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평 - 새로운 서평]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外
[숏평 - 새로운 서평]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外
  • 김리선 기자
  • 승인 2026.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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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평연대] 맹준혁·이수련·김미향의 500자 서평

젊은 문화비평가와 출판전문가들의 커뮤니티인 '비평연대'는 숏폼콘텐츠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500자 내외의 '매우 짧은 연대 서평'의 형식을 고안했습니다. 2030세대 지식인 특유의 빛나는 감각으로 제시되는 다양한 책들을 통해 지식의 최전선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365 편집자주]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위즈덤하우스, 2025)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위즈덤하우스, 2025)

얼마 전 넷플릭스에 올라온 '파반느'를 봤다. 원작인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읽은 지 오래돼 기억은 희미해졌지만, 소설 속 ‘그녀’가 꽤 상징적인 인물이었다는 기억은 남아 있다. 거의 괴물에 가깝게 설정된 존재였고, 그래서 로맨스라기보다 구조를 드러내는 장치처럼 읽혔다.

영화의 ‘미정’(고아성)은 그보다 훨씬 생활감 있는 인물이다. 덜 상징적이고, 대신 더 현실적이다. 소설이 로맨스의 형식을 빌려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에 가깝다면, 영화는 그 방향으로 밀어붙이진 않는다. 그게 아쉽다기보다, 여기엔 그 편이 더 어울린다고 느꼈다.

마지막에 미정 역인 고아성이 요한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는데, 그게 꼭 소설이 영화에게 건네는 말처럼 들리기도 했다.

요한: 솔직히 어땠어? 너랑 아미고 이야기잖아.

미정: 끝이 너무 해피엔딩이더라.

요한: 그렇게 한번 써보고 싶었어

(맹준혁 / 출판편집자·콘텐츠기획자)

맹준혁<br>
맹준혁 

햄릿 (윌리엄 셰익스피어, 최종철 엮음, 민음사, 2009)

햄릿(윌리엄 셰익스피어, 최종철 엮음, 민음사, 2009)

너무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에게 필독서로 읽히는 고전은 자주 내용은 기억에 남지 않고 정서만 남을 때가 많다. 아이들은 불안이나 외로움 등의 정서를 기억하지만 무엇이 그 불안과 외로움을 만들었는지는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셰익스피어의 '헴릿'은 어린시절의 나에게 특히 그런 작품 중 하나였다.

지난주 개봉한 영화 '햄릿'을 보고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다시 읽었다. 영화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이 아닌 매기 오패럴의 동명의 소설 '햄닛'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 소설은 셰익스피어가 집 안팎으로 이해받지 못하는 외톨이, 아들을 잃은 아버지, 가족에게서 멀어진 가장이라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셰익스피어는 사생활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로 유명하지만 그래서 소설은 우리에게 역으로 작품으로부터 그를 상상할 기회를 준다. 평범하게 슬프고 고통스럽고 외로운, 인간이기에 겪는 감정들로부터 한 사람을 구체적으로 상상해 내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영화 '햄넷'의 클라이맥스에는 무대에서 눈물을 흘리는 배우의 손을 잡아주려 사람들이 하나 둘 그에게로 손을 뻗어 결국 배우를 감싸는 거대한 꽃잎이 되는 모습을 부감으로 촬영한 장면이 있다. 좌석 없이 원형무대 아래에 선 관객들은 대부분 땀과 흙이 묻은 차림이다. 땀과 흙, 마치 이야기는 원래 여기에서부터 시작했다, 고 하는 것 같다. 어렸을 때 읽었던 햄릿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기억하는 것이다. 우리는 땀과 흙에서 시작된 이야기들이라는 것을.(이수련 / 비평연대)

이수련<br>
이수련 

■ 최소한의 노벨 경제학상 (김나영 지음, 가나출판사, 2026)

최소한의 노벨 경제학상(김나영 지음, 가나출판사, 2026)

경제학은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다. 낯선 용어와 복잡한 설명이 먼저 나오면, 이해하기도 전에 포기하게 된다. '최소한의 노벨 경제학상'은 그 포기 지점에서 출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41명의 이론을 일상 질문으로 번역한다. 불법 주차, 보험 가입, 소개팅, 손실 난 주식 같은 장면을 먼저 보여 준 뒤 필요한 개념만 꺼내 붙이니, 독자는 자연히 ‘이 이론이 왜 나왔는지’를 납득하게 된다.

카너먼의 ‘손실 회피’는 손해를 확정하기 싫어 주식을 못 파는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이해되고, 이어 탈러의 행동경제학은 현재편향과 심리회계를 통해 ‘의지’가 아니라 ‘선택 구조’가 저축을 돕는다는 현실적인 처방으로 이어진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지식보다 질문이 남는다. 내가 합리적이고 경제적이라 믿는 선택은 정말 ‘경제적’인가. 경제학을 암기가 아니라 해석의 언어로 되돌려 놓는 책이다.(김미향 /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김미향<br>
김미향 

 

김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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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sun@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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