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인간 마음속 심상(心像)에서 피어나는 혼불과도 같습니다. 깊은 사유의 내면에서 길어 올린, 짧지만 응축된 언어문학의 보석과도 같은 시의 세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좋은 시와 함께 조용하지만 반짝이는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귀향 / 김왕식
먼 길을 돌아왔다
돌멩이 하나, 풀잎 하나
모두 제자리에 있었다
세상은 떠난 적이 없었다
단지 내가 멀리 돌아갔을 뿐
하늘은 처음 그 하늘이었고
물소리는 여전히 그 물소리였다
돌아온다는 건
새로움을 찾는 일이 아니라
본래의 자리를 다시 사랑하는 일이었다
귀향은 장소가 아니라 마음이었다
사랑이 남아 있는 곳
그곳이 언제나 고향이었다
모든 길은 결국
빛으로 이어졌다
나는 이제 안다
돌아간다는 건
빛으로 돌아가는 일이라는 걸
- 『숨의 연대기』 (청람서루, 2025)
3월 26일. 안중근 의사 순국 116주년을 맞아, 우리는 다시 ‘귀향’을 생각합니다. 광복 이후 수많은 이들이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름이 있습니다. 안중근 의사입니다.
김왕식 시인의 「귀향」은 말합니다. 돌아간다는 것은 새로운 곳을 찾는 일이 아니라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일이라고. 그래서 귀향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마음의 자리이며 사랑이 남아 있는 곳입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그 이름을 떠올리며 오늘 이 시를 다시 읽습니다. 언젠가 그분도 빛으로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김왕식 시인은 1959년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나, 2024년 『한국문학신문』 평론 부문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시인이자 평론가입니다. 그는 시와 평론을 넘나들며 동시대 문학의 감각과 방향을 탐색해 왔습니다.
그의 비평은 특정 이론에 기대기보다 작품의 결을 섬세하게 읽어내는 ‘현장적 비평’에 가깝습니다. 시를 분석할 때에도 개념의 과잉을 경계하고, 언어의 질감과 정서의 미세한 떨림을 중심에 둡니다. 이러한 태도는 시인으로서의 감각과도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그의 시 역시 과장된 수사 대신 절제된 이미지와 리듬으로 세계를 포착하며, 일상의 균열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길어 올립니다.
첫 시집 『숨의 연대기』(2025)는 서울 오산고등학교에서 20년간 국어교사로 재직하며 문예반을 맡았던 시절, 수업과 삶의 틈에서 기록해 온 시들을 모아 30년 만에 출간한 작품입니다. 이 시집은 어린 학생부터 중장년층 독자까지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경복고등학교 재학 시절 출판사를 꿈꾸었던 그는 약 50년 만에 ‘도서출판 청람서루’를 설립하여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책들을 펴내고 있습니다. 또한 시인이자 평론가이기 이전에, 학생들과 함께 배우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교사로서 2005년부터 간판 없는 길거리 학교 ‘청람학교’를 설립·운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의 시와 비평이 삶의 결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며, 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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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칼럼니스트
시인, 교수, 연기지도. 2023년 ‘월간 시’ 34회 추천 신인상으로 등단, 시담작가회 회장, [감성지수 시낭독회] 진행. 저서로는 시집 『오늘은 내가 주인공이 된다』, 동인시집 『공감과 치유』, 『지구의 솜털을 숏커트로 잘랐다』, 『나 때와 라떼』, 『축봄합니다』 가 있으며,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에 다양한 언어로 번역 소개 됨. 상명대 영화과, 백제예대 연예매니지먼트과, 국제대 모델과의 겸임교수와 김지수 연기 아카데미 학원장을 역임했으며, 배우 권상우, 송혜교, 김선아, 남궁민, 아이유, 김다미 등 연기 지도. 저서 『대한민국에서 연예인 되는 법』이 있음. 현재 단국대 공연예술학부 연극과 초빙교수, 서울사이버대학교 성악과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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