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평 - 새로운 서평] 나는 왜 작은 실수에도 이렇게 힘들까 外
[숏평 - 새로운 서평] 나는 왜 작은 실수에도 이렇게 힘들까 外
  • 김리선 기자
  • 승인 2026.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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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평연대] 맹준혁·이수련·김미향의 500자 서평

젊은 문화비평가와 출판전문가들의 커뮤니티인 '비평연대'에서는 숏폼콘텐츠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500자 내외의 '매우 짧은 연대 서평'의 형식을 고안했습니다. 2030세대 지식인 특유의 빛나는 감각으로 제시되는 다양한 책들을 통해 지식의 최전선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편집자주] 

나는 왜 작은 실수에도 이렇게 힘들까 (이서현, 웨일북, 2026)

나는 왜 작은 실수에도 이렇게 힘들까(이서현, 웨일북, 2026)

모든 것에 완벽할 수 없는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최선은, 결국 더 중요한 것에 힘을 쓰고 덜 중요한 것은 내려놓는 선택과 집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선택이야말로 가장 어렵다. 우리는 늘 더 잘하려는 마음으로 하루를 채운다. 그 마음 자체가 비난받을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기대만큼 해내지 못했을 때다. 그 순간 우리는 남보다 먼저, 그리고 가장 조용하게 스스로를 비난한다.

이 책은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 성격을 바꾸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어떤 기준 속에서 살아왔는지, 왜 자신에게 그렇게까지 가혹해졌는지를 차분히 이해하게 만든다. 그리고 기준을 한 번에 무너뜨리기보다, 흑백으로 나뉜 생각 사이에 중간 지대를 만들고, 자기비난을 없애려 애쓰기보다 그 목소리와 화해하는 연습을 제안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삶은 굴러간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다만 그 사실을 실제 삶에서 믿어보려 애써본 적이 거의 없었을 뿐이다.(맹준혁 / 출판편집자·콘텐츠기획자)

맹준혁<br>
맹준혁 

■ 제정신병자들 (오은교 지음, 문학동네, 2025)

제정신병자들 (오은교 지음, 문학동네, 2025)

한국 문학의 독자이자 여성단체에서 기간제로 근무했던 나에게 이 책은 더없이 반갑다. 여성이 키워드가 되는 두 축 위에 서 있지만, 동시에 그만큼 여성을 제대로 보고 말하고 있는가, 혹은 그래야만 하는 어떤 것을 그리는 데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문이 너무 잦은 빈도로 들었기 때문이다. 이 문화의 내부자로서 ‘제정신병자’라는 말만큼 지금의 한국 문학과 그것을 소비하는 독자들, 그리고 그 글을 만들고 엮는 이들을 소개하기에 적합한 말은 없을 것 같다.

2010년대 이후의 한국 문학은 페미니즘 리부트와 맞물리며 여성의 목소리와 소수자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호출해왔다. 약 10년이 지난 지금, 한국 문학은 어떻게 자리할까. '제정신병자'는 안온하고 다정하며 무해하지 않은 읽기법으로 문학의 탈성애화와 퀴어의 소재화 등 정치적 올바름이 기호적으로 수행되는 지점들을 적확하게 짚어낸다. 동시에 여성 섹슈얼리티의 복잡성을 펼쳐 논의하고, ‘페미니즘 서사’라는 문단의 새로운 황금 키워드를 양날의 시선으로 비평한다.

책에서 ‘파라노이아’라고 명명되는 편집증, 피해망상증은 작가에 의해 ‘제정신병자’라는 말로 재탄생한다. 이는 피해의 감각을 붙잡아두어야만 생존의 가치를 역설할 수 있는 여자들에 대한 기술이다. 그리고 그 모호하고 애매한 피해자 정치와 피해자성 사이의 크레바스를 오가며 여성들의 욕망과 너저분함을 채집해 읽어내린다. 원했든 수원치 않았든 제정신병자가 되는 길을 피할 수 없다면, 함께 읽어보자. 모든 제정신병자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이수련 / 비평연대)

이수련<br>
이수련 

■ 빛과 실 (한강 지음, 문학과지성사, 2025)

빛과 실(한강 지음, 문학과지성사, 2025)

한강의 '빛과 실'은 한국문학의 현재를 대표하는 한 작가의 성취이자, 언어가 어떻게 인간을 살아 있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조용하고도 깊은 기록이다. 이 책은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빛과 실'을 중심으로, 시와 산문, 일기와 사진이 함께 엮인 산문집으로, 한 작가가 오랜 시간에 걸쳐 품어온 질문과 감각의 궤적을 따라간다.

한강의 글쓰기는 언제나 세계의 폭력과 인간의 연약함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삶이 끝끝내 지니는 아름다움과 사랑을 향해 나아간다. '빛과 실'에서 그는 질문에 답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 질문들 속에 머무는 시간을 견디며 살아낸다. 장편소설 한 권을 쓰는 데 수년의 삶을 기꺼이 내어놓는다는 고백처럼, 이 책에서 글쓰기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며, 사유가 아니라 생의 상태에 가깝다.

이 산문집의 중심에는 ‘연결’이라는 감각이 있다. 필멸하는 몸이 느끼는 생생한 감각이 문장을 통해 전류처럼 흐르고, 그 전류가 읽는 이에게 전달되는 순간, 언어는 개인의 표현을 넘어 타인과 세계를 잇는 실이 된다. 북향의 방과 빛이 거의 들지 않는 정원, 그 속에서 햇빛을 붙들기 위해 거울을 옮기고 식물을 돌보는 일상의 장면들은 거창한 은유가 아니라, 삶을 지속하기 위한 최소한의 실천으로 읽힌다.

빛이 잎사귀를 통과할 때 느끼는 연둣빛의 기쁨, 사랑이 가슴과 가슴 사이를 잇는 실이라는 문장은 인간과 생명에 대한 보편적 기억을 호출한다. 이 책은 설명하지 않고, 설득하지 않는다. 대신 독자를 질문의 곁으로 초대한다. 왜 우리는 살아가는가, 무엇이 우리를 끝내 인간으로 남게 하는가. '빛과 실'은 그 질문을 견디는 언어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낮은 목소리로 그러나 분명하게 증명하는 책이다.(김미향 /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김미향<br>
김미향 

 

김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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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sun@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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