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김두호] 버스 안에서 어느 날 생긴 일이다.

바로 뒷자리의 젊은 숙녀가 한참동안 혼자서 웃고 떠들어 댔다. 싫은 표정을 보이자 매우 불쾌한 시선이 돌아왔다. 나도 저런 행동이 없었던가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다. 버스 안 승객들의 모습을 한사람씩 바라보았다. 23명의 승객 가운데 일곱 사람이 핸드폰에 정신이 꽂혀 있었다.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거나 TV를 보거나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숙녀와 신경전을 벌이기가 싫어서 출입구 자리에서 일어나 맨 뒷자리까지 천천히 걸어가며 유심히 관찰한 결과 또 세 사람이 히죽히죽 웃거나 혼자서 중얼거리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들의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mp3로 음악에 취해 있거나 핸드폰 통화중으로 보였다.

미국 배우 메릴 스트립이 출연한 작품 중에 <폴링 인 러브>라는 영화가 있다. 우리말로 ‘사랑에 빠지다’는 제목의 영화인데 평온하게 살아가는 가정의 여성이 어느 날 마주친 다른 남자에게 정신없이 빨려들어 간다. 이 여성의 모습에 현대인이 어느 때부터 미친 듯이 빠져든 핸드폰 문화를 대비시키면 우리들의 생활은 ‘폴링 인 핸드폰’이라는 제목이 적절하다. 공중전화 앞에서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통화를 해도 간단하게 용건만을 주고받던 그저 평온한 생활 속의 통신문화는 사라진 지 오래다. 서로 얼굴까지 바라보며 통화를 하는 모바일시대가 되자 우리의 생활 속에 차지하고 있는 핸드폰은 몸을 가리기 위해 입어야 하는 의상만큼 집에서나 밖에서나 반드시 몸에 지녀야 하는 소중한 필수품 행세를 하고 있다.

그처럼 버스 안이든 거리에서든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핸드폰을 열어놓고 사는 현대인의 모습은 전혀 새롭지 않고 신기한 발견도 아니다. 문제는 너나 없이 핸드폰 중독에서 살면서 서로 빈번하게 주고받고 마주치는 불쾌하고 천박한 핸드폰 예절문화다. 곁에 있는 사람이 얼굴을 찌푸리면 미안한 기색보다 눈싸움으로 기세를 꺾으려는 사람도 많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큰소리로 잡담 통화를 하는 승객, 조용한 모임자리든 어디든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갑자기 터져 나오는 벨소리, 복잡한 거리에서 부딪쳐 오는 핸드폰을 든 사람 등 이를테면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너무 심한 핸드폰 문화의 폐단을 주고받거나 경험하고 산다.

대중이 함께 하는 자리에서는 반드시 진동음으로 소리를 죽이는 것이 기본 예절이다. 낯선 사람끼리 동석을 하는 음식점이든 버스 안이든 서로 목소리를 죽여가며 통화하는 핸드폰 예절의 생활화는 이제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국민 예절이 되도록 범사회적인 캠페인이 간절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출근길 버스 안에서 절감한 하루였다.

김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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