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돌문화공원서 펼쳐진 박정자 배우의 명상연극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
제주돌문화공원서 펼쳐진 박정자 배우의 명상연극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
  •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승인 2026.06.1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 김아라 연출, 제주 설문대할망 천상무대에 또 하나의 전설을 남기다
- 제주돌문화공원 개원 20주년 기념행사 현장 르포
제주 돌문화공원에서 펼쳐진 명상연극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 공연에서 배우 박정자./사진=정중헌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제주) = 제주 하늘 아래 천상의 무대! 신화 속 설문대할망 원형마당에 나타난 해녀 박정자 대배우의 자태는 신비했다.  

김아라 연출은 12일 제주 돌문화공원 천상의 무대에 또 하나의 현대판 삶의 정경을 펼쳐냈다. 제주 조천읍 돌문화공원 개원 20주년 기념 특별공연에 페터 한트케 원작의 명상연극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을 제주의 전설과 풍광에 맞춰 새로운 버전으로 선보인 것이다.

석양을 지고 관람객들이 원형무대 주변에 둘러앉았다. 사방은 산과 나무, 바람뿐... 하늘과 맞닿은 느낌이 들었다. 태초의 제단은 엄숙했고 의식은 장엄했다.

원형무대 주변에 둘러앉은 관람객들./사진=정중헌

첫 장면에 등장한 박정자 배우에게 관객의 시선이 집중됐다. 제주 갈옷에 물질 장비를 든 해녀가 되어 나타난 것이다. 그의 실루엣에서 제주 신화 속의 설문대할망이 떠올라 태초의 기운이 느껴지는 듯했다.  

김아라 연출은 이 명상연극을 여러 차례 다른 버전으로 공연했는데 필자는 그중 세 번을 관람하고 이번 네 번째 무대를 보기 위해 제주에 온 것이다.

첫 번째는 서강대 메리홀, 두 번째는 마포의 문화비축기지 너른마당, 세 번째는 국립중앙박물관 로비...이번은 제주의 신화와 정기가 서린 돌문화공원의 중심 천상의 무대였다.

김아라 연출은 목석원에서 시작해 오늘의 세계적 돌문화공원을 조성한 백운철 선생이 평생 천착해 온 생명모성 사상에서 영감을 얻어 이를 연극적으로 재해석했다고 밝혔다.

명상연극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 공연 장면.

25명의 퍼포머들이 수많은 직업군의 복장으로 광장을 걸어 다니는 것이 이 연극의 핵심이다. 마임은 있어도 말이 없는 무언극이지만 인간 본성과 세태를 풍자하고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이 연극의 특징이다.

인간군상 중에는 예수도 있고 거지도 있었다. 이번 제주 공연에는 할망이 그 자리를 대신했고, 그 할망을 박정자 대배우가 한 것이다.

김아라 연출은 이번 버전에 제주에 서린 우리 현대사의 상흔들을 삽화처럼 끼워 넣었다. 누군가 버리고 간 비닐봉지와 음식 찌꺼기, 보따리 신발 깃발 같은 오브제들이 바람에 나부끼듯 상실과 아픔의 속삭임으로 들리게 연출했다는 것이다.

명상연극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 공연 장면.

대형 퍼포먼스의 대미는 화해와 상생, 희망으로 마무리했다. 박정자를 비롯한 여배우들은 한복에 촛불을 든 어머니의 모습으로 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제의극(祭儀劇)을 펼쳤다.

아픈 역사도 도도한 시간과 함께 흐르고 어느덧 제주의 바람이 되고 도리이 된다는 것이 이번 퍼포먼스의 메시지다.

이번 무대에는 박정자 대배우를 중심으로 이정희 김선화 심철종 곽수정 최경원 박호빈 등이 출연, 앞의 공연들과 다른 내용을 담아냈다.

일상의 여러 모습과 역사의 한 장면들이 스치듯 광장을 오갔지만 심철종 배우가 지구처럼 둥근 원형의 물체를 지고 힘겹게 걸어가는 모습이 인상에 남았다. 무용수 겸 안무가인 박호빈의 대지를 밟는 춤사위도 역사의 숨결을 깨우는 것 같아 가슴이 쿵쾅거렸다.

공연이 끝난 후 배우들의 모습. 

이날 돌문화공원 개원 20주년 행사로 제주의 숨결을 찍는 사진작가 김용호의 '남국재견(南國再見) : 제주, 다시보다' 대규모 작품전이 공원 내 오백장군갤러리에서 성대한 개막식과 함께 열렸다.

김용호 작가가 담은 제주의 돌 형상과 석물들의 아우라는 신비롭고 장엄했다. 제주의 명물 돌 사진들이 주를 이뤘지만 제주의 붉은 바다가 주는 신비와 생동감을 포착한 바다 사진과 영상도 강렬한 인상을 안겨주었다.

행사에 앞서 윤광준 사진작가의 정원 해설(특히 볕뉘)이 좋았고, 숲속에서 부른 정마리의 정가 '이수대엽'도 운치가 있었다. 신선처럼 하얀색 가발에 흰옷을 입고 숲 속에 정좌해 해금 산조를 연주한 강은일 교수와의 만남도 반가웠다.

사진작가 김용호의 '남국재견(南國再見) : 제주, 다시보다' 전시관 앞에서 필자.

푸른 부엌을 운영하는 해녀 출신 진여원 셰프가 차린 자연 음식 한 상 시식은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다. 해녀 음식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는 진여원 자연음식 전문가는 이날 톳밥, 우무묵(동치미국물 곁들임), 뿔소라 전복장, 자연산 돌미역무침, 미나리와 무늬오징어, 제주 장아찌 3종(먹고사리, 톳, 제피), 그리고 토종 뎅유자청을 곁들인 보리빵과 쑥방을 내놓아 제주의 토종 맛을 보게 해주었다.

이날 김아라 연출의 공연을 보기위해 서울과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제주 돌문화공원을 찾았다.

필자는 박용재 시인, 중동전문가 이희수 교수, 정의숙 무용가, 서정림 전 성남문화재단 대표, 강태식 연극 연출가, 박정자팬클럽 꽃봉지회 전 회장 김경희 대표, 대구 중구청장을 3연임한 윤순영 갤러리 분도 대표, 이지송 감독 등과 어울려 이날 행사를 즐겼다.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극단생활 대표.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 「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지냈다.


관련기사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신도림로19길 124 801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37
  • 등록일 : 2009-01-08
  • 창간일 : 2007-02-20
  • 명칭 : (주)인터뷰365
  • 제호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명예발행인 : 안성기
  • 발행인·편집인 : 김두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희
  • 대표전화 : 02-6082-2221
  • 팩스 : 02-2637-2221
  • 인터뷰365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6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interview365.com
엔디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