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러진 화살’은 과연 누구를 명중시킬까
영화 ‘부러진 화살’은 과연 누구를 명중시킬까
  • 김다인
  • 승인 2012.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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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김다인】영화 ‘부러진 화살’이 일으키고 있는 반향이 만만치 않다.


인화학교 장애학생 성폭행을 소재로 한 영화 ‘도가니’와는 또다른 차원의 폭풍이 예비되고 있다. ‘도가니’가 우리 사회에서 알지 못하는, 소외된 음지에서 일어난 일을 새삼 보게 했다면, 그래서 뒤늦게나마 잘못 된 것들을 바로잡게 했다면, ‘부러진 화살’은 어느 쪽이 진실을 말하고 있느냐 하는 진실게임으로 번지고 있다. 그것도 이 사회의 지식층인 교수와 판사 나아가 재판부와의 일이다.


피해자인 판사는 집 앞에서 화살 테러를 당했다 하고 피의자인 교수는 화살을 쏜 적이 없다고 주장한 이른바 ‘교수 석궁 테러 사건’은 한동안 화제가 되다가 잊혀졌다. 하지만 잔상은 여전히 남아있던 사건이었다. ‘교수-석궁-판사’라는 조합이 쉽게 일어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지영 감독의 영화 ‘부러진 화살’은 물밑에서 잠들어 있던 이 사건을 깨워냈다. 개봉 초기만 해도 그다지 큰 관심을 받지 못하던 이 영화는 사건의 석연치 않았던 점들이 꼬리를 물고 물위로 떠오르면서 순식간에 화제작이 됐다. 당시 재판에 임했던 판사, 변호사들이 각각의 입장을 내놓아 영화의 화제성에 불을 당겼고 200만명이 넘는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게 됐다.


영화에 대해 논란이 커지자 정지영 감독은 31일 '영화 '부러진 화살'에 대한 논란과 관련하여'란 제목으로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이 메일에서 정 감독은 "영화 '부러진 화살'과 관련한 논란이 지금은 지엽적인 문제에 머물고 있지만 더 큰 담론에까지 다다를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영화와 관련해 발언했던 모든 내용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그는 "영화뿐만 아니라 모든 미디어는(심지어 신문기사마저도) 그것과 소통하는 자의 인생관 혹은 세계관에 따라 다르게 읽히게 마련이고 문화이론에서는 그것을 '굴절'이라고 부른다"며 자신의 초기작 ‘남부군’을 예시했다. "22년 전 내가 영화 '남부군'을 발표했을 때 어떤 이는 '빨갱이를 대단한 휴머니스트들로 미화한 용공영화'로 읽고 어떤 이는 '강철같은 빨치산들을 나약한 감상주의자로 묘사한 반공영화'로 읽어내던 일이 기억납니다.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그 영화를 보면 그때와는 또 다른 반응과 논의가 생겨날 것입니다. '굴절'은 개인의 차원이기도 하지만, 사회와 역사의 차원을 담고 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영화 ‘부러진 화살’ 제작보고회장에서 안성기와 정지영 감독


한편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사건 당사자인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도 미디어를 통해 새삼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 제작진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 전 교수는 "부러진 화살은 바꿔치기 된 것"이며 "영화와 실제 사건은 맥락상 100%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교수는 이 프로그램에서 "석궁을 들고 (판사를) 찾아간 것은 국민저항권 차원의 정당방위"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사실상 난 피해자다. 법만 믿고 법원에 찾아갔다가 재판 테러를 당한 피해자일 뿐"이라며 "부러진 화살은 사라진 게 아니라 바꿔치기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김 전 교수는 "석궁을 쏘거나 판사를 해할 생각이 없었다"고 밝혔다.


영화에 대해서 김 전 교수는 "이 이야기는 영화로서 끝나면 절대 안 된다. 이 다음이 더 중요하다"며 "영화와 실제 사건은 맥락상 100% 일치한다”고 밝혔다.


영화 한 편이 개봉된 후 영화 속 사건에 관계된 모든 당사자가 각각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고 나선 것은 흔치않은 일이다. 영화에 관심있는(봤건 보지 않았건) 사람들은 이제 영화가 어느 정도까지 사실을 다루고 있느냐보다는, ‘석궁 테러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가가 더 궁금해지고 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은 과연 누구를 명중시킬 것인가.





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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