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년의 세월을 묵묵히 견딘 여닫이문
100여 년의 세월을 묵묵히 견딘 여닫이문
  • 김철
  • 승인 201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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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김철】한눈에 봐도 고색창연한 여닫이문들이다. 주인을 잃은 빈집의 부엌문은 아예 한쪽이 달아났다. 남은 한쪽 문마저 행여 기울어지거나 쓰러질세라 막대기로 조심스레 괴어 두었다. 나머지 곳간 문들도 부엌문과 마찬가지로 긴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난다. 민속촌이 아니면 골동품 가게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전통 여닫이문들이 고향 마을에는 아직도 버젓이 몇 가구에 남아 있다.

다들 100여 년이 된 문들이다. 애초 집을 지을 때부터 달았던 문들이라고 한다. 가까운 거리에 목재소가 있을 리 만무한 한 세기 전 산간오지에 변변한 연장인들 어디 있었으랴. 문마다 톱과 자귀를 이용해 자르고 깎고 다듬은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문짝 하나를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구슬땀을 흘리며 공을 들였을까. 문짝마다 장인의 숨결을 더듬어 볼 수 있는 이제는 골동품이 다 된 문들이지만 현재도 곳간 문들 중에는 처음 그대로 사용하는 것들도 있다.

전통 문은 열고 닫는 형식에 따라 사진에서 보는 여닫이문 외에 미닫이문, 들창문 등 여러 종류로 나뉜다. 여닫이문도 문이 두 짝일 경우는 쌍여닫이문이라 하지만 한 짝으로 이루어졌으면 외여닫이문이라고 한다. 어느 경우든 밖에서 문을 열 때는 잡아당기고 안에서 열 때는 떠미는 것이 공통점이다.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곳간 여닫이문 가운데는 녹슨 자물쇠가 걸려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세상이 변해 농촌의 곳간에 도둑이 든들 훔쳐갈 물품이 어디 있으랴만 좀도둑이 횡횡했던 옛날이야 자물쇠만한 시건장치도 없었을 터이다. 그러나 농축산물 절도며 빈집털이 등 농촌형 범죄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문단속을 아무리 잘해도 도둑을 막을 길은 없는 노릇이다. 자물쇠가 걸린 문을 보니 일본의 하이쿠 한 편이 겹쳐 연상된다. “도둑이 들창에 걸린 달은 두고 갔구나”

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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