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수 희곡 김수용 감독이 영화화
- 톱 스타 총 출동 ‘연기의 경연장’...그해 대종상 청룡영화상 휩쓸어
▶(25)'아낌없이 주련다'(1962)와 배우들...이민자·신성일·엄앵란·허장강 이어서
인터뷰365 백학기 칼럼니스트 = 영화 ‘혈맥’은 김수용 감독의 1963년작 영화다. 김영수(金永壽)가 쓴 동명의 대표 희곡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북에서 내려온 월남 동포들이 모여사는 해방촌 산비탈을 무대로 양말, 만년필 등 보잘것없는 품팔이를 하며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는 당시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그렸다.
홀아비인 김덕삼(김승호)은 아들 거북(신성일)에게 미군 부대에 들어가기를 강권하고, 옆집에 사는 황정순은 딸 복순(엄앵란)에게 억지로 신고산타령을 가르쳐 기생이 되라고 말한다. 또 다른 이웃인 신영균은 어린 딸과 담배꽁초를 모아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그러던 중 아내가 병으로 죽어가지만 병원에 한 번 데려가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의 동생 최무룡은 일본에서 대학까지 나왔음에도 소설을 쓰겠다며 먹고 사는 문제를 방관하다가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한다. 부모들에게 반발하여 집을 뛰쳐나온 거북(신성일)과 복순(엄앵란)은 영등포에 있는 방직공장에 함께 취직한다. 이들 가정에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 간의 갈등의 골은 깊디깊다.
오로지 생존을 위해 가난과의 처절한 싸움을 벌여야 했던 월남 피난민들, 그 가족들이 모여 사는 남산 기슭의 해방촌을 주 무대로 다양한 구성원들에게 개별적인 캐릭터를 부여함으로써 당대 하층민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 ‘혈맥’. 어둡고 눈물겨운 이야기를 주된 스토리로 삼고 있으면서도 유머와 위트, 평안도 함경도 사투리를 섞어 비교적 밝고 치밀한 터치로 생활의 밑바닥을 리얼하게 담아냈다.
배우 김승호가 던지는 '애비들은 못나서 이런 데서 헤어나질 못하지만, 너희들이야 쭉쭉 뻗어나가야지.'라는 대사가 오래도록 화면에 남는다. 이는 남쪽으로 내려와 해방촌에서 힘겹게 삶을 꾸려가는 서민들의 페이소스를 대변하는 것으로, 당시 대사의 맛이 충분히 살아 인구에 회자되는 대사로 관객들에게 남았다.
‘혈맥’에는 김승호를 비롯해 황정순, 신성일, 엄앵란, 김지미, 신영균, 최무룡, 최남현 등이 출연했다.
이 같은 톱스타급 출연진들의 열연으로 ‘연기의 경연장’을 방불케 한 영화 ‘혈맥’은 1963년에 제작된 148편의 영화 중 톱5 안에 들면서 그해 대종상과 청룡영화상을 휩쓸었다. 개봉관인 아카데미 극장에서 10만 관객을 달성해 제작사가 매우 흐뭇해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남아 있다.
그해 1963년 제1회 청룡상 작품상, 남우주연상(김승호), 여우주연상(황정순), 남우조연상(최남현), 각본상(임희재), 기술상(녹음부문 이경순)을 수상했으며 1964년 제3회 대종상 작품상, 남우주연상(김승호), 여우주연상(황정순)을 받았다. 제7회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황정순)도 이어졌다.
이는 “본격적인 드라마에 뛰어든 김수용 감독의 열의와 의욕은 대단하며 그것이 열매를 거두었다. 거리낌 없는 박수를 보낸다”는 영화계 안팎의 평가를 받았다.
‘혈맥’은 한국영화의 시각화 작업을 새로운 차원으로 옮겨놓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원작 희곡은 해방 직후 일제가 파놓은 남산 방공호를 무대로 설정했으나, 김수용 감독은 영화 ‘혈맥’의 배경 공간이 되는 오픈 세트를 서울역이 내려다보이는 남산 중턱에 여러 채의 판잣집으로 지어 피난민 마을을 재현해냈다.
한편 여담으로 배우 김승호가 영화 속에서 일본어로 애드리브를 많이 넣었다고 전한다. 일본 홋카이도에 있는 탄광에 끌려갔었던 설정이 담겨, 탄광에서 들을 수 있을 법한 일본어 욕이 영화 속에 많이 들어있다고 전한다.
-
백학기 칼럼니스트
시인 겸 영화감독. 전북 고창 출생으로 <삼류극장에서 2046>등 여러 권의 시집을 냈으며, 영화 <공중의자><이화중선><선미촌>등을 감독했다. 현재 서울디지털대학(SDU) 교수로 재직 중으로, 섬진강영화제 위원장을 맡고 있다.
- Copyrights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