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이성재와 코믹만만 봉태규
까칠한 이성재와 코믹만만 봉태규
  • 김희준
  • 승인 2008.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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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밤의 최강자는? / 김희준



[인터뷰365 김희준] 국내 영화시장이 위축되면서 A급 배우들이 드라마에 출연중이다. 이미 드라마와 영화의 경계가 무너진 지 오래지만 드라마에서 주로 활동하는 연기자와 영화에서 주로 활동하는 연기자는 연기 스펙트럼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영화는 드라마에 비해 집중도가 강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연기자들도 더 몰입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드라마와는 다른 ‘진한 감정’ 들이 연기에 배어나오게 된다.

요즘 수요일 10시대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에는 영화 쪽에서 인정받고 있는 연기파 남자배우들이 출연하고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MBC <대한민국 변호사>에서는 이성재가, SBS <워킹 맘>에서는 봉태규가 각각 열연중이다. 이성재는 <천국보다 낯선> 이후 2년 만의 드라마 출연이고 봉태규는 데뷔 후 첫 드라마 주연을 맡았다.

두 배우는 이미 영화를 통해 각각의 개성과 캐릭터를 인정받은 베테랑급 연기자다.

이성재는 <주유소 습격사건>을 비롯해 <신라의 달밤> <공공의 적> 등을 통해 코믹한 연기나 악한 연기 등을 가리지 않고 강렬하게 소화해냈고 봉태규는 자타공인 ‘봉태규표 연기’로 자신만의 연기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이성재의 깡마른 근육질 몸매를 볼 때면 이상하게 <택시 드라이버>에 출연하던 젊은 로버트 드니로가 연상되곤 한다. 이성재가 무섭다 싶을 정도로 체중을 줄인 것은 지강헌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홀리데이> 때문이다. 로버트 드니로는 마틴 스콜세지의 초기 작품인 <택시 드라이버>에서 사회악을 청소하는 임무를 자임하고 나서는 무섭게 몸을 단련한다.

드니로가 몸을 단련하는 과정에서는 결기를 넘어서 광기 같은 게 보이는데 데 이성재의 마른 몸매에서도 드니로가 가졌던 분노 또는 광기 같은 것이 보인다. <미술관 옆 동물원>처럼 로맨틱한 영화, <신라의 달밤> 같은 코믹영화에 출연하던 이성재의 캐릭터는 <홀리데이> 이후 깡마르게 변한 몸을 통해 언제든 강한 역을 맡을 준비를 하고 있다.

<대한민국 변호사>에서 이성재가 맡은 한민국은 여태까지 이성재가 영화 등을 통해 소화해온 캐릭터가 조금씩 다 녹아들어있다. 초반에 깐깐하고 재수없어 보이기까지 하던 캐릭터에 점차 여유와 감정이 붙여가고 있다. 다양한 감정들이 무표정한 듯한 얼굴에 미묘하게 드러나고 감정의 자제와 분출이 초반보다는 여유로워 보인다. 하지만 여태까지 많은 드라마에서 보여졌던 ‘버릇없던 재벌이 사랑에 빠져 변하는’ 캐릭터의 전형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잇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워킹 맘>에서 염정아의 철없는 연하 남편을 연기하고 있는 봉태규는 시청자들이 봉태규에게 기대하는 바를 결코 저버리지 않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 능력있는 연상의 아내 그늘에 기를 펴지 못하고 살면서도 직장 동료와 부적절한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주저함이 없는 만용을 부리고 있는 중이다. 이미 영화에서 윤여정, 문소리 등 쟁쟁한 연상 여배우들과 베드신을 불사했던 그 무모한 캐릭터가 빛을 발하고 있다.

제작 초기, “이번이 드라마 첫 주연이라 떨린다”는 그의 말은 ‘엄살’임이 증명될 정도로 드라마 속 봉태규는 코믹한 상황과 감정을 능소능대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가 연기하는 연하 남편은 연상의 아내에게 애처롭게 매달릴 때는 ‘누나’였다가 기선을 잡았다 싶을 때는 ‘여보’로 돌변하는 상황 컨트롤 센서가 부착돼 있는 듯보인다.

봉태규는 이 드라마에서 기존 드라마에서 보여지던 연하남의 정형, 이를테면 다감하고 부드럽고 정서적으로 여성과 더 잘 교감하는 연하남들의 이미지를 단번에 깨뜨리고, 결혼이라는 상황이 버거워 어떻게 해서든 벗어나려는 사고뭉치 골치덩이 역을 맞춤인 듯 잘해내고 있다. 이는 그동안 영화를 통해 누적해온 코미디 연기의 내공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봉태규는 영화 데뷔 이후 야구로 치면 마이너리그에서 뛰어오다가 <바람난 가족>으로 메이저의 주목을 받았다. 아직은 특기인 코미디 연기에 주력하고 있지만 언제든 현재와는 백팔십도 다른 연기가 가능한 연기자다. 지금은 그가 있어 수요일 밤이 유쾌하지만, 이 드라마가 끝나면 그의 백팔십도 다른 연기가 보고 싶어질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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