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주의 순간포착 한국의 새] '오르락내리락' 나무타기 선수, 나무발발이
[이용주의 순간포착 한국의 새] '오르락내리락' 나무타기 선수, 나무발발이
  • 이용주 작가
  • 승인 202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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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타고 다니며 바쁘게 움직이는 나무발발이 ⓒ이용주

인터뷰365 이용주 작가 = 나무발발이의 영어 이름은 'Eurasian Treecreeper'이다. 여기에서 ‘Treecreeper’는 ‘나무를 기어오르는 새’라는 뜻으로, 나무줄기를 빠르고 분주하게 오르내리는 이 새의 습성을 그대로 표현한 이름이다. 또한 우리말 이름인 나무발발이 역시 나무를 타고 다니며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에서 유래했다.

이 새는 유럽과 시베리아를 포함한 유라시아 북부에 널리 분포하는데, 한국 북부와 만주, 홋카이도, 사할린, 아무르, 우수리, 오호츠크해 연안 등지에서 번식하며, 한국 중부 이남과 일본 등지에서 월동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북부 지방에서는 텃새로 지내지만, 중부 이남에서는 흔하지 않은 겨울새로 관찰된다.

나무발발이의 몸길이는 약 13.5㎝로 작고 날렵한 유선형 체형을 지니고 있다. 머리와 등은 검은 갈색과 황갈색이 섞인 얼룩무늬이며, 각 깃털 끝에는 흰색 반점이 흩어져 있다. 눈 위에는 흰 눈썹선이 있으며, 날개깃에는 황갈색과 검은색 줄무늬가 나타난다. 턱과 목 아래, 가슴과 배 등 아랫면은 흰색이다. 전체적으로 나무껍질과 거의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보호색을 가지고 있다. 부리는 가늘고 길며 아래로 굽어 있어 나무껍질 틈에 숨어 있는 먹이를 끄집어내기에 알맞다. 특히 길고 단단하며 끝이 뾰족한 꼬리는 나무줄기에 몸을 지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뒷발톱이 매우 길고 강하게 굽어 있어 나무줄기를 단단히 붙잡을 수 있다.

나무발발이는 활엽수림과 침엽수림이 있는 산지뿐 아니라 평지 숲이나 공원에서도 서식한다. 먹이는 주로 나무껍질 틈에 숨어 있는 작은 곤충과 거미, 애벌레 등이다. 먹이를 찾을 때는 은밀하고 조용하게 나무줄기 아래쪽에서 시작해 나선형으로 위쪽으로 올라가며 탐색한다. 그 나무의 꼭대기에 도달하면 근처에 있는 다른 나무 아래로 짧게 날아 다시 올라가기를 부지런히 반복한다. 이러한 ‘아래에서 위로’의 이동은 나무발발이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이 모습을 보면 ‘발발거린다’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나무발발이 ⓒ이용주

 

나무발발이는 화려한 외모나 아름다운 울음소리로 눈길을 끄는 새는 아니다. 그러나 나무줄기를 따라 묵묵히 오르내리는 그 작은 발걸음 속에는 말없이 제 삶을 이어가는 자연의 성실함이 담겨 있다. 숲속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어쩌면 가장 성실하게 하루를 사는 새가 바로 나무발발이일지 모른다.

이용주 작가

육사(44기)와 영남대 경영대학원을 거쳐 육군중령으로 전역. 자연과 환경, 생태에 관심을 가지고 조류 탐조(探鳥)와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활동 중.

이용주 작가
이용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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