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상옥 감독의 대표작...제1회 대종상영화제 감독상 수상
- 두 톱배우 김진규와 최은희의 명불허전 연기
▶[내 가슴에 남아있는 한국고전영화와 그 배우들(20)] ‘박서방’(1960)과 그 배우들...김승호·황정순·김진규·조미령·엄앵란·방수일 이어서
인터뷰365 백학기 칼럼니스트 = 신상옥 감독이 만든 신필름이 제작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1961년 8월 26일 개봉했다. 관객은 15만 명. 이 영화는 옥희 역을 맡은 아역 배우 전영선의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화제가 돼 “여성 취향의 문예물로서 품격을 갖추고 있다”(경향 61. 8. 29)는 평을 들었다.
1930년대 활발히 활동한 소설가 주요섭의 단편소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제목부터 ‘사랑방’으로 수정해 각색된 작품으로 스토리 전개와 구조는 간결하다. 단편소설이 주는 심플한 이미지와 정서의 확장을 통해 장편영화로 만들어냈다는 것은 감독의 연출력이 주는 힘이다.
신상옥 감독은 이 영화로 제1회 대종상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이어 제9회 아시아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이 때문에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신상옥 감독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6살의 극 중 인물 ‘옥희’가 독백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1인칭 관찰자의 시점으로 엄마와 ‘사랑방 손님’과의 관계를 시종 진지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한선생 역의 김진규와 엄마 역의 최은희, 투 톱배우의 내밀하며 진지한 연기는 말 그대로 명불허전이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스토리를 보자. 할머니(한은진), 어머니(최은희), 식모(도금봉)가 한 집에 사는 이들 여성은 모두 과부다. 그래서 ‘과부 집’으로 불린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집, 즉 6살 옥희(전영선)네 집에 외삼촌(신영균)의 친구 한 선생(김진규)이 하숙생으로 들어오게 된다.드라마의 시작이다.
아빠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여섯 살 옥희. 옥희는 하숙생 한 선생을 자연스레 아빠처럼 따른다. 옥희 엄마와 한 선생은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에게 연정을 품게 된다. 옥희는 엄마와 한 선생 간 서로의 마음을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옥희로부터 한 선생이 삶은 달걀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 옥희 엄마는 그의 밥상에 삶은 달걀을 올려둔다.
때마침 그날부터 매일 집에 들르게 된 홀아비 달걀 장수(김희갑)도 이 영화에서 한몫하는 캐릭터다. 달걀을 모티브로 식모 성환댁(도금봉)과 눈이 맞아 서로의 처지를 위로하며 정을 쌓게 되고 달걀 장수의 아이를 임신한 성환댁은 옥희네를 떠나게 된다.
일반적인 영화 서사의 3장 구조를 적용해본다면 한 사건이 벌어진다. 바로 첫 번째 플롯 포인트는 1장 끝머리쯤 무엇보다 옥희가 사라지게 되는 사건이다. 비를 맞고 옥희를 찾아 헤매는 한 선생과 엄마, 할머니 등 가족들은 결국 집에 돌아와 보니 다락방에 숨어있는 옥희를 발견하게 된다.
2장이 끝나가는 두 번째 플롯 포인트는 옥희 외삼촌(신영균)의 방문. 옥희 엄마에게 재가를 권하는 외삼촌을 두고 할머니는 섭섭한 마음에 몸져눕는다. 결국 옥희 엄마의 재가가 허락되고. 한 선생은 옥희를 통해 옥희 엄마에 대한 사랑 고백 편지를 보낸다. 그러나 이를 거절하는 옥희 엄마로 인해 영화 줄거리는 종반을 향해 가게 되는데. 한 선생은 서울에 계신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떠날 채비를 서두른다.
"선생님, 메마른 나무에 불을 지르지 마세요. 걷잡을 수 없이 타는 날에는 어떻게 되겠어요. 생각만 해도 무서워요. 제겐 다만 옥희가 있을 뿐입니다."라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명대사가 나오는 이유다.
그가 떠나는 날 옥희 엄마는 찬장에 남은 달걀을 삶아 옥희를 통해 그에게 건넨다. 그리고 옥희와 함께 뒷동산에 올라 한 선생이 탄 기차가 떠나는 것을 유유히 지켜본다. 1960년대 시대상을 반영한 전형적인 멜로드라마다. 그런 만큼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영화다. 기와집과 문풍지, 지게를 진 달걀 장수, 우물가에서 피어나는 여인들의 수다 꽃. 그리고 증기 기관차 등 그리움에 젖게 만드는 영화적 요소를 두루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식모 도금봉과 달걀 장수 김희갑 사이에 피어나는 암시적인 서브플롯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 건강한 유머로 활기를 불어넣으며 영화적 풍미를 더한다.
특히 신상옥 감독의 미장센이라 할 연출력이 두드러지는 점은 두 남녀의 사랑의 감정이 한 화면에 잡히거나 대사를 주고받기 이전에 옥희 엄마(최은희)의 들끓는 연정을 쇼팽의 ‘야상곡’과 ‘즉흥환상곡’에 비유한 격렬한 연주로 표현한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이 영화로 아시아영화제 남우주연상(1962년)을 받은 배우 김진규는 두말해 무엇하랴. 1960년대 최고 인기를 누린 스타, 김진규.
그는 당대의 슈퍼스타 신성일, 최무룡, 신영균보다 연기 경력이 앞선 선배 배우로 1950년대 중반부터 주연으로 발돋움했다. 지적이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통해 김진규는 여성 관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나도향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벙어리 삼룡'(1964년)의 주연을 맡으며 최고 전성기를 보냈다고 전해진다. 1960년대 최고 배우답게 남우주연상만 9개(부일 5개, 청룡 2개, 대종상 1개, 백상 1개)를 받았다.
그의 마지막 히트작은 황석영 소설 원작인 이만희 감독의 ‘삼포 가는 길’(1975년)이다.
신상옥 감독의 부인이며 영원한 영화적 동지이자 반려인 배우 최은희는 1950~60년대 영화계 스타 자리를 굳건히 차지했다. 특히 1960년대에는 후배 김지미와 경쟁해 화제(?)가 된 사건은 주지의 사실이다. 세간에 화제가 된 '춘향전'을 놓고 비슷한 시기에 김지미(홍성기 감독)와 최은희(신상옥 감독)가 춘향역으로 출연해 라이벌전을 벌인 것. 그 시절 최은희는 다양한 연기를 선보였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처럼 전통적 여인상을 구현했는가 하면 ‘지옥화’처럼 서구적인 글래머상 역할까지 소화하면서 초창기 한국영화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업적을 남겼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서 아역 배우로 나온 전영선은 1956년 전창근 감독의 영화 ‘마의태자’에서 극 중 만 5세 시절의 어린 낙랑공주 왕 씨 역이라는 아역(단역)을 통해 영화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어 1957년 조긍하 감독의 ‘황진이’에서 황진사댁 서녀인 어린 시절 황진이 역으로, 1958년 이강천 감독의 영화 ‘종말 없는 비극’에서 아역(조연)으로 출연했다.
신상옥 감독의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옥희 역을 맡고, ‘이 생명 다하도록’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아동 특별 연기상을 수상했다. 1991년 미국 LA(로스앤젤레스)로 이민을 떠난 것으로 전해진다.
전영선의 아버지 전오승은 작곡가로 활동했으며, 고모는 그 유명한 ‘백치 아다다’, ‘미사의 종’ ‘과거를 묻지 마세요’, ‘세월이 가면’을 부른 가수 나애심(본명 전봉선)이다. 나애심의 딸인 가수 김혜림은 전영선과 고종사촌이 되는 셈.
한편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영화에서 무대가 된 한옥은 1937년에 지어진, 일명 "남창동 기와집“인데 지금도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1961년도에 이어 1978년에도 한 차례 더 영화로 제작됐다. KBS TV 문학관에서도 인기에 힘입어 단편 드라마로 제작돼 시청자를 만났다.
사족 하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특기할 만한 사실은 신상옥 감독의 연출부에서 일한 조감독 임원식이다. 조감독으로 크레디트를 올린 임원식은 ‘불멸의 성좌’(1959)를 비롯해 ‘대원군과 민비’, ‘연애전선’(1960), ‘돌아온 사나이’(1960) 등에서 연출부로 일하다가 신필름의 연출부로 자리를 옮겨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비롯해 ‘열녀문’(1962), ‘강화도령’(1963) 등에 참여하면서 신상옥 감독 밑에서 연출수업을 받았다(한국영화감독사전).
‘아리랑’의 제작 감독 주연한 나운규의 아들 나봉한과 함께 1965년 공동으로 컬러시네마스코프 영화 ‘청일전쟁과 여걸 민비’(1965)를 만들면서 감독데뷔를 했다(경향신문). 이 영화는 명보극장에서 개봉해 흥행에 성공했고 그해 대종상에서 4개 부문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임원식은 1999년 한국영화감독협회장으로 재임했고 두 아들인 임종호, 임종재 역시 영화감독으로 활동했다(한국영화감독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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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학기 칼럼니스트
시인 겸 영화감독. 전북 고창 출생으로 <삼류극장에서 2046>등 여러 권의 시집을 냈으며, 영화 <공중의자><이화중선><선미촌>등을 감독했다. 현재 서울디지털대학(SDU) 교수로 재직 중으로, 섬진강영화제 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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