤했던 홍시가 지금이나 다를 게 없을 터인데 그 때의 맛이 아니다. 입맛뿐만 아니라 눈 맛도 귀맛도 코 맛도 심지어 손맛까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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