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TM의 대표곡 Killing In The Name
RATM의 대표곡 Killing In The Name
  • 이근형
  • 승인 2008.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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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승려 틱꽝득의 소신공양 사진이 앨범 재킷 / 이근형



[인터뷰365 이근형]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은 1960년대에도 변함없었다. 오히려 그 당시가 미국이 성조기를 온 나라에 뒤덮이는 일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시대였다. 동아시아를 비롯해서 힘이 없고 약한 대륙은 샅샅이 미국이 점령하고 있었다. 공개적으로 미국의 식민지가 된 곳도 있었고, 미국의 공식적 식민지는 아니지만 미국에게 이유없이(물론 국익이라는 이유는 있다) 무릎을 꿇고 종이 되는 나라도 여럿 있었다. 미국은 그러면서 점점 세를 불려나갔고, 로마 시대 이후로 세계를 점령했다는 뜻에서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긴 했지만, 그것은 라틴어로 평화(Pax, Peace) 를 뜻하는 게 아니라, 미국에 의한 세계 질서의 획일화와 문화 점령이나 다름없었다.


미국은 베트남을 남북으로 갈라놓았고, 남쪽 베트남 즉 남베트남의 지도자인 응오딘지엠 (Ngo Dinh Diem) 을 꼭두각시로 변모시켰다. 사실 응오딘지엠은 친프랑스파인 지도자였으나, 친미의 성향을 지녔다. 베트남은 전체적으로 서양 문화를 프랑스에서 가져왔다지만, 응오딘지엠은 이 경로를 철저히 미국으로 바꾸는데 성공한다. 그러면서 서양의 대표적인 종교인 카톨릭교의 베트남화를 위해 애쓰는데, 이면에는 미국 제국주의의 '완벽한 받아들임'이 또아리 틀고 있었다. 불교가 토착 종교이고 국교인만큼, 베트남 불교계의 반발은 수순이었다.


하지만 응오딘지엠은 아랑곳하지 않고 남베트남의 불교계 인사들과 불교론자, 불교신자들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불리한 조건을 주거나, 사람들을 선동하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남베트남을 온통 십자가의 물결로 가득차게 했다. 응오딘지엠이 카톨릭교 신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기득권들은 으레 카톨릭교라는 간판을 내걸었고, 불교계 인물들을 비롯한 피지배층들은 불교라는 이름 하나로 묶여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대결 구도로 가게 되었는데, 사실상 이것은 종교 싸움이라는 간단한 토대로 볼게 아니라,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갈등 구도, 그리고 반미와 친미의 으르렁거림이었다.



1963년 6월, 남베트남의 수도인 사이공(현재는 호치민) 의 미국 대사관 앞에 남베트남 불교계 인사들과 수많은 승려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었다. 그리고 이어 승용차 한 대가 미국 대사관 앞에 서더니, 문을 열고 등장한 것은 남베트남 불교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다고 전해지는 대승려 틱꽝득(Thich Quang Duc) 이었다. 차 안에는 그를 도와주려는 승려 몇 명이 같이 내렸고, 틱꽝득은 사람들이 잘 보이도록 대사관을 앞에서 바라본 전망 좋은 곳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이미 주변에 모인 불교계 인사들은 틱꽝득이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지 눈치를 챈 낌새다. 틱꽝득과 함께 동행한 승려들은 굳은 얼굴로 틱꽝득의 몸에다가 석유를 붓기 시작했다. 틱꽝득은 체념한 듯 경건하게 기도를 올렸고, 승려 한 명이 라이터에 불을 지폈다.


틱꽝득의 몸에 불이 붙기 시작하기 이전부터, 이미 그 주변에 모여있던 승려들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몇 명은 그 장면이 보기 싫어 고개를 돌리기도 하였다. 틱꽝득의 주변에서 이런 행위를 도와주었던 승려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아마 틱꽝득의 몸에 불이 붙기 전, 1초라도 빨리 그가 이런 도발을 하지 않기를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불은 순식간에 틱꽝득의 몸을 샅샅이 퍼져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비로운 대승려 틱꽝득은 일체의 흐트러짐 없이 가부좌한 자세를 유지했다. 틱꽝득의 신체는 완전히 재로 변해 시나브로 주저앉았으며, 주변에 모인 모든 승려들은 그의 명복을 빌었다.



바로 그 유명한 '소신공양' 이자,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이하 RATM) 의 1집 Rage Against The Machine의 앨범 재킷을 장식하는 모습이다. RATM은 자국인 미국에 대한 거침없는 쓴 소리로 유명한데, 자기네들의 데뷔 앨범을 장식할 만한 사진은 바로 이것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보기만 해도 거북해지는 소신공양하는 사진을 1집의 앨범 재킷으로 과감하게 선택했다. 그리고 그것은 적중했다. 그 사진은 RATM의 음악적 경로뿐만 아니라 그들의 정치적 성향까지 정확하게 짚어냈다. 그러면서 이 앨범의 대표적인 곡인 Killing In The Name은 틱꽝득 승려의 소신공양과 함께 활활 불타올랐다.


세계적인 기타 관련 잡지 <기타월드> 가 내놓은 '위대한 기타 솔로 100선' 의 하나라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일단 이 곡은 RATM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곡이라는 점과 함께 록음악의 강렬한 밀어붙이기와 힙합 뮤직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 리듬감있는 바운스가 예술이다. 그리고 장르의 불일치가 곳곳에서 돋보인다. 마치 무대 앞에서는 보컬 잭 드라로차가 갱스터 랩을 하고 있는데, 그 옆에서는 강렬한 록음악의 기타 연주를 해대고 있는 톰 모렐로가 떡하니 있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톰 모렐로가 들려주는 기타 연주는 이 곡의 인트로 부분과 중요한 순간에 터트려야할 부분에서는 여느 헤비메탈 록그룹 못잖은 과감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으나, 잭 드라로차가 한참 랩을 하고 있을 때에는 옆에서 간드러지는 펑키 기타를 들려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잭 드라로차는 입에 담지 못할 수위 높은 갱스터 랩을 하고 있으나, 역시 중요한 부분에서는 거침없는 그로울링으로 하여금 메탈 그룹의 한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통통 튀기는 펑키한 기타 연주 속에서 갱스터 랩이 거침없이 흘러가고, 스타카토를 록음악의 꽃이라 불리우는 그로울링과 강렬한 기타 리프, 그리고 쉴새없는 밀어붙이기로 마무리한다. 이러한 특징은 RATM이 랩 록의 정상에 오른 이유 중 가장 큰 것으로써, Killing In The Name에서 그러한 면들이 잘 드러나는 동시에 이 곡은 랩 메탈과 얼터너티브 메탈의 클래식으로 등극했다. 말 그대로 메탈의 시끄럽고 도발적인 모습, 그리고 얼터너티브 메탈에서 들을 수 있는 흑인 음악의 일부분, 더해서 랩 메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힙합퍼 못잖은 랩핑이 거짓말처럼 잘 섞여있는 것이다.



그것뿐만 아니다. RATM은 이 곡에서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한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제국을 향해, 그리고 호기심과 흥분으로 이 곡을 듣고 있는 그대들에게 말이다. "애국심이라는 이름을 등에 지고 적군을 살육하는 너희들이야말로 너희 신을 욕되게 하는거다.", 그러면서 이 곡을 듣고 있는 청중들에게는 "넌 그들이 시키는 대로 할거야?" 하면서 오히려 반문한다. RATM의 정치적 성향과 메시지가 꼭 바르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Killing In The Name을 들으며 틱꽝득의 소신공양 사진을 곁들여 본다면 마음 한 켠에서는 미 제국에 대한 소량의 반항심과 동시에 재고해야할 것 같은 마음이 들 것이다. 진보주의자에게는 반미에 대한 리액션과 목적에 관한 증명, 그리고 보수주의자에게는 자기의 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는 심각한 문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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